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지하씨가 난초를 그린 지 20여년만에 처음으로 전시회를 갖는다. 오는 11일부터 26일까지 서울 인사동 학고재화랑(02-739-4937)에서 열리는 ‘미의 여정, 김지하의 묵란’전에는 그동안 그린 수천점 중 70여점을 정선해 전시한다.
김 시인이 난초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여년전. 군부독재하에서 옥고로 지친 심신을 요양하기위해 강원도 원주에 칩거하던 시절 생명운동가인 무위당(无爲堂) 장일순(張壹淳 .1928-1994)선생에게서 난 치는 법을 처음 배웠다.
무위당은 “지금은 소인배의 세상이니 숨어서 근신하라”며 수양법으로 묵란을 권했고 김 시인은 “기를 다스리고 마음을 안돈시키는 방법”으로 난을 놓치 않았다.
그후 김 시인은 문화계에 꽤 알려진 ‘난초화가’가 됐다. 때마침 올해 회갑을 맞아 주위의 권유로 전시회까지 갖게 된 것. 전시기간 중엔 지인들이 모여 김 시인을 위한 조촐한 회갑기념모임도 갖는다고 한다.
전시회를 맞아 아담한 전시도록이 나왔는데, 김 시인은 그의 깊은 난초론 대신에 간단한 소감을 표했다. 거기서 “난이 현대에도 생활력이 있을까”고 반문하고 대답은 거의 부정적이지만 그는 시도해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현대문화의 과제가 바로 카오스에 침잠하면서도 카오스에서 빠져나오는 그 나름의 질서찾기”라면 난이야말로 그러한 ‘카오스모스’를 찾는 작업이라는 것. 미술평론가 유홍준 영남대 교수가 한국현대 문화사와 운동사는 물론 김 시인과의 개인사까지 섞어 구수하고 심도있는 ‘지하 난초론’을 풀어놨다. 김 시인의 작품들과 함께 두 분의 글을 나눠서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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