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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나는 죽을 각오 돼 있다"

오사마 빈 라덴, 파키스탄 신문과 인터뷰

“나는 죽을 각오가 돼 있다” “그러나 내가 죽는다 해도 내가 내세운 대의(cause)는 계속될 것이다” “전쟁은 온 세계로 확산될 것이다”

지난 10일 파키스탄 신문 돈(Dawn)을 통해 9.11테러 이후 처음으로 언론과의 인터뷰에 응한 오사마 빈 라덴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10일 빈 라덴과 인터뷰를 했던 파키스탄 언론인 하미드 미르를 만나 인터뷰에 얽힌 뒷 얘기들을 전했다.

가디언 11일자에 따르면 2시간 동안 진행된 이 인터뷰에서 빈 라덴은 간간히 웃음을 터뜨리는 등 시종 활기찬 모습이었다고 한다. 인터뷰를 했던 하미드 미르는 “그는 매우 건강해 보였으며 많이 웃었다. 전에는 아주 조용히 말하는 편이었는데 이번에는 웅변가처럼 아주 씩씩하게 얘기했다. 그에게 큰 변화가 생긴 것 같았다”고 말했다.

미르에 따르면 빈 라덴은 “나는 죽을 각오가 돼 있다. 그들이 내가 있는 이 장소도 폭격할 것이라는 걸 잘 안다. 그들은 현재 내가 어디 있는지를 모르지만 여기저기 아무데나 폭격을 하고 있기 때문에 언젠가는 죽임을 당할 것이다. 어쩌면 당신과 함께 죽을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빈 라덴은 그러나 자신이 죽는다고 해서 바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죽는다고 해도 내가 내세운 대의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빈 라덴은 이어 “그들은 나를 죽임으로써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 문제는 쉽사리 풀리지 않을 것이다. 이 전쟁은 전 세계로 확산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나를 죽여도 변하는 것은 없다"**

가디언에 따르면 빈 라덴의 이번 미디어전쟁은 이미 2주전부터 시작됐다. 빈 라덴의 조직 알 카에다의 전령으로 일하는 야윈 몸매의 아프간인이 2주전부터 파키스탄의 국경 도시 페샤와르에 나타나 현지 언론인들에게 빈 라덴의 ‘기자회견’에 대해 얘기하고 다녔다는 것이다.

그는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 있는 우르두어 신문 아우사프의 편집인 하미드 미르(36)를 접촉했다. 미르는 3년전 빈 라덴의 구술을 받아 그의 전기를 책으로 펴내는 등 이미 그를 몇 차례 만난 바 있다. 또 파키스탄 정보기관 ISI 내의 이슬람 과격파와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등 과격파 운동에 동정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빈 라덴이 믿을 만한 언론인이었다는 게 가디언의 분석이다.

미르는 지난 6일 아프간 수도 카불에 도착했다. 다음 날 아침 그는 빈 라덴과의 인터뷰를 위한 여행길에 나섰으며 그날 저녁, 두 눈을 가리우고 머리에는 담요를 뒤집어 쓴 채 다른 차로 갈아탔다. 그리고 약 5시간 동안 덜컹거리는 비포장 도로를 달린 끝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미르는 공기가 매우 찬 것으로 보아 고원지대인 것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갈색 모직 담요가 벽을 장식한 조그만 방에서 6명의 경호원들이 감시하는 가운데 오랜 시간 빈 라덴을 기다렸다. 이윽고 빈 라덴이 나타나 인터뷰가 시작됐는데, 때는 8일 이른 새벽이었다.
인터뷰는 미르가 영어로 질문을 하면 빈 라덴의 측근인 아이만 알-자와히리가 아랍어로 빈 라덴에 통역하는 형식으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알-자와히리는 이집트 출신의 외과의사로 빈 라덴의 심복이며 알 카에다의 이론가로 활동하고 있는 인물이다.

가디언은 이번 인터뷰로 보아 빈 라덴은 카불에서 80km 이내에 있는 것으로 보이며 아마도 동쪽 파그만 지역의 고원지대에 은신하고 있는 것 같다고 추정했다. 이 신문은 또 미군 첩보기와 첩보위성들이 24시간 이 지역을 감시하고 있는 가운데 외부의 언론인을 끌어들인다는 것은 엄청난 위험을 무릅쓴 것이라며 빈 라덴이 서방과의 선전전에 목숨을 건 것같다고 분석했다. 다음은 빈 라덴의 인터뷰 전문이다.

