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의 "금융 수수료 현실화", "금융 규제 완화" 발언이 파장을 낳고 있다. 금융 소비자를 보호해야 할 금융감독원장으로서 부적절한 발언을 했을 뿐 아니라, 그 발언 자체도 월권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앞서 최수현 금감원장은 지난 16일 기자들과 만나 "(금융사의 경영 악화를 막기 위해) 적정한 금융 수수료를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 금감원장은 또한 "오는 25일 KB금융지주 등 7개 금융지주사 회장과 만나 수익 창출을 위한 해법을 논의키로 했다"고 말했다. 금감원이 '금융 감독' 대신 '금융 수익'을 논하겠다는 것이다.
최 금감원장은 "보험사 등을 중심으로 (금융) 규제를 완화하겠다"고도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유동성 및 위험 기준 자기 자본(RBC) 규제를 완화하고 보험사의 해외 진출 관련 규제와 외국환 거래 기준도 풀어주는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최 금감원장이 '수수료 현실화'를 언급한 후, 이를 빌미로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에서 수수료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수수료 모범 규준'을 자체적으로 만들라는 것이지만, '현실화' 발언이 사실상 인상 허용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소비자 보호해야 할 금감원장이 금융 자본 대변하나"
그러나 최 금감원장의 인식과는 달리, 한국의 금융 수수료가 이미 높은 편이라는 반론도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두 민주당 의원은 18일 SBS 라디오 <서두원의 시사초점>에 출연해 "(OECD 국가의) 카드 수수료는 평균 1.5%인데, 우리나라는 그 2배인 3.2%"라며 "우리나라 금융권의 경우는 금리에서 얻는 수익이 (전체 수익에서) 굉장히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이 '수수료 현실화, 규제 완화' 등을 고려하는 등 금융 감독을 넘어 금융 정책에까지 관여하는 것은 월권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기식 민주당 의원은 이날 보도 자료를 내어 "감독 기구인 금융감독원의 책임자가 법률과 정관으로 규정된 업무 범위를 벗어나 금융 산업 육성 정책을 발표하고 나아가 규제 완화를 거론하고 있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현행 금융위원회법과 금감원 정관을 보면, 금융감독원의 업무로는 위임된 감독 업무만 규정됐을 뿐 어디에도 금융 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을 담당한다는 내용은 없다는 것이다.
금융 소비자를 보호해야 할 금감원장이 금융 자본을 옹호하는 발언을 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김 의원은 "최수현 원장이 오는 25일로 예정된 7대 금융지주 회장들 면담을 앞두고, 갖가지 규제 완화책을 나열하며 '감독'이 아니라 '정책'을, '금융 소비자 보호'보다 '금융 산업의 육성과 발전'을 강조하고 나섰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대내외 금융 불안 요인이 커지고 있고, 금융 위기 재발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며 "이런 상황에서 '규제 완화'를 대안으로 제시하는 것, 더욱이 금융감독원이 먼저 주장하고 나서는 것은 매우 부적절한 일"이라고 우려했다.
투기자본감시센터도 이날 논평을 내고 최 금감원장의 발언에 대해 "건전한 신용 질서와 공정한 금융 거래를 위해 금융 기관을 감독할 목적으로 설립된 금융감독원의 원장으로서 결코 해서는 안 되는 언행을 했다"며 "탐욕스러운 금융 자본의 입장만을 대변한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최근 2년여간 금융 수수료가 동결되거나 인하된 이유는 금융 수탈에 분노한 금융 소비자들이 '여의도 점령'이라는 직접 행동의 결과로 쟁취한 작은 성과"라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2011년 미국의 월스트리트는 물론, 전 세계 1800여 도시에서 함께 진행된 '점령 운동'은 탐욕스러운 금융에 분노한 대중의 공격이었다"며 "금융 수수료 인상은 (또다시) 대중의 공분을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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