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TV조선>, 종북 세력 타도하자는 말에 감동"
지난달 28일 서울 청계 광장에서 열린 '종북 촛불 OUT' 집회에 참석한 박창호(남·83) 씨는 하루에 3시간씩 <TV조선>을 본다. "똑똑한 기자들 나오는 프로그램은 다 본다"는 박 씨는 "조갑제 대표가 나와서 평론하는 것도 다 보는데, 특히 종북 세력을 타도하자는 말에 감동한다"고 말했다.
공기업에서 15년간 일하다 정년퇴직하고 중국에서 선교 활동을 20년간 한 박 씨는 "<TV조선>이 보수이기 때문에 민주당이 잘못하는 것을 성토하고 지적하는 것을 듣고 교회에 가서 아줌마들에게 그대로 알려준다"며 "<TV조선>이 야당을 시원하게 까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좋아하는 프로그램으로 <김광일의 신통방통(전 문갑식의 신통방통)>을 꼽았다.
▲ 기초연금 공약 을 원안대로 지키지 못한 데 대한 대통령 사과를 보도하는 <TV조선>. ⓒTV조선 화면 갈무리 |
50대 "<JTBC> 빼고 종편 뉴스는 볼 게 없다"
반면에 야당 성향이 강한 편이라는 주부 김 모(여·55) 씨는 종편 뉴스 가운데 <JTBC> 9시 뉴스만 본다고 했다. 김 씨는 "기초연금 공약 논란 때도 민주당, 새누리당 의원이 한 명씩 나와서 설명하는 식으로 손석희 사장이 한 쪽만 보여주지 않고 양쪽 면을 보여준다"며 "다른 데서 보도하지 않는 촛불 집회도 잘 보도해준다"는 이유를 들었다.
<채널A>와 <TV조선>를 보지 않는 이유로 김 씨는 "거기는 정말 맨날 북한 얘기만 하고, 진보 진영 흠집 내기 외엔 안 한다"고 했다. 그는 "<TV조선>이 특보라고 온종일 내보내는 보도가 중요한 건지도 모르겠다"며 "예를 들어 30일 채동욱 전 검찰총장 관련 보도에서도 임 모 여인의 전 가정부가 임 씨에게서 돈 떼였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그게 그렇게 계속 나올 보도인지 모르겠다. 반면 교학사 교과서 문제가 특보로 중요하게 나오는 건 못 봤다"고 덧붙였다.
김 씨는 "최근 들어 <KBS>나 <MBC> 뉴스를 잘 보지 않는 이유는 뉴스에 깊이가 없고, 날씨처럼 가벼운 생활 뉴스만 너무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공중파 방송의 부진이 종편에 대한 선호도로 이어졌음을 가늠케 하는 대목이다. 그는 "반면 종편 뉴스는 <JTBC> 빼곤 누가 봐도 편파적이어서 답이 없다"며 "<JTBC>도 앞으로 이 정도는 해줘야 계속 보겠다"는 단서를 달았다.
김 씨는 자신을 특별한 경우라고 했다. 그는 "주변 아주머니들 보면 종편을 낮 내내 틀어놓고, 종편 내용을 그대로 흡수한다"며 "이제는 종편도 영향력이 있다. 낮에 식당에 가면 죄다 종편을 틀어놓고 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60대 "나는 속 시원한데, 아들하고 종편 못 봐"
지난달 30일 외국인 관광버스 운전기사로 일하며 대기하는 동안에 탑골공원에서 만난 이준호(남·64) 씨는 직장 동료와 종편 뉴스나 시사 프로그램을 함께 본다. 이 씨는 "내가 일하는 일터에 있는 숙소에서 쉬는 시간에 40~60대 기사 10~20명이 단체로 종편을 틀어놓고 본다"며 "여럿이서 저 앵커 말을 참 잘한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조선일보> 애독자라 공중파 뉴스보다는 종편의 '시사 토론' 프로그램을 주로 본다는 이 씨는 딱히 특정 종편 방송사를 가려서 보지는 않는다고 했다. 다만 이 씨는 "종편에서 말 시원하게 해서 나는 속이 시원한데, 종편이 고정 시청자를 확보했을지언정 그것 가지고는 시청률이 안 늘어난다"고 당부했다.
이 씨는 "시청률을 높이려면 우경화된 종편의 색깔을 조금 희석해서 좌우를 끌어안은 균형 잡힌 시각으로 보도해야 한다"며 "집에 아직 분가하지 않은 30대 아들이 있는데, 나와는 정치 성향이 달라서 가족이 다 앉아서 종편을 보려고 하면 아들은 안 보고 가버린다"고 말했다. 그는 "하다 못해 종편이 오락 프로그램이라도 더 잘 만들어야 온 가족이 보지 않겠느냐"고 아쉬워했다.
