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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 위협론'은 공화당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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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 위협론'은 공화당 작품

美, 95년 이후 집요한 정치공세로 정보평가 뒤집어

북한 등 ‘불량국가’의 미사일 위협에 대한 미국의 태도는 1999년을 기점으로 극적으로 변화한다.

1998년까지는 ‘러시아와 중국을 제외하고는 2010년 이전에 미국에 미사일 위협을 가할 국가는 없다’는 것이 모든 미 정보기관의 공통된 판단이었다. 그러나 1999년이 되면서 북한은 미 본토 타격 능력을 가진 대륙간 탄도미사일의 발사 실험을 “어느 때라도”라도 할 수 있는 나라로, 또 이란은 “수년내” 북한의 뒤를 따를 나라로 거론된다.

이같은 갑작스런 변화의 원인은 무엇일까. 미국의 정보기관이 북한과 이란 등의 미사일 개발에 관한 전혀 새로운 정보를 입수했기 때문인가. 지난 15일자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국가미사일방어망 계획을 관철하려는 미 공화당의 집요한 노력이 이러한 ‘판단의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것이다.

이 신문은 미국내 민간 군사전문가들의 말을 빌어 ‘2010년까지 미국에 대한 불량국가의 미사일 위협은 없다’는 1995년의 평가는 적절한 것이었으나 이후 내외의 정치적 압력에 의해 ‘최악의 경우’만을 상정하면서 미국에 대한 미사일 위협이 크게 부풀려졌다고 지적했다.

1995년 미 중앙정보국(CIA)이 발표한 국가별정보평가(NIE)는 “(러시아, 중국 등) 주요 핵보유국을 제외한 어떤 나라도 향후 15년 내에 미 본토 48개 주 및 캐나다를 위협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을 개발하거나 획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판단은 1999년 여름까지 지속됐다.

그러나 1999년 9월에 나온 CIA의 NIE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평가를 내린다. 북한은 “어느 때라도”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할 수 있는 국가로, 이란은 “수년내” 그러한 능력을 보유할 수 있는 나라로 지목된 것이다.

이와 관련, 미사일방어망(MD)의 열렬한 지지자인 공화당의 커트 웰던 하원의원(펜실베니아주)은 “이는 미 정보기관 역사상 최대의 뒤집기(turnaround)이며 나 자신이 이러한 뒤집기에 한몫을 했다”고 말한 것으로 IHT는 전했다. 즉 자신 등이 나서 이러한 판단을 뒤집었다는 것이다.

1995년의 NIE가 발표될 당시 웰던은 하원 군사위 군비연구.개발소위 소위원장이었다. 당시 클린턴 민주당 행정부는 공화당측의 MD 구축 요구를 좌절시키기 위해 NIE의 주요 내용을-즉 향후 15년내 불량국가의 미사일 위협은 없다는-민주당 의원들에게 사전에 은밀히 알렸다.

MD 구축을 위해서는 CIA의 이같은 평가를 뒤집어야 했던 웰던은 NIE 내용에 관한 비밀 브리핑을 담당한 CIA 관리 데이비드 오시아스와 육탄전까지 벌여가면서 격렬하게 항의했다고 한다. 미 정보기관의 소식통들은 비밀브리핑 당시 오시아스가 공화당 소속 의원들로부터 엄청나게 고초를 당했다고 전한다.

95년의 CIA 평가를 뒤집기 위한 공화당의 노력에 힘을 더해준 것은 이스라엘이었다. 당시 이란이 러시아의 도움을 얻어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는 정보를 접한 네탄야후 정부는 미국에 이의 저지를 요청했으나 옐친 정부와의 우호를 중요시한 클린턴 행정부는 이 요구를 못 들은 척했다.

결국 네타냐후 정부는 미 공화당쪽에 도움을 요청했고 미 의회를 장악하고 있었던 공화당은 대(對)이란 미사일확산제재법의 제정으로 화답했다. 공화당은 또 의회 다수당의 이점을 살려 의회 직속의 특별위원회를 잇따라 구성, 미국에 대한 미사일 위협의 재평가를 집요하게 추진했다. 게이츠 위원회, 럼스펠드 위원회 등이 그것이다.

전 CIA 국장 로버트 게이츠를 위원장으로 한 게이츠 위원회는 1996년 12월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불량국가들이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을 획득할 수 있는 기술적 가능성은 95년의 NIE 평가보다 더 높다’고 보고했다.

게이츠 위원회의 보고서에 불만을 느낀 공화당측이 또다시 구성한 렘스펠드 위원회는 98년 7월에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북한 등 불량국가들이 ICBM 개발에 나선다면 “약 5년 이내에” 미국에 “주요한 타격을 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놓았다. 공화당측이 원하는 해답을 내놓은 것이다.

그런데 렘스펠드 위원회 소속 위원들에 따르면 ‘5년’이라는 시한은 록히드마틴, 보잉 등 미국의 주요 방산업체 기술자들의 브리핑에서 도출된 것이라고 한다. 이란과 같은 불량국가들이 지금부터 ICBM 개발에 나선다면 그 완성까지 얼마나 걸릴 것이냐는 질문에 미 방위산업체의 기술자들이 5년이라는 답을 내놓았다는 것이다.

럼스펠드 위원회의 결론은 미국내에서도 논쟁이 되고 있지만 99년 CIA의 NIE에 영향을 미친 것만은 분명하다.

민간 싱크탱크인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핵비확산 담당 국장인 조셉 치린치오네는 95년의 NIE에 대해 “지금 와서 보아도 매우 균형 잡힌 평가”였다면서 웰던을 비롯한 공화당 의원들이 “의도적인 정략”에 의해 이를 왜곡했다고 비난했다. “이러한 평가는 미사일방어망 계획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어 “정보분석가들은 의회가 원하는 것들을 제공하는 법을 배워 왔다”면서 “현재의 평가는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최악의 상황들을 포함시킨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CIA측은 1998년 이후의 평가의 변화는 ‘정보습득 기술’의 향상에 의한 것이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CIA는 또 98년 럼스펠드 보고서가 나온 이후 자신들의 분석.평가 방법들을 재검토했으며 학계와 산업체의 전문가들의 폭넓은 자문을 구한 끝에 이같은 결론을 내리게 됐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미 정부 내에서 정보기관의 각종 정보를 접하고 있는 일부 관리들은 객관적 정보가 내외의 정치적 압력에 의해 변질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미사일 위협에 대한 미 정보기관의 극적인 평가 변화는 연구 대상이라고 말하고 있다. 핵비확산 분야의 전문가인 또다른 정부관리는 “이제 누구도 CIA의 평가를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IHT는 미 국무부 정보조사국은 오래전부터 북한 등의 미사일 위협에 대해 CIA나 국방부보다 훨씬 온건한 입장을 취해 왔다면서 지난 10일 발표된 2002년도 NIE에는 사상 처음으로 국무부측의 이같은 소수 의견이 명시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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