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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고전강독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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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고전강독 <34>

제5강. 주역(周易)-14

***1)지천태(地天泰)-4**


六四 翩翩 不富以其隣 不戒以孚

翩翩(편편) : 새들이 뿔뿔이 흩어짐.
戒(계) : 경계하다.

왕필(王弼) 주(註)에는 다음과 같이 해석하고 있습니다.

“훨훨 날듯이 부유해지지 않아도 이웃과 (富를) 함께 하여 경계하지 않아도 믿는다.”

‘翩翩 不富以其隣’을 ‘翩翩不富 以其隣’으로 끊어서 읽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이 제4효가 상괘(上卦)의 첫효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5효와 6효의 효사에서 읽을 수 있듯이 흥망성쇄의 사이클이 하향(下向)하고 있는 시점이라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편편(翩翩)은 세력이 분산되고 세가 약화되는 것으로 읽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즉 “새들이 흩어지듯 그 세(勢)가 약화(弱化)되는 것은 그 부를 이웃과 나누지 않았기 때문이며 믿음으로써 경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로 읽어서 그 세가 약화되는 이유를 짚어보는 내용으로 읽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상향곡선을 그려온 과정에서, 즉 세력이 장성되어온 과정에서 그 성과를 공정하게 나누지 않았고 최초의 공명정대했던 뜻, 즉 지재외(志在外)가 퇴색하고 있다는 지적이라고 생각됩니다.

象曰 翩翩不富 皆失實也 不戒以孚 中心願也

이 소상(小象)은 “편편불부는 실질을 모두 잃음이요 불계이부는 중심으로 원함이다”라고 풀이합니다.

그리고 여기서 발견하는 것은 편편불부를 붙여서 읽고 있다는 사실과 또 불계이부를 긍적적인 의미로 풀이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즉 불계이부는 구태어 경계하지 않아도 믿는다는 뜻으로 풀이합니다.

그러나 편편불부를 왕필 주(註)에서처럼 “훨훨 날 듯이 부유해지지 않아도” 라고 읽는다면 그것이 계실실야(皆失實也) 즉 모두 잃는다는 뜻과는 상치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六五 帝乙歸妹 以祉元吉

帝乙(제을) : 은나라 임금으로, 누이를 신분을 낮추어 신하인 주의 문왕(文王)에게 출가시켰음.
歸(귀) : 여자가 시집가는 것.

제을이 누이를 시집보냈다. 복되고 크게 길하리라.

제5효는 임금의 자리입니다. 괘 전체를 두량(斗量)하는 자리입니다. 양효의 자리에 음효가 있어서 비록 득위(得位)는 못하였지만 음효의 공능(功能)인 유순(柔順)하고 겸손(謙遜)함이 있어서 크게 길할 것이라 하였다고 생각됩니다.

象曰 以祉元吉 中以行願也

그게 길할 것이라 함은 중(中) 즉 제5효가 행원(行願) 즉 소원을 이루는 것으로 풀이합니다.

上六 城復于隍 勿用師 自邑告命 貞吝

隍(황) : 성 주변의 해자(垓字). 황참(隍塹).
用師(군대) : 군대를 움직이다. 告命(고명) : 왕명이 통한다.
貞吝(정인) : 곧더라도 궁색하다.

제6효인 상효(上爻)는 전 과정의 종결(終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성(城)이란 글자그대로 흙(土)을 쌓은(成) 것입니다.

평지의 흙을 파서 쌓으면 성(城)이 되고 흙을 파낸 자리는 황(隍)이 됩니다. 그 구덩이에 물을 채워서 해자(垓字)를 만들지요. 이제 그 쌓은 흙이 황(隍)으로 돌아갔다는 것은 성(城)이 무너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군대를 움직이지 마라. 즉 전쟁을 일으키지 마라는 의미입니다. 자읍고명(自邑告命)은 자기의 마을에서만 명을 받든다. 즉 왕명이 널리 미치지 못한다는 의미입니다.

정인(貞吝)은 바른 일도 비난받는다는 뜻입니다. 한 나라의 마지막을 보는 느낌이 듭니다. 아마 대부분의 역사(歷史)가 그렇고 일생(一生)이 그렇고 모든 과정(過程)이 그렇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象曰 城復于隍 其命亂也

성복우황 즉 성이 무너진다는 것은 그 명령이 어지럽다는 것을 뜻한다.

우리는 이 지천태(地天泰)의 괘를 주로 전위조직과 관련된 관점에서 해석하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효사의 내용에 있어서 충분히 그러한 의미로 읽을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위에서 언급하였듯이 이 지천태 괘가 바로 역지사지(易地思之)와 천지개벽(天地開闢)이라는 혁명적 상황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즉 띠풀을 뽑듯이 함께 간다는 것은 조직의 이념이 광범한 민주적 지반 위에 서야 한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초기 단계의 실천은 철저히 대중노선을 취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읽을 수 있으며 조직의 내포(內包)를 어떻게 공고히 하고 외연(外延)을 어떻게 확대할 것인가 하는 문제의식과 관련된 내용으로 읽을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동료를 경계하지 않고 진실로써 결속하여야 하고 이해관계로써 결속하기보다는 초기의 이념적 목표를 잃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는 지적 등이 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초기 단계의 어려움을 극복한 이후에 다음 단계에서 나타날 수 있는 관료주의와 보수적 경향에 대한 경계도 없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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