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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소비증가, 세계경제 바꾼다"

대미투자 감소로 미국 어려움 겪을 듯-영 FT 지적

최근 한국이 국내소비를 통해 불황탈출에 성공하는 등 아시아인들의 소비성향 증가가 두드러지고 있으며 이같은 경향이 정착될 경우 무역과 투자의 흐름 등 세계경제의 양상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가 2일 전망했다.

이 신문은 특히 아시아인들의 내수 확대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 이들로부터의 투자에 의해 경상수지 적자를 보전하고 인플레를 억제하며 달러화 가치를 유지해 왔던 미국이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

'아시아 깨어나다(Asia awakes)' 제하의 이 기사는 과거 아시아 국가들은 상품을 국내에서 소비하는 대신 미국 등 해외에 수출함으로써 경제를 성장시켜 왔으나 최근 이같은 패턴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 내수를 통한 경제성장 전략이 대두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신문은 특히 아시아 제품에 대한 해외수요가 감소하고 일본이 시도해온 재정지출에 의한 경기부양책이 더이상 먹혀들지 않음에 따라 이제 아시아국가들이 택할 수 있는 경제전략은 국내소비로 불황을 극복하고, 과감한 경제구조조정을 단행하며, 아시아국가들간의 역내 무역을 확대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같은 전략을 가장 분명하게 택한 국가로 한국을 꼽으면서 한국은 과감한 금융구조조정 및 소비확대에 힘입어 아시아국가들중 가장 먼저 불황탈출에 성공했다고 분석했다.

이 기사는 이어 전문가들의 말을 빌어 아시아의 소비 수준이 확대될 여지는 아직도 크다면서 만일 아시아국가들이 금융체제 개혁에 성공한다면 아시아는 머지 않아 '세계 최대의 수요 거점이 될 것이며 세계경제의 주역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음은 이 기사의 주요 내용.

아시아인들은 오래 전부터 상품을 과잉 생산하여 이를 해외에 수출, 미 달러화로 저축함으로써 미국의 차입과 소비를 쉽고 저렴하게 만들어 주었다. 1990년대 미국은 동아시아로부터의 연간 수입을 1천8백40억달러에서 4천2백40억달러로 늘렸으며 이에 따라 동아시아 지역의 달러화 보유량도 엄청나게 증가했다. 이러한 추세는 미국의 인플레 억제, 달러화 가치 격상, 미국의 엄청난 경상수지 적자 보전에 도움을 주었다.

그러나 드디어 일부 아시아인들은 미국인에게 편한 세상을 만드는 데 싫증을 느껴 승용차, 휴가, 새 주택에 돈을 쓰면서 스스로 생활을 즐기기로 결심한 것 같다. 몇몇 아시아국들은 초기 단계의 소비 호황을 경험하고 있다. 이 붐이 장기간 지속된다면 무역과 투자 흐름은 물론 전세계 저축과 소비 행태에 큰 영향을 줄지 모른다.

스탠다드 차터드 뱅크의 수석연구원 줄리언 제솝은 “역사적으로 미국은 미국에 돈을 투자하려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강한 욕구 때문에 엄청난 경상수지 적자를 감당할 수 있었다”면서 “하지만 아시아인들이 돈을 국내에서 사용하거나 투자한다면 미 달러화에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했다.

세계 인구의 약 60%가 살고 있는 아태지역의 지난 해 개인 소비 총계는 48조달러였다. 반면 미국은 69조달러, 유럽(EU)은 50조달러였다.

그러나 홍콩 모건스탠리의 아시아담당 앤디시 연구원은 아시아 국가들이 금융 체제를 바로잡는다면 EU와 미국을 추월하여 세계 제일의 수요 거점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시간은 다소 걸리겠지만 다음에는 동아시아가 세계경제의 주역이 될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이번 세계 경제 침체에서 동아시아가 받은 타격을 생각하면 이런 과감한 주장은 놀랍다.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한국 등 몇몇 아시아국들은 아직도 1997-98년의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중이다. 일본은 10년째의 금융위기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신속히 확장하는 중국경제조차 수출 성장 여력이 둔화하고 있어 정부는 지난 5년간 대규모 재정 지출 프로그램을 동원하고 있다.

