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월드컵이 한ㆍ일 갈등 풀 수 있을까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월드컵이 한ㆍ일 갈등 풀 수 있을까

<월드컵 정치학> 두 영국 언론의 상반된 시각

일부 역사를 왜곡한 일본의 역사교과서가 9일 일본 정부감정을 통과해 한국의 자존심을 건드리고 있는 가운데 한일 공동주최 월드컵이 한ㆍ일관계에 미칠 파장에 대한 외국 언론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한일 관계회복에 도움을 주는 축구’라는 9일자기사에서 조세형 주일 한국대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2002 월드컵 공동개최의 결과가 한국이 반세기에 걸쳐 유지해온 일본 음악수입과 TV프로그램의 방영금지를 종식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파이낸셜타임스, '월드컵 기간중 일본 가요ㆍTV프로 해금될 듯'**

조 대사는 FT와의 인터뷰에서 “아직 일부 제한이 있기는 하지만 가까운 장래에 제한이 해제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일본 음악에 대한 제한조치는 5월 31일 서울에서 개막되는 월드컵 축구 본선경기 기간중 해제될 것”이라고 말했다.

FT는 2차 세계대전 후 한국에서 50여년간 금지됐던 일본 음악에 대한 금지조치 해제는 일단 한시적으로 월드컵 기간중 1개월간 허용되지만 한국 관리들은 이번 조치가 영구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 대사는 “일본 TV 프로그램의 방영금지 또한 곧 해제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는데 일단은 한국 방송사들과 합작으로 제작된 프로그램에 한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FT는 조 대사의 말을 인용해 “김대중 대통령이 1945년 이래 한국에서 금지됐던 일본 대중문화의 문을 열었다”며 “지금은 한일관계가 하루 1만명이 왕래하는 정도로 부드러워졌다”고 전했다. 김 대통령의 결정이 당초에는 다수 한국인들의 정서에 반하는 것이었으나 결과적으로는 한국인들이 일본을 우호적으로 보기 시작한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FT는 그러나 지난 해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과 고이즈미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강행으로 한일관계가 크게 악화된 점도 지적하며, 조세형 대사의 “그 긴장이 몇 달 간에 걸쳐 완화됐고 월드컵 공동주최국인 양국이 경쟁자 관계에서 친구관계로 바뀌었다”는 답변을 덧붙였다.

FT는 또 한국측은 월드컵 개막식에 일왕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서울을 방문하기를 원하고 있으나 일본 관리들은 일왕의 방한이 한국에서 항의와 전쟁기간중의 만행에 대한 사과 요구를 촉발할 가능성이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인디펜던트 “노래가사 부르기보다 실천이 선행돼야 한일관계 발전”**

반면 영국의 인디펜던트는 지난 6일‘월드컵을 앞두고 있는 한일간의 조심스러운 우호’란 기사에서 월드컵 공식주제가인 “Let's Get Together Now”란 가사내용을 소개하며 노래를 부르기보다는 그 내용을 실천하기가 더 어려운 게 한일관계의 현실이란 점을 지적했다.

인디펜던트는 한국과 일본이 월드컵을 나누어 개최하는 이유가 축구 자체보다는 정치적인 것에 있다고 보도하며 그 목적은 “세계에서 가장 불화가 심한 두 나라간에 친선을 가져오기 위한 데 있다”고 밝혔다.

인디펜던트는 그 배경으로 지난해부터 한일 양국이 상호이해를 높이기 위해 많은 사업 등을 통해 노력하고 있으나 아직까지도 상대편의 감정을 자극하는 것을 피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고 보도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서울과 도쿄 국립박물관간의 고대유물 교환계획이 일본이 보다 열등한 유물들을 보내고 있다는 한국측의 불만으로 무산된 것과, 한일 도시간의 교환학생 행사가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파동으로 상당수 취소된 예라는 것이다.

인디펜던트는 그러나 지난해 12월 일본 왕이 고대 연대기를 인용해 “과거 한 일왕의 어머니가 백제 출신이었다”며 한국과의 혈연관계에 대한 느낌을 이야기한 것이 한일 관계회복의 가장 놀라운 전기가 됐다고 지적했다. 그 동안 역사적으로는 진실로 인정되면서도 이를 말하는 것이 금기시됐었는데 일왕이 스스로 일본 왕실의 한국 뿌리 문제를 직접 언급하고 시인한 것은 놀라운 일이라는 것이다.

인디펜던트는 그러나 일왕의 연설이 서울에서는 환호와 기쁨 속에 보도됐지만 일본에서는 한 좌파신문을 제외하곤 아무도 보도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래저래 한일간 우호관계 증진에는 많은 걸림돌이 있다는 말이며 “이 모든 슬픈 날들을 잊을 때가 됐다”는 한국어 버전의 노래가사를 부르기보다 이를 직접 실천하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이라는 지적이다.

한편 지난 4월 1일자 미국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2002년 월드컵을 커버스토리로('어리석은 월드컵 결정: Worldcup follies) 다룬 국제판 기사에서 "한국과 일본은 경기준비 단계에서부터 크든 작든 상대로 인한 모욕과 경멸감을 감지할 때마다 서로 비난하는 데 시간을 보냈다"고 지적하며 월드컵이 오히려 양국관계 진전에 해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한국과 일본이 공동주최하는 2002 월드컵이 단순한 하나의 축구대회가 아니라 한일관계의 진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잔치가 될지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는 방증이라 하겠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