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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를 믿고 싶다

[한반도 브리핑] 새 정부의 대북정책에 드는 의문과 우려

대선이 마침내 끝났다. 세계 60여국에서, 그리고 동북아 6개 역내국이 사상 초유로 비슷한 시기에 권력이동 또는 선거를 치렀는데, 한국이 대미를 장식했다.

새누리당의 재집권은 다른 무엇보다 악화일로의 남북관계와 동북아에 드리워지고 있는 불안한 국제정세를 생각하면 참으로 안타까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지난 5년간 남북관계를 파탄으로 이끈 장본인들이기에 당명을 교체하고, 옷을 바꿔 입는 정도로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박근혜 당선자가 이명박정권의 대북정책이 잘못되었다고 규정하고 변화를 약속하고는 있다. 소위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새로운 한반도' 건설을 내세우면서 단절된 남북관계를 회복하겠다고 말한다. 그의 이러한 공약은 과연 이루어질 수 있을까?

신뢰 프로세서는 작동할 것인가?

▲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프레시안(최형락)
박근혜 당선인의 대북정책 키워드는 '신뢰'다. 북한이 믿을만한 국제사회의 일원이 된다면 남북한 교류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의 비핵화를 전제조건으로 내세우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명박정부의 선핵폐기론보다는 유연하다고 할 수 있으며, 관계개선을 위해 남북정상회담을 약속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신뢰를 회복해야'라는 부분이 언제든지 전제조건화 될 수 있다는 점이 걱정이다. 또한 천안함, 연평도, 그리고 금강산 피격사건에 대한 북한의 사과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부분은 최근 장거리로켓을 발사하는 등 북한의 행태를 감안하면 이뤄지기 매우 힘들다.

결국 북한의 개과천선을 전제로 내세웠던 이명박정권의 '비핵·개방·3000'이 재현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특히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해서도 대화보다는 군사력 증강을 통한 억지력 중심으로 대처하겠다는 것도 긴장완화보다는 군비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므로 대북정책의 큰 방향만 던지고, 세부 실천사항이나 로드맵이 부재한 것은 단순한 누락이라기보다, 북한의 행동이 변하지 않으면 한 발짝도 전진하기 어렵다는 것을 스스로 시인하는 것이기도 하다. 물론 이산가족 상봉을 정례화하고, 국군포로를 송환하며, 서울과 평양에 교류협력사무소 설치하는 등의 구체적 방안들을 제시하지만 바로 그 '신뢰'가 언제든지 발목을 잡을 수 있는 것이 문제다. 북한이 신뢰를 보여야 대화를 하는 것인지, 대화를 통해 신뢰를 쌓을 것인지에 대해 불분명하다.

실용정부는 가능할 것인가?

이명박정부는 출범 초부터 스스로를 실용정부라고 지칭했으나, 정반대로 매우 이념적인 정부였다. 정치언술의 측면에서만 실용을 강조했을 뿐, 실제로는 국내적으로는 이념분열을 가속화시켰고, 북한에 대해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무장해제에 가까운 요구를 했다. 그 결과 북한의 비핵화는 이루어지지 않았고, 남북관계는 파탄지경에 이르렀으며 군사긴장은 탈냉전 이후 최고조에 이르렀다.

긴장고조에 대한 책임을 북한이 상당부분 져야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명박정부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전임 정부들에서는 남북대화가 있었고, 유관국들의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은 한반도 정세가 안정적으로 관리되었었다.

이명박정부가 그동안 발표한 대북제안들인 '비핵·개방·3000', '8·15 신평화구상', '그랜드 바겐' 등은 모두 남북화해를 위한 제안들이라고 포장했지만, 본질은 선핵폐기론을 전제조건으로 삼고 있는 강경봉쇄정책이었다. 비핵화와 대북보상이라는 마지막 목표에 대한 언급만 할 뿐, 그 목표에 이르는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단계는 없다. 북한이 이를 그대로 받아들여 자발적으로 핵폐기를 할 리 만무했으며, 압력과 제재를 통해 붕괴하리라는 것 역시 한미의 희망사항에 불과했다.

과연 박근혜당선자가 이끌 차기정부는 이런 이념적 경직성을 벗어날 수 있을까? 당선소감에서 밝힌 광범위한 탕평책이 대북정책관련해서 현실화된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정책을 담당할 인사들은 물론이고, 반북친미를 생명줄처럼 붙들고 있는 지지층을 고려할 때 쉽지 않을 것이다. 분단질서의 한반도에서 이념적 편향을 피하기 어렵기도 하지만, 권력을 잡기 위한 수단으로 적극 활용해왔기 때문이다.