하미드 미르(이하 -): 지난 10월 7일 알 자지라 TV를 통해 9.11테러가 무슬림에 의한 것이라고 말했는데 어떻게 그걸 알았나?

오사마 빈 라덴(이하 ▲): 미국이 스스로 용의자 명단을 발표했다. 그들은 모두 무슬림이었고 그 중 15명은 사우디 아라비아, 2명은 아랍에미리트연합, 1명은 이집트인이었다. 내가 가진 정보로는 그들은 모두 승객이었지만 미국은 이들이 비행기 납치범이라고 밝혔다.

- 9.11 공격으로 수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죽었다. 그중에는 이슬람교도 수백명도 포함돼 있다. 그런데도 당신은 10월 7일자 성명에서 이에 대해 만족감을 표시했다. 무고한 사람들의 죽음을 이슬람의 가르침으로 정당화할 수 있는가?

***미 국민들, 정부의 학살 막기 위해 궐기해야**

▲ 만일 적이 이슬람 지역을 점령해 민간인을 인간방패로 사용한다면 적에 대한 공격이 허용된다는 게 나의 견해다. 예를 들어 강도가 집에 들어와 아이를 인질로 잡았다면 아이의 아버지는 아이가 다칠 가능성이 있다 해도 강도를 공격할 수 있다.

미국과 그 우방들은 팔레스타인과 체첸, 카슈미르, 이라크에서 우리를 학살하고 있다. 따라서 무슬림들에겐 이에 대한 보복으로 미국을 공격할 권리가 있다. 9.11공격은 여성과 어린이를 목표로 한 것이 아니다. 미국의 군사 및 경제력의 상징물들을 겨냥한 것이었다.

성스러운 예언자께서는 여자와 어린이를 살해하는 것에 반대하셨다. 전쟁중에 죽은 한 여자를 보시고 예언자는 “이 여자가 왜 죽었는가?” 하고 물으셨다. 그러나 13살이 넘은 어린이가 무기를 들고 무슬림을 공격한다면 우리는 그를 죽일 수 있다.

미국인들은 자신들이 미 정부에 세금을 내고, 자신들의 손으로 대통령을 뽑았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또 미국 정부가 무기를 만들어 이를 이스라엘에게 주었고 이스라엘은 이 무기로 팔레스타인인들을 학살했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미 의회는 미 정부의 모든 행동을 승인했으며 이는 미국 전체가 무슬림에 대한 학살에 책임이 있음을 입증한다. 미국인들이 의원들을 선출했으므로 미국 전체가 책임이 있는 것이다.

미국인들은 미 정부가 반(反)무슬림정책을 포기하도록 압력을 가해야 한다. 미국인들은 베트남전 당시 정부에 반대해 궐기한 바 있다. 이번에도 그래야 한다. 미국인들은 정부에 의한 무슬림 학살을 막아야 할 책임이 있다.

- 당신은 미국 국민이 아니라 미국 정부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나?

▲ 그렇다! 우리는 예언자, 무하마드가 내려 주신 사명을 수행하고 있다. 그 사명은 신의 말씀을 전파하는 것이며 학살에 탐닉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자신들은 학살과 파괴의 목표물이 되고 있다. 우리는 단지 스스로를 지키려는 것이다. 방어를 위한 지하드(聖戰)인 것이다. 우리 자신이 안전하지 않으면 미국인들도 안전치 못하리라고 내가 말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이는 미국 어린이들도 이해할 수 있는 아주 간단한 논리다. 너도 살고 나도 살자는 얘기다.

- 이집트 자미아 알-아자르의 최고 성직자가 오사마 빈 라덴과 이슬람은 아무런 관계도 없다는 칙령을 내렸는데, 이에 대해 할 말이 있나?

▲ 제도권 성직자들의 칙령 따위는 내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슬람 역사는 그런 사람들로 가득차 있다. 이들은 유태인의 팔레스타인 점령을 정당화하고 미군의 사우디 점령도 정당화하고 있다. 이들은 개인적 이득을 위해 이교도를 돕고 있다. 하지만 진정한 이슬람 성직자라면 미국에 대한 지하드를 지지한다. 만일 인도군이 파키스탄을 침공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스라엘군이 우리 땅을 점령하고 미군이 우리 영토 안에 있다면 우리는 성전에 나설 것밖에 다른 수가 없다.

***"우리에게도 핵과 화학무기 있다"

- 일부 서방언론들은 당신이 핵과 화학 무기를 취득하려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얼마나 정확한 이야기인가?