이들 나라 상당수는 IT 제품에 대한 미국의 지출이 급격히 줄어 추가 타격을 입었다. 이로 인해 싱가포르, 홍콩, 대만 등 첨단 상품 수출 지향의 국가들은 25년여만에 최악의 불황을 맞았다. 게다가 아시아의 상당수 은행들은 90년대 중반의 확장 시기에 생긴 악성부채를 지금도 안고 있다. 대출 급증으로 생산 과잉을 초래하여 오늘날 기업 수익성을 약화시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전문가들이 아시아 경제국들의 장기 전망, 특히 내수에 대해 낙관하는 이유는 크게 세가지다.

첫째, 아시아 제품에 대한 전세계 수요가 감소함에 따라 이들 나라 상당수는 불황을 국내소비로 극복하고 경제 구조조정을 마무리하며 역내 무역을 확대하는 방법밖에 없어졌다. 대규모 재정 지출이 경기를 부양시키지 못한 90년대의 일본 경험은 중국을 제외한 대다수 아시아국들이 대규모 부양책을 쓰는 것을 막고 있다. 이에 따라 여러 정부는 금융 부문을 개방하여 민간 부문 수요를 진작시키는 방법을 즐겨 사용해 왔다.

둘째, 인구 구조 추이와 거시 경제 여건의 최근 변화가 소비 증대를 부채질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낮은 개인 부채와 실업률에 힘입은 금리 인하가 지출 능력을 높여주고 있다.

셋째, 예전에는 수출 지향의 제조업체에 저리 융자를 제공할 수 밖에 없었던 상당수 아시아 은행들은 이제 소비 금융을 몇 안되는 수익 사업의 하나로 보고 있다. 은행들은 빠른 속도로 담보, 승용차 대출, 차입, 신용카드 등 새로운 소매 상품을 내놓고 있다. 신용카드 사용 증가는 갓 시작된 소비혁명의 가장 두드러진 징후다. 아시아 시장의 약 50%를 점유하고 있는 비자 인터내셔널은 작년에 이 지역 카드 수를 25% 늘렸다.

한국, 태국, 인도, 인도네시아가 매출이 가장 많았다. 작년 비자카드를 사용한 소매 판매와 현금인출 액수는 44% 늘어난 3천1백억달러였다. 런던에 본부를 둔 투자 자문회사 인디펜던트 스트러티지의 선임연구원 밥 맥키는 아시아국들의 개발이 진행됨에 따라 소비 수요의 확대가 예상된다고 말한다.

그는 “전에는 아시아 성장이 수출과 높은 투자 비율에 의지했다. 가구들은 비참한 생활을 하면서 저축을 하게 되어 있었다”면서 “그러나 아시아의 중간 소득 국가들은 이제 좀 더 현대적이고 성숙한 경제 모델을 택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향후 10년간 차입과 소비를 확대하면서 저축률은 유럽이나 미국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다. 이런 추세가 이미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런 조짐이 가장 강하게 나타나고 있는 나라는 한국이다. 97년 외환위기 이후 금융체제를 상당폭 구조조정해 온 한국의 은행들은 소비 대출 증가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 예로 재벌에게 거액 대출을 하던 서울은행은 기업 대출 수요가 침체함에 따라 소비자 대출을 급속히 확대하고 있다. “정부에서 대출을 부탁하는 전화가 오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지난 3-4년간에 생긴 일은 혁명적이다”고 강정원 은행장은 말했다.

그 결과가 이미 나타나고 있다. 한국의 소매 매출이 최근 연간 대비 11% 이상 증가하고 있고 주택 가격도 15% 상승하고 있다. 작년에는 총 소비자 부채가 28% 증가했다. 그러나 소비 과열과 공격적인 금융이 합쳐 무모한 차입 과시로 이어져 호황과 불황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금융 분석자들은 경고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금융기관에 소비시장 과열 위험을 이미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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