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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들을 제대로 골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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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들을 제대로 골라라"

뉴욕타임스 기고문, 부시에 대북협상 지속 권고

북한을 '악의 축'으로 지칭한 부시 대통령의 발언으로 미 대북정책이 근본적으로 변화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부시 행정부에 대해 대북협상 지속을 강력히 권고하는 글이 미국의 권위지 뉴욕타임스에 실려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신문 6일자에 실린 '적들을 제대로 골라야(Choosing the right enemies)' 제하의 기고문은 부시 행정부에 대해 북한과 김정일을 테러리스트와 동일시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미국이 현명하게 대처하면 김정일과 함께 일을 도모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기고문을 작성한 브루킹스 연구소의 마이클 오핸론 연구원은 부시 취임 전 클린턴행정부의 대북 협상으로 북미관계는 상당한 진전을 이루었다면서 "2주 내에 한국을 방문하는 부시 대통령은 평양을 다루는 데 있어 당근과 몽둥이를 적절히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뉴욕타임스의 이 기고문은 미국 내에도 부시의 대북 강경태도에 이견이 상당함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다음은 주요 기사 내용.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연두 국정연설에서 여타 테러리스트들과 함께 이란, 이라크, 북한을 '악의 축'으로 지목했다. 그는 미국이 전세계의 모든 불쾌한 행위자들을 상대로 강력한 행동에 나설지 모른다고 암시했다. 그러나 부시가 이들 국가와 테러리스트 단체들을 한 통속으로 보는 것은 잘못이다. 이들 사이에 커다란 차이가 있음을 알지 못하면 우리는 미국의 안보를 해치게 될 것이다.

북한과 압제적 통치자인 김정일의 경우가 특히 그렇다. 북한은 여전히 중무장되어 있고 위협적이며 과도한 군사비 지출로 주민들은 지극히 가난하다. 그러나 모든 자체결함에도 불구하고, 북한정권은 사담 후세인 이라크 정권과는 다르다. 우리가 현명하게 대처하면 김정일과 함께 일을 도모할 수 있다. 먼저, 부시가 취임하기 수년전 상황이 어느 정도 진전되었는지를 살펴보자.

1994년까지 북한의 핵개발은 상당수준에 이른 것 같았다. 지난 98년, 북한은 일본영토를 가로질러 3단계 로켓을 발사함으로써 미국에 대량살상무기를 운반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탄 개발이 머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얼마전, 미국의 정보관리들은 한반도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인화점(引火點)으로 전쟁이 날 경우, 수천명의 미군과 수십만명의 한국인들이 살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2000년말, 거의 모든 면에서 상황은 개선되었다. 지난 94년, 클린턴 미 행정부는 북한의 주요 핵시설들을 봉쇄, 감시할 수 있는 협상을 마무리했다. 지금까지 계속 효력을 발생하고 있는 이른바 제네바 '합의 틀'이다. 이 합의에 따라 한국, 일본, 미국은 북한의 원자로에서 생산되는 에너지를 대체하기 위해 중유를 공급함으로써 결국 북한이 이들 새로운 원자로를 통해 핵무기 계획에 손댈 수 없도록 했다.

북한의 테러 지원은 최근 수 년간 현저히 줄었다. 이 정권이 주요 테러 조직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증거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한반도에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북한은 여전히 고도로 무장된 상태이다. 북한은 아직도 미사일과 기타 무기들을 수출하고 있다. 다만 10년 전에 비해 양은 매우 적은 수준이다.

장거리 미사일 프로그램도 은밀히 추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심지어 핵무기를 개발하기 위한 '기반 폭탄'(basement bomb) 프로젝트도 있을 수 있다. 경제는 엉망이다. 그리고 부시 대통령이 취임한 이래 김대중 대통령의 대북 '햇볕정책'에 미미한 지지를 보임으로써 데탕트의 진전은 사실상 멈추었다.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클린턴 행정부의 일부 관리들은 북한의 미사일 계획을 통째로 사들이는 방안을 고려했으나 부시 행정부는 이에 반대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가 볼 때 그런 방식은 협박에 굴복하여 평양으로부터 터무니없는 행동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시 정부는 클린턴의 정책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위협 발언은 정책이 될 수 없으며 한반도의 전쟁 기회를 증가시킬 뿐이다.

미국과 그 동맹국들은 북한 미사일 계획을 그냥 매점하기보다는 북한으로 하여금 일종의 무기통제 체제를 받아들이게 하여 한반도에서의 재래식 무기 규모를 줄이도록 주장해야 한다. 북한이 혹시 중국 모델을 따라 경제개혁을 시작할 의향이 있다면 미국, 일본, 한국은 실질적인 경제원조를 제공해야 한다. 뇌물이 아니라 북한 경제를 변화시킬 수 있는 진정한 원조 말이다.

김정일을 사담 후세인이나 물라 오마르처럼 취급해서는 안 된다. 확실하진 않지만 김정일 자신도 외부 세계와의 관계 개선 필요성을 일부 인정했다. 어쩌면 그를 달랠 수는 있을 것이나 강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2주 내에 한국을 방문하는 부시 대통령은 평양을 다루는 데 있어 당근과 몽둥이를 적절히 사용할 필요가 있다. 최근 수 년간 이 작전은 성과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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