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미군은 아프간전쟁 개전 이래 ‘최대’의 인명피해를 입었다. 미 공군 B52 폭격기의 오폭으로 미군 병사 3명이 사망한 것이다. 지난 주초 마자르 이 샤리프에서 탈레반포로 폭동으로 CIA 요원 1명이 죽은 이후 최대의 피해였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미국 언론들은 이번 오폭 사건을 1면 주요기사로 다루면서 이들 미군 병사의 죽음을 애도했다.
그러나 미국 언론들은 전쟁 시작 이후 미군의 오폭으로 희생된 수백, 수천 아프간 사람들의 죽음에 대해서는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민간인의 인명 피해는 불가피하며 희생자들에 애도의 뜻을 표한다’는 미 정부 당국자의 말을 그저 짤막하게 전달하는 게 고작이다.
이러한 가운데 미국의 유력지인 보스턴 글러브는 6일자에서 아프간 잘랄라바드의 한 병원에서 미군 오폭에 의한 아프간 희생자들의 참상을 전하고 있다. 지난 5일 잘랄라바드 공립병원을 방문한 존 도널리 기자는 주로 아이와 부녀자 부상자들로 가득찬 병원 안이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다고 첫 인상을 전했다.
그가 처음으로 본 환자는 누어 모하마드라는 이름의 10살짜리 소년. 온몸을 붕대로 칭칭 감아 마치 붕대뭉치처럼 보이는 이 아이는 지난 일요일(2일) 자기 집에서 저녁을 먹던 도중 폭격을 맞아 두 눈을 실명하고 두 팔을 모두 잃었다고 한다.
이 병원의 굴로야 쉼와리 원장은 “미국은 이 얘가 오사마 빈 라덴이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 있느냐?”고 항변한다.
이 소년이 살고 있는 아감 지역은, 빈 라덴의 은신처로 추정되는 토라 보라에서 24km 떨어진 지역이다. 미군은 현재 토라 보라를 집중 폭격하고 있다. 하지만 오폭이라기엔 두 지역간의 거리는 너무나 멀다. 지난 1, 2일 이틀 동안에만 이 지역에서 18명이 미군의 ‘오폭’으로 사망한 것이다. 이 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주말부터 이번 주초에 이르는 동안 이 병원에만 17명의 ‘오폭’ 사망자가 발생했다. 미군 오폭에 의한 이 지역 일대의 총 사망자는 89명에 이른다.
도널리 기자는 이번 폭격으로 가장이 사망하고 나머지 가족들도 부상당한 한 가족의 비극을 통해 미군의 ‘오폭’이 아프간인들에게 어떤 고통을 끼쳤는가를 보여준다. 가장 파이잘 카림을 폭격으로 잃은 무스타파 자마라는 이름의 미망인은 머리에 심한 부상을 입고 두 눈이 퉁퉁 부은 채 의식불명인 상태다. 병원 의사들은 생명이 위독하다고 말한다. 죽어가는 엄마 옆에는 18살에서 10개월에 이르는 여섯 자녀들이 여기 저기 붕대를 감은 채 누워 있다.
이제 엄마가 죽고 나면 이들을 돌봐줄 어른이라곤 삼촌 니즈 모하메드밖에 없다. 그는 앞에 말한 누어 모하마드의 부친이다. 니즈는 “미군은 정밀폭탄을 갖고 있다고 자랑하더니, 우리 집은 토라 보라에서 한참이나 떨어진 곳에 있다”고 울분을 터뜨린다. 그는 또 “알 카에다는 우리의 적이다. 우리는 결코 그들을 마을에 들이지 않았다”면서 “미군의 행동은 너무도 야만적”이라고 말했다.
미군은 빈 라덴의 은신처인 토라 보라 인근과 탈레반의 마지막 저항 거점인 칸다하르에 대한 집중 폭격으로 민간인 희생자가 늘고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무고한 아프간 희생자의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도 아직은 정확히 집계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쟁이 나면 최초의 희생자는 진실이고 그 다음은 약자라고 한다. 오직 강자만이 살아남는 정글의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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