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5시 30분께 울산 삼성정밀화학 공장에서 물탱크가 터지면서 3명이 숨지고 12명이 크게 다쳤다. 특히 사망자 가운데 하청업체 소속인 노 모(21)씨는 방학 동안 생활비를 벌고자 아르바이트에 나선 대학교 2학년생이어서 주변의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날 사고는 삼성정밀화학이 미국 회사인 SPM과 합작한 폴리실리콘 공장 신축 공사 현장에서 시험 중이던 1400톤짜리 소방용 물탱크가 터지면서 발생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이 물탱크에 1300톤의 물을 주입하는 과정에서 탱크 하단부의 볼트 상당수가 두 동강으로 부러져 탱크가 무너졌다.
이 사고로 물탱크 주변에서 작업하던 노동자 15명이 탱크에 깔렸으며, 일부는 한꺼번에 쏟아진 물에 쓸려나갔다. 사망자는 삼성엔지니어링 소속 최 모(52) 씨, 하청업체인 다우테크 소속 노 모(21) 씨, 같은 업체 서 모(45) 씨 등이다.
울산의 한 대학교 2학년생인 노 씨는 방학을 맞아 생활비를 스스로 벌어 부모님의 부담을 덜고자 삼성정밀화학 공사장에서 일을 시작했다. 유족들은 고인이 오전 5시 30분에 집을 나서서 오후 5시에 돌아왔으나, 최근에는 작업량이 늘어나 야근을 하거나 주말에도 일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그밖에도 다우테크 소속 정 모(27) 씨, 최 모(28) 씨 등 4명이 중상을 입었으며, 하청업체 신성이엔지 소속 황 모(36)씨 등 8명이 경상을 입었다. 중상자 가운데는 상태가 위중한 사람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사고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사망자와 부상자에게 죄송하다"면서 "소방용 물탱크에서 누수 현상을 발견해 보수하는 과정에서 볼트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해 탱크가 터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사고 직후 "부상자가 5-6명"이라고 발표했다가 경찰이 부상자가 12명이라고 밝히자 사상자 수를 정정했으며, 사고 현장에 취재진 접근을 통제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27일 성명을 내 "사고 이틀 전부터 물탱크 4곳에서 물이 새고 있었으나 삼성정밀화학이 테스트 작업을 강행했고 인근에서 작업하던 노동자를 대피시키지 않았다"며 이번 사고를 "기업에 의한 살인"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삼성정밀화학은 지난 4월 염소가스 누출 사고가 발생했고 5월에는 플랜트 건설노조 울산지부가 추락 방지망 시설 등 기초적인 안전시설조차 없는 현장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으나 개선이 전혀 안됐던 현장"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노총은 △사고 조사에 노동자 참여 보장 △삼성정밀화학에 대한 전면적인 특별 조사 실시와 엄중 처벌 △산재사망 처벌강화 특별법 제정 △하청 노동자의 산재에 대한 원청 책임 강화 △하청 노동자의 명예산업안전감독관, 산업안전보건위 구성 등 참여권 보장 등을 요구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한정애 민주당 의원도 28일 보도자료를 내고 "삼성엔지니어링은 스스로 유해·위험방지를 잘하고 있다며 2011년 고용노동부로부터 자율안전관리업체로 선정돼 확인 검사를 면제받는 특혜를 받았다"면서 "그런 업체가 인근 작업자를 대피시키는 가장 기초적인 안전조치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 의원은 "스스로 초일류라고 자랑하는 재벌그룹 삼성의 계열사인 삼성엔지니어링의 안전 의식은 그야말로 삼류"라고 비판하며 "고용노동부는 특히 산재가 다발하는 업종인 건설업에서만큼은 자율 안전관리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울산남부경찰서는 원청사인 삼성엔지니어링과 물탱크 제작사인 다우테크 관계자 등을 상대로 업무상과실치사상 여부를 수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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