▲ 종합편성채널 로고들 |
또 다른 60대 "뉴스는 보도전문 채널로 보고, 종편은 토크쇼만 봐"
직장을 은퇴했다는 서길섭(가명·남·67) 씨는 뉴스는 보도 전문 채널인 <YTN>이나 <뉴스Y>를 통해 보고, 종편에서는 생활 밀착형 프로그램만 본다고 했다. <동치미>(MBN)와 <아주 궁금한 이야기>(MBN), <이영돈 PD의 먹거리 X파일>(채널A)를 주로 본다는 그는 "공중파에서 하지 않는 얘기를 하는 프로그램이 더 눈길이 간다"고 말했다.
서 씨는 "최근에 <동치미>에서 손자·손녀를 보는 할머니 얘기가 (우리 부부에게도) 닥칠 일이라고 생각하니 공감이 간다"며 "<아주 궁금한 이야기>는 우리 나이가 되면 과거를 반추하게 하는 60~70년대 배우가 나오면 반가워서 자꾸 보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형식을 깨지 않으면 종편이 공중파를 이길 수 없다"며 "<이영돈 PD의 먹거리 X파일>도 먹거리는 관심 주제라 챙겨보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종편 뉴스에 대해서 서 씨는 "앵커가 진행하면서 의견을 넣어서 대담하는 걸 뉴스라고 볼 수 없지만, 나도 내 주관이 있으니 보수 언론임을 참작하면서 받아들일 것"이라며 "그런데 아무래도 나이가 있으니 심각한 건(시사 프로그램) 덜 보게 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채동욱 사태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이 채동욱 전 검찰총장에게 혼외 자식이 있는 것 같)고, 기초연금은 어차피 해당이 안 돼서 못 받지만 보편적 복지는 반대한다"고 말했다.
생활 밀착형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호불호는 갈렸다. 서 씨와는 달리 김 모(여·55) 씨는 종편 토크쇼에 대해 "너무 자극적인 이야기가 많아서" 안 본다고 말했다. 그는 "유명인이 고부 갈등을 얘기하는데, 며느리와 시어머니가 같은 공간에 있지도 못할 관계로 말하는 게 불편하다"고 했다.
20대 "시사 프로그램, 인상 비평이 너무 많아"
젊은층은 대체로 시사와 예능을 접목한 JTBC의 <썰전>에 호의적이었다. 직장인 정성아(여·38) 씨는 "시사 이슈에 관심은 있지만 신문이나 방송 뉴스를 챙겨보는 편은 아니"라며 "그렇다고 <100분 토론> 같은 걸 보기에는 너무 무겁고 <썰전>을 주로 본다"고 말했다. 정 씨는 "<썰전>에서 신변잡기도 많이 나오지만, 시사 이슈를 알기 쉽고 듣기 편하게 핵심 쟁점에 대해서만 얘기해주니 흐름도 따라가고 재미도 있다"고 말했다. 직장인 조규정(남·37) 씨도 "정부가 하는 일이나 정치 싸움에 질린 나도 <썰전>은 자주 보는 편"이라고 말했다.
채널을 돌리다가 잠깐씩 종편을 본다는 대학생 안수현(가명·남·27) 씨도 "종편 예능 프로그램은 대충 50대를 겨냥한 것 같아서 안 본다"며 다만 "여야 인사를 앉혀놓고 하는 시사 프로그램은 양쪽이 무슨 얘기하는지 궁금해서 보고, 강용석과 이철희를 캐스팅한 JTBC의 <썰전>은 정치와 예능을 결합한 프로그램이니 그럭저럭 본다"고 말했다.
안 씨는 전문가를 초빙한 시사 프로그램은 '인상 비평'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석기를 홍길동에 비유하고, 남재준을 이순신에 비교해 인상 비평하는 사람들을 전문가라고 앉혀 놓는 식이 선정적이고 눈 끌기는 좋은데 바람직하지는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안 씨는 "앵커 멘트를 들어도 시청자들을 어디로 끌고 가려는지 뻔히 보인다"며 "보수 진영이 진보 팟캐스트를 들으면 내가 가지는 느낌이 들겠다 싶다. 그런데 방송은 (정치색 측면에서) 신문이나 팟캐스트와는 달라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종편 여론 조사 결과…남겨진 과제는? 더 큰 규모로 진행된 여론 조사에서도 비슷한 지적들이 많았다. '민주당 미디어 홍보 지원 특별위원회'가 지난 2일 여론 조사 기관 '리서치뷰'에 의뢰해 성·연령·지역별 비례 할당을 통해 무작위로 추출한 전국의 성인 휴대전화 가입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 조사 결과를 보면 그렇다. 조사 결과 응답자들은 종편의 긍정적인 측면으로 '다양한 채널'(22.9%)을 꼽았다. '시사 문제를 잘 설명한다'는 답도 21.2%를 차지했으며 '보수적인 성향이 명확하다'는 대답도 12.6%였다. 종편의 부정적인 측면으로는 '편파 방송'이 45.1%로 1위를 차지했고, 그 뒤를 '막말 저질 방송'(18.2%), '획일적 프로그램'(17.2%) 등이 이었다. 부정적인 응답들은 종편 채널이 외연 확장을 위해 안고 가야 할 숙제로 남은 셈이다.
|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