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유행가 가사처럼 눈물로 쓴 사퇴 선언을 했다. 지난 21일 오 시장의 눈물바람은 서울시 시민들보다 정부와 여당을 더 동요케 했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22일 남은 기간 오 시장을 전력 지원 하겠다면서도 "투표율이 33.3%가 안 될 경우 책임져야 할 사람은 서울시장이 아니라 민주당"이라며 "민주당의 행태는 투표 참여자를 나쁜 사람으로 매도하는 반 헌법적, 반 민주적 작태"라고 비난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 역시 "광역단체장이 하는 일에 왈가왈부할 수 없다"면서도 "대통령에게 부담이 될 수 있고 여당 내 갈등이 표면화될 가능성 등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정부와 여당은 오 시장이 혹시 사퇴하더라도 이번 10월 26일 재보궐 선거가 아닌 내년 4월 총선 때 서울시장 선거가 진행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사퇴 날짜를 못 박지 않은 오 시장이 9월 말까지만이라도 '버텨주기'를 고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과도한 업무(?)에 시달려 불안정한 상태를 보이고 있는 오 시장이 과연 한나라당의 기대대로 움직일지 미지수다.
이들의 걱정은 벌써 수면 위로 나타났다. 트위터에서는 이미 차기 서울시장 후보 논의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 추천후보를 www.kopoll.com에 올려 '웃자고 하는 서울시장 온라인 가상투표'를 진행하기 위해 '만약에 오세훈 시장이 시장직을 그만두면 다음 시장은 누가 가장 적합할까요?'라며 서울 시장 추천 후보를 받고 있다.
명단에 오른 후보는 15명으로 현재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후보는 민주당 정봉주 전 의원(35표)이다. 'BBK 스나이퍼 한 번 믿어보고 싶다'는 게 추천 이유다. '그냥 당신이 해라'라는 기타 의견과 함께 23표를 받은 <딴지일보> 김어준 총수가 2위.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오 시장과 3500표차로 낙선한 민주당 한명숙 상임고문이 22표로 3위, 그러나 '이젠 더 큰 일을 하셔야 할 듯'이라는 기타 의견이 있다.
일단 송파구청장부터 하라는 충고와 함께 <시사인> 고재열 기자가 16표를 얻어 4위를 기록했고, '순악질 여사'란 애칭과 함께 MBC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을 진행하던 개그맨 김미화 씨가 5표를 얻어 5위를 했다. 이미 '국민누나'가 된 배우 김여진 씨가 3표를 얻었고, '개강에도 불구하고 강추(강력 추천)'이라는 지지를 받은 성공회대학교 신문방송학과 탁현민 겸임 교수가 '서울을 유쾌한 도시로 만들어 줄 인재'라며 2표, '경원 누나 완전 하고 싶을 듯'이라며 한나라당 나경원 최고위원이 1표를 얻어 뒤를 이었다.
노무현 재단 문재인 이사장도 추천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으나 서울시장보다 더 큰 일을 해야 한다는 이유로 표는 받지 못했다. 2006년과 2010년 연이어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고배를 마신 민주당 이계안 전 의원도 무표이긴 하나 후보로 이름을 올렸는데 이유가 '민주당 소속이긴 하지만 그 누구보다 서울에 대해 공부한 사람'이라며 '적어도 서울시 공무원 수도 모르는 한명숙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평가가 곁들여졌다.
재미있는 기타 의견으로 주의를 끄는 후보도 있다. 6.2 지방선거 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나와 일부 기대와는 달리 저조한 득표를 보였던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에게는 '될까요?'라는 꼬리표가 붙었고, '이 아저씨가 누구?'라는 기타 의견이 있긴 하지만 2006년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 때 당시 오세훈 전 의원의 참여로 중도 포기를 했던 한나라당 박진 의원도 이름을 올렸다.
또 MBC의 현 사장과 전 사장이 나란히 서울 시장 후보로 추천 됐다. 김재철 사장은 기타 의견으로 '출근 안하는 이유가 서울시장 출마 중이라던데'라며 창주, 진주 통폐합으로 사퇴서를 제출했던 김 사장의 행적을 비꼬았고, 엄기영 전 사장은 '강원도 도지사 실패 후 만회?'라며 그의 정치적 욕심을 꼬집었다. 반면 '강원도의 한을 서울에서 풀자'는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도 거론됐지만, 그는 '박연차 사건' 유죄 판결로 10년간 공무담임권과 피선거권을 물론 선거권까지 박탈당한 상태다.
서울시장 연임 1년 만에 2012년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하고, 8월 24일 주민투표 독려 1인시위를 하더니, 결국 서울시장직까지 걸었다.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과연 시장직을 걸만한 일인가에 대해서는 한나라당과 야당 모두 오 시장의 과한 행동이라는 평이다. 무상급식이 망국적 포퓰리즘이라던 그가 이렇게까지 무리수를 두는 것이야말로 '망국적 포퓰리즘' 아닌지 되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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