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된 박근혜 당선자에 대한 외신들의 주목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 뉴욕주 소재 바사르 칼리지에 재직하는 문승숙 사회학과 교수는 박근혜 당선자가 여성의 지위 향상에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해 눈길을 끌고 있다.
문 교수는 22일(현지시간) <CNN>에 기고한 칼럼에서 대선 유세 기간 동안 새누리당이 여성 대통령의 탄생을 남성 지도자들의 권력 투쟁으로 부패한 정치권의 개혁과 혁신으로 홍보했다며 "역사적 사회적 맥락 없이 박근혜의 집권을 바라보면 긍정적인 사회 변화의 신호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문 교수는 이러한 변화가 남아 선호사상으로 낙태가 빈번하던 1990년대보다는 진일보한 것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박근혜 당선자의 '젠더 정치'는 모순과 역설로 이뤄져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먼저 박 당선자의 정치적 위상은 여성이라는 특징보다는 부친인 박정희 대통령으로부터 이어진 정치적 자산에 의해 유지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1997년 IMF 사태 이후 박정희 시대에 대한 향수가 커져갔고, 이에 맞춰 박근혜가 정치 인생을 시작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박정희 유신정권에서 박 당선자가 퍼스트 레이디 역할을 수행했다는 점을 소개하면서 육영수 여사가 암살당한 경험은 박 당선자가 주요 역사적 사안과 현안에 대한 시각에서 부친의 시각을 답습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진보 유권자들에게 박근혜를 새 여성 지도자의 상징으로 보기에는 박정희의 영향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문 교수는 또 박 당선자가 그 동안 여성이나 사회적 소수자들의 권리를 향상시키기 위한 정책을 지지하거나 여성 리더십을 선보인 기록이 없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세간에 박 당선자는 소통하는 능력이 부족하고 서민들의 힘든 삶에 공감하는 능력이 결여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수층이 주장하는 박 당선자의 침착함과 원칙주의 역시 여성 리더십과 연계되는 것은 아니다. 선거 캠페인에서 '여성'을 강조한 것은 승리를 위한 수사에 그쳤다는 것이다.
문 교수는 마지막으로 박 당선자는 영국의 마가렛 대처, 이스라엘의 골다 메이르, 인도네시아의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미 공화당의 사라 페일린과 마찬가지로 성평등을 우선시하는 정책을 거의 펼치지 않았던 보수 혹은 진보 정당에 의해 내세워진 여성 정치인 사례를 반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 교수는 "박근혜는 강력한 남성 지도자의 딸, 아내, 혹은 여동생으로서의 여성 지도자 모델에 순응한다"며 "이는 특히 가부장적 사회에서 높은 사회적 신분이 여성성을 무시하는 현상을 드러낸다"고 밝혔다. 여성 정치인의 당선이 최근의 대중적 감성을 반영하고 모든 여성이 남성과 평등하게 공직에 종사할 수 있다는 상징이 될 수는 있지만 현실을 고려하면 여성과 사회적 약자의 권익 향상이 아닌, 대중적 지지를 모으는 포장에 불과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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