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현지 시각) <워싱턴포스트>는 "인터넷의 미래를 놓고 벌이는 전쟁에서 다음 전투는 (미국 의회 로비 단체 사무실이 몰려 있는) '케이 스트리트'(K Street)에서 벌어질 것 같다"고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마크 로저스 공화당 하원의원과 더치 루퍼스버그 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공동 발의했던 '사이버 정보 공유 법안'(CISPA)이 다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CISPA는 지난해 4월 미국 하원에서 통과됐지만 백악관이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밝히는 등 논란이 커지면서 사장된 바 있다. 이 법이 통과되면 미국 정부는 사이버 보안 위험이 제기됐을 때 민간 인터넷 기업에 이용자 정보를 무한대로 요청할 수 있어 사생활 침해가 광범위하게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약 1년 새 상황이 조금 바뀌었다. 최근 미국 정부나 민간 기업 홈페이지를 겨냥한 해킹 공격이 심해지고 있고, 공격의 상당수가 중국에서 나왔다는 것이 미국 측의 주장이다. 지난해 CISPA에 거부감을 보였던 오바마 행정부는 사이버 법안을 강화하는 행정명령을 준비하는 등 태도에 변화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CISPA 반대 운동을 펼쳤던 사생활 보호 지지 단체들의 거부감은 여전하다. 정치권에서는 CISPA 조항에서도 정부가 과도하게 개인의 정보를 침해하면 고소할 수 있게 하는 등 개인 정보를 보호할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며 설득에 나섰지만 요지부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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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통제 욕망과 기업의 돈 욕심 맞물린 CISPA
지난 9일 미국 시민단체 '파이트 포 더 퓨처'(Fight for The Future)는 CISPA 입법에 반대하는 청원 운동을 시작해 3일 만에 3만 명이 넘는 이들의 서명을 받았다. 국제 해커 그룹 어나니머스는 오바마 대통령의 신년 국정연설 인터넷 생중계 화면을 공격하겠다고 위협하고 나섰다. '월가 점령' 시위대도 개인 정보 보호 운동을 벌이겠다고 나서는 등 CISPA에 대한 반발은 커지고 있다.
이들 단체는 CISPA가 통과되면 이 법으로 정부가 얻게 될 권한이 사생활을 보호하는 다른 모든 법을 초월하게 된다고 경고한다. 정치권에서는 "정부가 당신의 이메일이나 트위터, 페이스북을 들여다본다는 게 아니다"라고 설득하지만 사람들은 정부가 사이버 보안 위험을 명분으로 자신의 개인 정보를 낱낱이 파악할 수 있다는 불안을 안고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CISPA가 개인에 대한 불합리한 수색을 금지한 수정헌법 4조를 위반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CISPA는 인터넷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고픈 정부와 개인의 정보로 돈을 벌려는 민간 인터넷 기업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결과이기도 하다.
지난해 추진됐던 온라인상의 저작물 보호 법안 '인터넷해적행위방지법'(SOPA)에 거부감을 드러냈던 페이스북 등 인터넷 기업들은 CISPA에 우호적인 편이다. 사이버 보안 위협에 대처하는 정부 활동에 도움을 준다며 개인 정보를 더 적극적으로 수집할 명분이 생기기 때문이다. 개인 정보로 파악되는 이용자들 각각의 기호와 취향이 검색 광고 등 기업의 수익과 직결되기 때문에 기업들이 유혹에 빠질 가능성은 더욱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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