▲ 부시 미 대통령의 어제(10월 7일) 연설을 들었다. 그는 오사마가 대량살상무기로 공격할 것이라며 유럽 국가들에 겁을 주었다. 만일 미국이 화학 또는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우리도 화학무기와 핵무기로 보복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선언한다. 우리는 억지력을 위해 이런 무기들을 보유하고 있다.

- 어떻게 그런 무기들을 입수했나.?

▲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자.

-미국의 아프간 공격에 반대하는 시위가 유럽 여러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다. 수천명의 이 시위대들은 무슬림이 아니다. 비회교도 반전 시위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서방에도 선량한 사람들이 많이 있다. 미국 언론들은 이들에게 무슬림에 대한 반감을 고취시키고 있다. 그렇지만 인간의 본성이란 불의를 용납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들 선량한 사람들은 미국의 공격에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보스니아에서는 무슬림들이 유엔의 비호 하에 학살당했다. 이에 대한 항의로 미 국무부의 몇몇 관리들이 사임한 것으로 나는 알고 있다. 20여년전에는 이집트 주재 미국 대사가 지미 카터 대통령의 정책에 항의하며 대사직을 사퇴했다. 세계 곳곳에는 분명 선량하고 문명적인 사람들이 있다. 유태인들의 로비가 미국과 서방을 인질로 잡고 있다.

- 어떤 사람들은 전쟁은 결코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고 말한다. 이 전쟁을 중단시키기 위한 정치적 해결책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 그 질문은 전쟁을 일으킨 사람에게 해야 한다. 우리는 단지 우리를 지킬 뿐이다.

- 만일 미국이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물러나고 알 아크사 사원이 해방된다면 당신은 이슬람국가에서 재판을 받을 용의가 있는가?

▲ 아프가니스탄만이 유일한 이슬람국가이다. 파키스탄은 미국 법을 따르고 있다. 사우디 아라비아도 이슬람국가가 아니라고 본다. 미국이 나를 기소한다면 우리 역시 미국에 대한 범죄사실을 확보하고 있다.

- 파키스탄 정부는 9.11사태 후 미국에 협력하기로 결정했고, 당신은 이를 옳지 않다고 보고 있다. 파키스탄은 미국에의 협력 대신에 무엇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 파키스탄은 국민들의 뜻에 따라야 했다. 미국의 부당한 요구에 굴복해서는 안 됐다. 미국은 우리에 대한 확실한 증거를 갖고 있지 않다. 몇가지 추측만이 있을 뿐이다. 막연한 추측에 근거해 공습을 시작한 것은 부당한 처사이다.

- 미국이 인도와 이스라엘의 도움을 받아 파키스탄을 공격하기로 결정했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 미국이 아프간을 공격해서 얻은 게 무엇이 있나? 우리는 파키스탄 국민과 영토가 외부인에 의해 유린당하는 것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파키스탄을 지킬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페르베즈 무샤라프 장군에게 실망했다. 그는 파키스탄 국민의 다수가 자신을 지지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다수가 그에 반대하고 있다.

부시는 성전(crusade)이란 말을 사용했다. 이 전쟁은 부시가 일으킨 십자군전쟁(crusade)이다. 아프간 형제들의 피로 파키스탄 경제를 살찌우겠다는 것은 결코 현명한 생각이 아니다. 그는 파키스탄 국민과 알라신의 심판을 받을 것이다.

- 프랑스 신문 하나가 당신이 신장질환을 앓고 있으며 작년에 치료차 두바이에 갔다고 보도했다. 정확한 보도인가?

▲ 내 신장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작년에 두바이에도 가지 않았다. 영국신문이 이슬라라마바드발로 내 아들과의 소설같은 인터뷰 기사를 실었는데 걔는 현재 사우디 아라비아에 살고 있으며 모두 거짓말이다.

- 물라 오마르의 딸이 당신 부인이라거나 당신 딸이 오마르의 부인이라는 것은 사실인가?

▲ (웃으며) 내 부인들은 모두 아랍인이다. 내 딸들도 모두 아랍 무자헤딘과 결혼했다. 나는 물라 오마르와 정신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오마르는 이 시대의 위대하고 용감한 무슬림이다. 그는 알라 이외에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와 나는 아무런 개인적 관계가 없으며 그가 내게 빚진 것도 없다. 그는 자신의 종교적 의무를 다하고 있을 뿐이며 나 역시 개인적 고려에 의해 삶을 살아가지 않겠다고 결심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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