미 연방수사국(FBI)의 한 지역지부가 최근 FBI 본부가 지난 해 9.11테러 이전 유력한 테러 용의자에 대한 현지 요원의 수사를 방해했다고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데 이어 미 의회가 24일(현지시간) 이 문제를 최우선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혀 파문이 예상된다.
미 정보기관의 ‘9.11 테러 사전대처 의혹’에 관한 조사활동을 벌이고 있는 미 의회는 24일 FBI 본부가 지난 해 8월 체포된 자카리아스 무사위에 대한 현지 수사 요원의 수색영장 청구를 기각하는 등 후속 수사를 방해했다는 FBI 미네아폴리스 지부의 주장에 초점을 맞춰 조사활동을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FBI 미네아폴리스 지부는 지난 21일 로버트 뮬러 FBI 국장에게 서한을 보내 FBI 본부가 지난 해 무사위에 대한 미네아폴리스 지부의 수사를 방해했다고 비판했다. 미네아폴리스 지부의 법률고문 콜린 롤리가 작성한 13쪽 분량의 이 서한은 상원 정보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도 전달됐다.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FBI 미네아폴리스 지부는 이 서한에서 “우리는 본부의 소극적 태도에 커다란 좌절감을 느꼈다” “분명한 것은 본부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다”는 등 신랄한 어조로 FBI본부를 비난했다. 이 서한은 또 “미네아폴리스 현지의 FBI 요원들은 9.11 이전 무사위의 테러 가능성은 물론 잠재적 공범들까지도 충분히 파악하고 있었다”고 밝혀 본부의 방해가 없었다면 9.11테러를 사전에 예방할 수도 있었음을 시사했다.
FBI의 하부조직이 본부에 대해 이같은 비난 서한을 보낸 데 대해 워싱턴포스트는 “FBI가 9.11 이전 테러와 관련된 사전 정보들을 제대로 다뤘는지에 대해 조직 내부에 이견이 있음을 보여주는 분명한 증거”라고 지적했다.
자카리아스 무사위는 9.11테러 혐의로 미국법원에 기소된 유일한 생존자로 9.11테러와 함께 사망한 19명의 테러범에 이어 ‘20번째 테러범’으로 불리고 있다. 그는 9.11테러 약 한달전인 지난 해 8월 16일 미 수사당국에 체포됐다. 당시 그는 미네아폴리스 인근의 비행학교에서 보잉 747기의 이.착륙 방법은 제쳐두고 비행중 조종술만 배우겠다는 등 수상한 행동을 보인 끝에 비행학교측의 신고에 의해 검거됐다.
이후 FBI 미네아폴리스 지부는 무사위의 구체적 테러음모를 밝혀내고 범죄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그에 대한 수색영장을 청구했으나 워싱턴 본부에서는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이를 기각했다. 다급해진 지부측은 FBI의 관례를 깨고 무사위에 관한 정보를 중앙정보국(CIA)에까지 알렸으나 그에 대한 가택수색은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나 9.11테러 발생 수시간후 무사위에 대한 가택수색을 실시한 결과, 그의 컴퓨터 드라이브에서 테러범들이 납치할 비행기의 종류, 그와 싱가포르에서 접선한 테러 용의자 명단 등 9.11 테러와 관련된 유력한 증거들이 발견됐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한편 워싱턴포스트는 지난해 8월말 프랑스 정보기관이 무사위의 부모와 형을 인터뷰한 결과 그가 과격분자임을 밝혀내고 이같은 사실을 미 CIA에 전달한 바 있다고 보도했다.
FBI 미네아폴리스 지부의 이같은 주장과 관련, 미 상원 정보위원장 밥 그래험 의원(민주ㆍ플로리다주)은 24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은 주장은 FBI 본부가 9.11 테러와 관련된 사전 정보들을 “적극적으로 추적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증거라며 앞으로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헤칠 것을 다짐했다.
또 상원 정보위와 함께 ‘9.11테러 사전 대처 의혹’을 조사하고 있는 하원 정보위의 포터 고스 위원장(공화ㆍ플로리다주)도 이 문제는 “보다 철저한 조사를 요하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24일 미네아폴리스 지부의 본부 비난서한 발송 사실이 밝혀진 23일 이후 이틀동안 이 문제는 미 의회의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고 전하면서 한동안 이 문제가 워싱턴 정가의 주요 쟁점이 될 것임을 시사했다.
‘9.11 사전대처 의혹’을 조사하고 있는 상ㆍ하원 정보위원회는 지난 22일 자체 조사요원으로 하여금 이 서한을 작성한 콜린 롤리 고문을 인터뷰한 데 이어 오는 6월 4일부터 이 문제에 관한 비공개 청문회를 열 예정이다. 또 6월말부터는 공개청문회를 계획하고 있다.
한편 상원 다수당인 민주당의 톰 대슐 원내총무와 공화당 존 매케인 상원의원 등은 이번 서한은 ‘9.11 사전대처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독립적 조사위원회가 필요함을 보여주는 또다른 증거라며 독립적 조사위의 구성을 재차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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