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학부모 상당수는 그의 교육관에 찬성하지 않았음을 19일 서울시교육감 재선거에서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다. 적잖은 학부모는 대선 후보에게 바라는 사회와 교육감에게 바라는 미래가 다름을 투표로 증명했다.
애초 이번 선거는 대선과 함께 치루는 덕분에 어느 때보다 유권자들의 높은 관심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됐다. 여론조사 기관의 예측에서도 문용린 새 교육감과 이수호 후보는 팽팽한 접전을 이어갔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사실과 달랐다. 문 교육감은 유권자의 54.17퍼센트(%)인 291만여 표를 얻어, 199만여 표(37.01%)를 득표하는 데 머무른 이 후보를 압도했다.
지역별 구분도 없었다. 사교육 체제에 대한 지지세가 상대적으로 높고 보수적 성향이 강한 강남 3구는 물론, 구로, 노원, 은평 등에서도 문 교육감은 이 후보를 압도했다. 문 교육감은 서울 전역에서 이 후보를 큰 표차로 꺾었다. 득표율이 가장 낮았던 마포구에서도 문 교육감은 유권자의 50.11%에게서 표를 얻었다.
▲문용린 신임 서울시교육감. ⓒ뉴시스 |
대선 결과만 놓고 보면, 서울은 전라도와 함께 유일하게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을 이긴 곳이다. 그리고 이번 선거에서 정치권 인사들은 사실상 박근혜·문용린과 문재인·이수호를 한 묶음으로 나눴다.
즉, 문용린 교육감이 압도한 교육감 선거 결과는, 문재인 후보에게 투표한 서울시민의 상당수가 교육감으로 문 교육감을 선택했음을 보여준다. 그렇지 않고는 이러한 압도적 지지를 설명할 수 없다.
이런 식으로 도식화할 수 있다. 문재인에게 표를 준 학부모도 이수호에게 표를 주진 않았다. 이른바 '진보적 성향'의 유권자들에게서 이수호는 문재인과 구분됐다. 그 구분 점을 낳은 중요한 변수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일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여야 후보 모두 무상급식, 무상교육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문용린 교육감 역시 (유세 기간에는) 무상급식, 무상교육을 대놓고 거부하진 않았다. 수월성 교육을 표방한 두 당선자도 학부모들의 복지 확대 바람을 거스르진 않은 것이다. 학부모들이 무조건 진보적 정책을 거부했다고 말하긴 어렵다. 진보적 '교육정책'을 거부한 것이다. 문용린 교육감이 당선 소감으로 "학생인권조례를 손대겠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었던 배경은, 혁신학교를 두고 "전교조 교직원들의 학교"라고 지적할 수 있었던 배경은 여기에 있다.
이로써 하나는 확실해졌다. 적어도 서울의 학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지금의 경쟁 교육 체제를 돌려주길 선택했다. 비인간적인 수준의 경쟁이 이어지더라도, 그 때문에 어린아이가 과도한 압박을 받더라도 '내 아이는 또래를 이겼으면…'하는 꿈을 꾼다. 경쟁 체제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내일을 위해 오늘을 희생할 것을 아이에게 가르치길 원한다.
이는 높은 투표율에도 박근혜 당선인이 대선에서 승리했다는 사실보다 훨씬 중요한 뜻을 가진다. 야권 후보를 지지하는 학부모 중에도, 상당수가 아이에게는 자신의 바람과 다른 잣대를 들이댔기 때문이다. 교육은 사회가 원하는 인간을 만든다. 그리고 그 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교육받은 대로 사회를 만든다. 한국의 미래를 말하는 득표율은 박근혜와 문재인의 것이 아니라, 문용린과 이수호의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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