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씨는 1950년 충청북도 영동에서 3남 2녀 중 둘째 딸로 태어났다. 그 시절 딸들이 대개 그랬듯,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탓에 임 씨는 중학교만 졸업하고 더는 공부를 할 수 없었다. 대신 그는 학교에 다니는 남동생 3명의 뒷바라지를 했다.
결혼한 후에는 남편과 자식 뒷바라지를 했다. 임 씨 부부는 서울에 올라와 작은 식당을 열었지만, IMF 구제금융 한파를 피해가지 못했다. 1998년 식당을 정리하고 나이 48세에 임 씨는 홍익대학교에 청소 노동자로 취직했다.
그런 그가 대통령 취임 100일을 하루 앞둔 3일 청와대 인근 청운동 주민센터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편지를 썼다.
▲ 홍익대학교 청소 노동자인 임정복 씨가 3일 또래 여성인 박근혜 대통령에게 쓴 편지를 낭독하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
편지를 낭독한 임 씨는 "어린 시절 청와대에서 부유하게 잘 배우고 좋은 거 먹으며 사는 당신을 보며 같은 시대를 살지만 참 다른 삶을 사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라며 "청소 노동자로 노년을 맞이하는 나는 어느 날 우리나라의 초대 여성 대통령이 돼 다시 청와대에서 살고 있는 당신을 보게 됐습니다"라고 운을 뗐다.
그는 "비슷한 시기에 태어나 학교를 다니고 비슷한 모습으로 나이를 먹어가고 있는 우리는 같은 국민이고 같은 시대를 산 여성이라고 생각합니다"라며 "그래서 당신이 우리 여성 노동자들의 삶을 대변하고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정치를 해주길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1950년대에 태어나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우리나라를 좀 더 잘사는 나라로 만들고자 국민 모두 산업 역군으로 열심히 일했습니다"라며 "그 힘든 시절을 보냈던 사람들이 지금 대접받으며 편하게 노후를 보내기는커녕 여전히 곳곳에서 힘들게 일하고 비정규직이라는 이름으로 설움을 받고 있습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우리 청소 노동자들은 더 그렇습니다"라며 "우리는 노동조합이라는 것을 만들고 조금은 나아졌지만, 그렇지 않은 노동자들은 화장실 한편에서 찬밥에 물을 말아 소리 없이 식사를 하며 일하고 있을 겁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당신이 살고 있는 청와대에도 청소하는 분들이 있겠지요? 그분들이 하루라도 없다고 생각해주십시오. 아마 청와대 곳곳이 더럽고 화장실도 지저분해질 게 뻔합니다"라고 말했다.
임 씨는 "당신이 후보 시절 상시 업무를 하는 사람들을 정규직화하겠다고 공약하고, 국민 행복 시대를 만들겠다고 한 약속을 기억합니다"라며 "청소 노동자도 국민입니다. 세상 곳곳을 깨끗이 청소하는 우리 노동자들이 비정규직이 아닌 정규직이라는 이름을 달고 일할 수 있도록 후보 시절의 약속을 꼭 지켜주시길 바랍니다"라고 강조했다.
▲ 한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인 박근혜 대통령 취임 100일을 하루 앞둔 3일 공공운수노조·연맹 소속 여성 노동자들이 청와대 인근 청운동 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프레시안(최형락) |
임 씨를 비롯한 청소 노동자, 병원 노동자,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등 공공운수노조·연맹 소속 여성 노동자들은 이날 청와대 인근 청운동 주민센터에 모여 '대한민국 여성 노동자의 오늘'을 증언했다.
이 자리에서는 임 씨 외에도 △제주의료원에서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다가 2년간 집단 유산을 하고 선천성 기형아를 낳은 간호사 △하루 12시간씩 일하고도 한 달 월급이 120만 원으로 최저임금도 채 못 받는 요양보호사 △'시간제' 일자리로 전환하라고 강요받는 학교 도서관 비정규직 사서 등의 증언이 이어졌다.
여성 노동자들은 저임금·불안정 일자리에 내몰려 있다고 호소하며 특히 박근혜 대통령의 '시간제 일자리' 발언을 비판했다.
정인용 공공운수노조 학교비정규직본부 경기지부 사무국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여성을 중심으로 '시간제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고 말한 이후로, 학교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주 15시간 이하 근무를 강요하고 있다"며 "부산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방과 후 코디들은 '시간제'를 거부하면 대량 해고됐다"고 비판했다.
10년째 학교에서 비정규직 사서로 일하는 정 사무국장은 "10년 전 내 월급이 100만 원이었는데 지금도 월급이 100만 원"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단시간 노동자'가 된다면 '생활 임금'을 받을 수 없다고 이들은 호소했다.
공공운수노조·연맹 소속 여성 노동자들은 "우리는 비정규직 일자리를 거부한다"며 "여성 노동자에게는 고용 불안 걱정 없이 생활할 수 있는 임금을 받으며 일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프레시안(최형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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