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 조합원들은 29일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기륭전자 앞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기륭전자(현 기륭이앤이) 사측에 노사 합의 이행과 생산 라인 설치, 체불 임금 지급, 경영 투명성 보장 등을 촉구했다.
2010년 노사가 국회에서 노조원 10여 명 복직에 합의한 이후 지난 5월 2일 첫 출근을 한 기륭전자분회 조합원들은 "8년 만에 첫 출근을 했지만, 기쁨은 잠시였고 회사가 업무 배치를 하지 않아 회의실에서 4개월째 업무 대기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프레시안(김윤나영) |
기륭전자분회는 "회사는 경영이 안정되면 생산 라인을 가동할 것이니 기다리라고 했지만, 소액 공모, 전환 사채 발행 등을 통해 자금 19억 원을 유치한 후 노동조합에 아무런 생산 계획도 밝히지 않고 있다"며 "4대 보험에 미가입하고 임금을 체불하는 등 실질적인 합의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소연 전 기륭전자분회 분회장은 "회사가 7월부터 재무팀 직원과 상무 이사를 채용했고, 8월 28일에는 운전 기사가 면접을 보러 오는 상황"이라며 "사람 뽑을 돈은 있으면서 임금을 체불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기륭전자는 최동열 회장이 2008년 공장 부지를 매각한 이후 2012년 중국 공장, 기륭 신사옥 건물을 매각해 현재 고정 자산이 거의 없는 상태다. 2005년 전체 500여 명이었던 노동자 대부분이 퇴사했으며, 남은 직원은 복직한 기륭전자분회 조합원을 제외하고 대여섯 명에 불과하다.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수천만 원 임금을 체불당한 퇴사자 일부는 회사를 상대로 임금 체불 소송을 제기했으며, 사측은 체불 임금의 30%를 현금으로 지급하고 70%를 출자 전환하는 안을 노측에 제시했다. 사측은 최근에는 90% 무상 감자를 결정하기도 했다.
기륭전자분회는 "회사가 9월 9일 주주총회에서 이사 3명을 선임하고 회사명과 사업 목적을 변경한다고 공시했으며, 회사에 투자자들이 들락거리는데도 회사는 투자 업체를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며 "기륭전자의 투명하지 않은 경영은 소액 주주들에게도 피해를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륭전자분회는 "실질적 생산 활동은 전무한데 회사 주식이 널 뛰듯 오르락 내리락하고 있으며, 기륭전자가 정상적인 회사 활동을 한다고 보기엔 많은 의혹이 있다"며 "최동열 회장은 투명한 경영과 사회적 합의를 이행해 더 이상의 의혹과 피해가 없게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륭전자는 '비정규직 투쟁'의 상징처럼 여겨져 왔다. 2005년 4월 '문자 해고', '잡담 해고'에 반발한 기륭전자 정규직, 파견직, 계약직 노동자들은 같은 해 7월 노동조합을 결성했으나, 차례로 계약 해지를 당했다.
2005년 8월 노동부가 "기륭전자는 불법 파견 사업장"이라고 판정한 이후, 기륭전자 노동자들은 1895일 동안 단식, 삭발, 포클레인 고공 농성 등을 벌인 끝에 2010년 11월 국회에서 '비정규직 조합원 10명 직접 고용 및 복직'이라는 노사 합의를 이끌어낸 바 있다.
한편, <프레시안>은 기륭전자 사측과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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