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차례에 걸친 대선후보 TV토론이 지난 16일 마무리됐다. 그러나 회당 두 시간의 토론만으론 후보 간의 정책 차이를 알기 힘들다는 의견이 다수다.
총 54회의 TV토론이 진행됐던 1997년 대선, 총 27회의 TV토론이 열렸던 2002년 대선과 비교하면, 올해 대선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게다가 올해 대선을 앞두고 진행된 TV토론은 형식의 경직성 등으로 인해 후보들의 차이를 보여주는 데는 더욱 큰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이런 한계는 경제민주화, 복지 등 올해 대선을 가로지르는 중요 키워드에 대한 후보들의 생각을 드러내지 못하게끔 하는 장애물이기도 했다. 결국 국민은 후보들의 생각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투표를 하게됐다. <프레시안>이 주요 후보들의 생각을 그나마 들여다 볼 수 있었던 기회인 TV토론을 복기하는 기획을 마련한 것은 그래서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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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의 통계는 박 후보의 주장과 다르기 때문이다. 박 후보 측의 건보 관련 공약은 실행 가능성 여부를 떠나, 아예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에 바탕을 뒀다는 지적마저 제기됐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연합뉴스 |
박근혜 "1.5조로 4대 중증질환 치료비용 보장"…?
이와 관련, 박 후보는 현재 75퍼센트(%)인 4대 중증질환(암, 심장병, 뇌혈관 질환, 희귀난치성 질환) 보장률을 비급여부분까지 포함해 2016년에는 100%로 확대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문 후보는 16일 TV토론에서 박 후보가 "4대 중증질환 보장액에 대해 건보 통합 재정소요로 연간 1조5000억 원이 소요된다고 제시하셨다"며 "건보에서 자료를 받아보니, 작년 한해 간 4대 중증질환 환자 중 암 환자의 부담비용만 1조5000억 원이고, 나머지 환자를 모두 합치면 3조6000억 원에 달한다. 어떻게 4대 질환 해결이 가능한가"라며 박 후보 공약의 현실성이 뒤떨어지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와 같은 공세에 대해 박 후보는 "한다면 모든 걸 다 하면 좋겠지만, 우선 가장 국민들이 고통 받고 있고, 국민들이 잘 걸리는 중점질환에 대해 안심할 수 있도록… (이하 중략)"하겠다며 질문과 맞지 않는 답변을 늘어놓아 눈총을 샀다.
박 후보 측의 공약 세부사항에 대한 현실성을 물었는데, 4대 중증질환에만 건보 적용률을 우선 높이겠다는 답변을 내놓은 것이다. 박 후보는 문 후보가 질문 내용을 재차 정리한 후 재차 "간병비와 선택진료비를 다 하는데(다 건보에서 보장하는데) 1조5000억 원으로 충분하다는 소리냐"고 묻자 그제야 "예"라며 긍정했다.
문 후보가 가능성 여부를 재차 물었으나 박 후보는 "(1조5000억 원이) 암질환만 갖고 나온 통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단정했다.
"박 후보 건보공약, 현실성 없어"
박 후보의 주장이 논란이 되자 새누리당은 17일 관련 보도자료까지 내 박 후보의 공약이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주장은 모두 현실과 동떨어진, 잘못된 자료에 바탕을 뒀다는 지적이다.
17일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박 후보 공약의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우 실장은 건보가 낸 '2011년 건강보험통계연보' 자료를 근거로 들었다.
▲건강보험공단이 낸 '2011년 건강보험통계연보' 중 암 환자에 대한 통계부분. 붉은 색칠한 부분은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암 환자의 급여비가 3조6923억 원이었음을 나타낸다. 여기에 가장 최근인 2010년 급여비율을 감안한 우리나라 암 환자의 총 진료비는 5조2700여억 원에 달하며, 이 중 비급여 비용만 1조5800억 원이 넘는다. 박 후보의 공약대로라면, 4대 중증질환자 중 암 환자의 비급여 부담도 제대로 해소하지 못한다. ⓒ건강보험공단 |
관련 자료를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암환자의 급여비는 3조6923억 원이다. 그리고 가장 최근 통계인 '2010년 건강보험 진료비 실태조사'를 보면, 암환자의 건강보험 급여비율은 70.4%였다.
이를 기초로 계산(급여비/급여율)한 암에 대한 총 진료비는 5조2747억 원이다. 그리고 이 중에서 급여비 3조6923억 원을 제외한 1조5824억 원이 비급여 비용이다. 그나마 이 금액(1.5조)은 건보에서 통계에 잡지 않는 간병비용을 제외한 특진료와 선택진료비만 포함한 액수다.
이와 관련, 중증질환 환자 가족의 부담을 키우는 이른바 '3대 비급여'는 특진료와 선택진료비, 간병비를 뜻한다. 이 중 건보에서 통계로 잡는 특진료와 선택진료비만 해도 비급여의 55%를 차지한다.
즉, 박 후보 공약대로 1조5000억 원을 4대 중증질환에 대한 추가 재정으로 마련한다손 치더라도, 다른 질환자는 차치하고 암환자의 비급여 진료비조차 충당하지 못한다는 소리다.
이와 관련, 이미 4대 중증질환 환자 중 암, 심장병, 뇌혈관질환 환자의 경우 건보 적용 진료비의 95%는 이미 국가가 부담한다. 중증질환자의 경우 비급여 항목에 대한 의료비 부담 때문에 치료부담이 커지는 것이지, 급여 항목의 경우는 이미 국가가 상당액을 보장하고 있다.
우 실장은 "박근혜 후보가 자신이 마련한 공약의 내용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이 TV토론을 통해 드러났다"며 "건보의 기본적 통계를 믿지 못하겠다는 발상은 더욱 받아들이기 어렵다. 박 후보가 '1조5000억 원으로 4대 중증질환 전액 보장'이라는 자신의 공약 근거를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후보가 "병실에 6인이 들어가고 4인이 들어가고하는 것까지 따져서 얘기할 필요는 없다"고 TV토론에서 말한 데 대해서도 우 실장은 "6인 이하 병실의 경우 환자가 병실료를 본인 부담해야 한다"며 "박 후보가 병실차액료의 존재를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박 후보가 세상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우 실장은 나아가 박 후보 측 공약집이 '4대 중증질환 보장률'로 75%를 제시한 데 대해서도 "어디에서 나왔는지 알 수 없는 숫자"라며 "그런 수치는 관련 자료에서 찾을 수 없다. 공약 자체가 부실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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