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전 사장의 임용을 추진했던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진은 이날 서울대 사회학과 홈페이지에 '황창규 박사 초빙교수건과 관련한 사회학과 교수진의 입장'이라는 글을 올렸다. 교수진은 이 글에서 학교 본부에 황 전 사장의 초빙교수 임용과 관련한 제반 행정 절차 중단을 요청했고, 학칙에 따라 임용 백지화와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고 밝혔다.
▲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 ⓒ연합뉴스 |
교수진은 또 "이번 사태를 지켜보면서 우리는 임용 반대에 나섰던 학생들에게 유감의 뜻을 표한다"며 "교수들과의 허심탄회한 내부 논의의 과정을 밟지 않은 채, 학생들은 언론에 돌연히 성명서를 발표함으로써, 문제를 기습적으로 쟁점화함으로써 학과 내부의 민주적 소통 과정과 기초적 신뢰를 훼손시켰다"고 비난했다.
교수들은 초빙교수가 1년 단위로 계약되는 한시적 지위로, 임용 결정이 학생들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사안이 아니라고 밝히면서 한편으로 학생들의 성명에 대해 "황창규 박사의 초빙을 '노동을 버리고 자본의 편에 서는' 것으로 읽어내는 시선으로는 사회학을 결코 20세기의 낡은 패러다임으로부터 구제할 수 없다는 인식을 분명히 해두고자 한다"고 비판했다. (☞황창규 전 사장의 초빙 교수 임용 논란 관련기사 보기)
반올림 "교수진, 사실 왜곡해"
교수진의 이러한 입장을 전한 일부 언론들은 삼성 백혈병 피해자들이 산업재해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소송이 진행되고 있고, 의학적으로도 반도체 공정과 백혈병 발병 사이의 연관성이 입증되지 않았음에도 일부 학생들이 '노동과 자본'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로 이번 사태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희귀병을 얻은 노동자와 활동가들은 황 전 사장이 삼성 백혈병 문제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사람이라며 교수진이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피해 노동자들의 산업재해 인정을 요구하는 법적 소송을 벌이고 있는 단체 '반올림'은 21일 성명에서 "황창규 삼성전자 전 사장은 2004년 1월부터 2008년 5월까지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을 역임한 자로, 최초로 삼성반도체 백혈병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 계기인 고 황유미 님의 발병(2005년 8월 발병)과 죽음(2007년 3월 사망)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인물"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또 황 전 사장이 명성을 얻게 된 '황의 법칙'(반도체 메모리의 집적도가 1년에 2배씩 늘어난다는 이론)에 대해 "삼성 반도체의 성공 신화를 만들어낸 삼성전자와 관련 업계에서는 자랑일지 모르지만, 엄청난 생산 속도 경쟁으로 노동자들을 일하는 기계로 만들어 장시간 노동과 성과 경쟁, 차별 경쟁을 불러일으켰다"고 지적했다. 피해 노동자들은 반도체 공장 안에서 과도한 물량을 처리하기 위해 안전 수칙을 지키지 못했다고 증언한 바 있는데, 황 전 사장이 이에 대해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다.
반올림은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진은 '학생들의 편협한 시각', '사회학의 열린 자세', '언론 쟁점화에 앞선 사회대 교수진과의 논의'를 운운하며 학생들의 문제 제기에 유감을 표명하기에 앞서 왜 이런 논란이 빚어지게 되었는지의 근본 원인, 즉 삼성전자 집단 직업병 발병의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책임자의 교수 임용 문제가 왜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었는지를 먼저 숙고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측은 이미 수년 전에 회사를 떠난 황 전 사장의 임용 문제에 대해 언급하기 조심스럽다는 태도를 취했다. 황 전 사장 임용 논란의 핵심이 된 삼성 백혈병 문제에 대해서도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재 백혈병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노력이 진행 중이어서 추이를 지켜봐야 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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