대북위협 또는 안보위기를 증폭시킴으로써 지지층을 결집하는 행태가 이번 선거에서도 어김없이 반복되었다. 게다가 북한이 당선자의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을 것이기에 북한책임론을 앞세우며 눈치 보기와 대치국면으로 시간을 낭비할 가능성이 크다고 하겠다. 남북대립 및 북미대립은 대 타결도 충돌도 아닌 짜증스런 힘겨루기를 20년이 훨씬 넘도록 지속되고 있는데, 이러한 악순환이 지금까지는 파국으로 치닫지 않았다고 해서 절대 안심할 일이 아니다. 점점 변덕스럽고 유동적인 상황을 만들어냄으로써 관련주체들을 히스테리컬하게 만든다. 이런 줄타기를 계속하다가는 현상타파의 임계점에 이를 수 있다.

균형외교는 작동할 것인가?

더 큰 문제는 한반도 주변에 가시화되고 있는 신냉전의 그림자이다. 차기정부의 선택에 따라 한반도가 미중관계의 미묘한 균형 위에서 완충지대가 될 지, 아니면 미중 대결구조의 최전선이 될 지 결정될 수 있다.

박근혜 당선자도 일단 균형외교를 하겠다고 공약했다. 한미관계를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시키는 동시에, 중국과의 관계를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업그레이드하겠다고 말했다. 대북신뢰 프로세스와 마찬가지로 '서울 프로세스'를 가동하면 동북아외교에서도 신뢰회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의 말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악화된 남북관계가 시급하게 개선되지 않으면 안 된다. 남북관계 경색이 미국에게 대중봉쇄의 정당화를 위한 빌미를 제공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근혜당선인과 새누리당의 이념성향 및 권력기반을 미루어볼 때 균형외교보다는 진영외교가 될 가능성이 더 많다. 실제로 균형외교의 영어표현을 말할 때 (동맹)진영이라는 의미를 가진 'alignment'라는 단어를 쓰고 있기도 하다.

이 시점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이 바로 미중갈등이다. 미국의 아시아로의 중심축 이동이 현재로선 대중포용과 견제의 균형을 유지하고 있지만, 갈등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오바마 행정부는 임기 초에는 중국과의 동반자관계를 발전시키려는 분위기가 주를 이루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갈등국면이 커지는 양상을 보였다. 금융위기 해결책을 놓고 벌인 환율갈등은 물론이고, 남북한 갈등과 동북아 및 동남아에서의 영토분쟁을 둘러싼 패권경쟁도 심화되었다.

미중갈등은 미국으로 하여금 한미일 군사동맹을 강화시킬 것이다. 특히 한국과 일본의 국방비를 증액시켜 자신의 부담을 덜고자 할 것이다. 동남아의 국가들은 미국을 중국이 호전적으로 변할 경우에 써먹을 보험으로 생각하고 있을 뿐, 중국과의 갈등을 각오하고서라도 미국 의도대로 나서기 어렵다. 그렇다고 한다면, 결과적으로 한국, 일본, 호주 같은 기존의 동맹국들에게 군사비 분담의 압력을 증가시킬 것이다. 최근 패트리어트 3 미사일 구입논란에서도 감지되듯이, 막대한 액수의 무기구입은 물론이고, 단순 무기구입을 넘어 미사일방어에의 참여압박도 가시화 될 것이다.

그 외에도 주한미군 주둔부담금의 증액을 요구할 것이고, 미국의 요구로 시작되었던 한일군사비밀보호협정이 재추진될 가능성도 감안해야 한다. 북핵문제의 악화가 겹쳐질 경우 한미동맹을 대중 봉쇄의 최전방으로 삼을 가능성이 있다는 말인데, 과연 박근혜가 이끄는 새정부가 이를 얼마나 막아내고 균형외교를 유지할 수 있을까 의문스럽다.

한편, 오바마 2기의 대북정책의 변화가능성에 대한 많은 논의들이 있지만, 북한에 대한 전략적 인내 또는 무시정책이 지속될 가능성도 만만치가 않다. 이번 로켓발사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미국에게도 위협으로 부각됨으로써 그 중요성이 커졌지만 북한문제가 여전히 워싱턴의 대외정책에서 최우선순위가 아니라는 점에는 큰 변화가 없다.

경제위기와 재정절벽 같은 국내문제는 논외로 치더라도 외교에서도 미국이 북한에 집중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많다. 이란핵문제와 비교해도 이런 점은 분명히 드러난다. 즉, 이란 핵은 중동과 세계의 지형을 흔들어버릴 수 있는 사안으로 보는 반면 북한은 한편으로는 관리가능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해도 대중국견제를 위해 나름의 이용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지난 4년이 그랬듯이 미국은 북핵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해결의지가 부족하기에 중국이나 한국을 통해 아웃소싱하려는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할 수 있다. 박근혜 당선인이 이를 기회로 여겨 이명박정부 5년의 대결에서 벗어나, 평화로 아웃소싱할 신념과 능력이 있을까?

여러 가지 우려와 의문 속에서도 한반도의 미래를 위해 그를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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