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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 민중, 미 공습에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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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 민중, 미 공습에 반발

침묵 지키는 정부와는 대조적

“내게 빵을 주고 나서 나를 죽인다? 그 광경을 생각하니 미칠 것만 같습니다”
이집트 카이로의 한 식당에서 웨이터로 일하고 있는 사예드 압델-가니(39)라는 남자가 미국의 아프간 공습에 대해 한 말이다. 미국이 3만7천개의 식량 꾸러미를 아프간에 투하하면서 동시에 이 나라를 공습한 것을 비꼰 것이다.

미국의 아프간 공습에 대해 대부분의 아랍권 국가들은 아직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이란, 이라크 정부만이 공식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혔을 뿐이다.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대통령은 이번 공습을 아프간에 대한 “침략”이라고 비난했다. 또 이란 외무부의 대변인 하미-레자 아세피는 “세계여론, 특히 회교 국가들의 여론을 무시하고 무고한 아프간인들에게 희생을 입히는” 미국의 공습을 “용납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이집트, 사우디 아라비아 등 대부분의 아랍국가들은 이번 공습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침묵으로 미국의 군사행동을 용인한 셈이다. 이 때문에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이란, 이라크, 말레이시아 정부만이 이번 공습을 비난했을 뿐 “대부분의 회교 국가들이 침묵을 지키고 있다”면서 “아직까지는 아프간 공습에 대한 아랍권의 반발이 표출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회교국 정부와 일반 시민들간의 정서는 사뭇 다르다. 앞에 말한 이집트 남성의 경우처럼 미국 공습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보스턴 글로브는 8일 이번 공습에 대해 “아랍권 및 회교국 정부의 입장 국민 정서 사이에 엄청난 간극이 드러나고 있다‘면서 아랍권 시민들의 반응을 소개했다.

카이로 시내의 한 카페에서 차를 마시고 있던 마푸즈 라마단 살렘(70)이라는 노인은 “나도 무슬림이고 아프간인도 무슬림이다. 물론 나는 이번 공습에 매우 분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들은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이다. 그들이 도대체 오사마 빈 라덴과 무슨 관계가 있단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파키스탄 라호레에 있는 ‘아프간 방위 협의회’의 리아즈 두라나는 “위급한 순간에 형제들을 지원하는 것은 모든 무슬림들의 의무”라면서 “우리는 미국의 침략에 맞서 물질적, 정신적으로 탈레반을 도울 것이다”라고 말했다. 30여개의 종교 및 과격단체들로 구성된 이 단체는 탈레반 정권에 동조하고 있다.

보스턴 글로브는 특히 이슬람 종교 지도자들이 미국 등 대서방 성토에 나서고 있다면서 이들은 무슬림들에 대해 무기를 들고 미국과의 성전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첫 공습 직후 아프간 국경에 위치한 파키스탄 페샤와르에서는 일단의 무슬림들이 “오사마, 오사마”를 연호하면서 “미국이야말로 테러리스트”라고 비난했다.

팔레스타인의 야세르 아라파트 수반이 주도하고 있는 파타운동의 간부인 아마드 그나임은 “이번 공격이 테러리즘과의 전쟁이라는 (미국의 주장을) 이해할 수가 없다. 이번 전쟁은 더 큰 전쟁, 더 큰 불안정으로 이어질 것”이라면서 “미국은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오사마 빈 라덴이 미국의 아프간 공습 직후 제2의 보복테러를 선언한 것도 이같은 무슬림들의 정서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부분의 회교도들은 이슬람권이 서방의 힘에 압도돼 있으며 특히 서방측이 체첸, 보스니아 사태 등에 개입을 늦춰 회교도들의 고통을 방치했다고 믿고 있다.

실제로 빈 라덴이 이끄는 테러조직 알 카에다의 대변인으로 알려진 술래이만 아부 가이스는 “아프간과 오사마 빈 라덴에 대한 전쟁은 곧 이슬람에 대한 전쟁”이라며 무슬림들의 항전을 촉구했다.

미국의 이번 공습을 용인하고 있는 대부분의 회교 국가들도 내심 불안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예컨대 미국의 군사동맹국인 파키스탄 정부는 성명을 통해 이번 공습으로 인한 무고한 인명피해를 최소화할 것과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군사작전이 종결될 것 등을 희망했다.

파키스탄 내의 과격파 회교도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9년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무샤라프 장군이 이번 공습 직전, 쿠데타 동지였던 장성 2명을 포함 대부분의 군 고위장성을 대폭 인사조치한 것도 군내 반발을 예상한 때문이다.

영국 인디펜던트의 중동문제 전문가인 로버트 피스크 기자는 이번 공습으로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정치지형 속에 발을 들여 놓았다고 지적했다. 아프간은 물론 과격파 회교도들의 저항에 직면해 있는 사우디 아라비아, 파키스탄 등이 이번 공습으로 인해 어떤 정치적 격변을 겪을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도 대부분의 회교국들이 아직은 침묵을 지키고 있지만 군사작전이 장기화되거나 민간인 희생자가 다수 발생할 경우 이들 국가들의 반응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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