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16일 뉴타운 고등학교 강당에서 진행한 연설에서 "우리는 더 이상 용인할 수 없다"며 "이러한 비극은 끝내야 하고, 끝내기 위해 우리는 바꿔야 한다"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러한 참극을 막기 위해 자신의 힘을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다만 수 년 동안 새로운 총기 규제안을 반대해온 정치인들에 맞서 변화를 추구할 것을 확실히 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코네티컷주 뉴타운 고등학교에서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난사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연설을 하는 도중 말문이 막힌 듯 잠시 말을 멈추고 있다. ⓒAP=연합뉴스 |
정치권에서 대표적인 총기 규제론자로 꼽히는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은 이날 <NBC> 방송에 출연해 오바마 대통령이 총기 규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강하게 주문했다. 그는 "총기규제는 그에게 제1의 아젠다가 되어야 한다"며 "그가 자신의 재임 기간 동안 아무 행동도 취하지 않는다면 내년에 불법 총기로 인해 베트남전 미군 사망자수에 맞먹는 4만8000명이 사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블룸버그 시장은 총기 규제에 대한 오바마의 시각에 동의했기 때문에 그를 지지했다고 밝히면서 "대통령은 이러한 관점을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그의 임무는 단시 선의로만은 안 되며 (규제를) 실행하고 미국 대중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에 평소 미국인의 총기 소유 권리를 강하게 주장하던 공화당과 민주당 중도파 의원들은 대중 앞에서 입을 닫은 상태다. <NBC>의 시사 프로그램 '미트 더 프레스'의 진행자 데이비드 그레고리는 총기 소유를 지지하는 상원의원 31명에 접촉했지만 받아들인 사람이 없었다고 밝혔다. 미국 내 강력한 로비집단인 전미총기협회(NRA) 등도 '입조심'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피터 킹 미 하원 국토안보위원장(공화당)은 살상용 총기 제한 등을 포함한 규제 강화를 강조하면서도 의회 내에서 총기 규제에 대한 논의가 진지하게 이뤄질 수 있을 지에는 의문을 표했다. 그는 미 동북부 지역을 제외한 곳에서는 여전히 총기 규제에 저항하는 문화가 남아있다고 설명하면서 최근 수년 간 비극적인 총기난사 사건이 터졌음에도 어떤 행동도 취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번 총기난사의 범인 애덤 란자가 범행 당시 가지고 있던 무기들이 구체적으로 밝혀지면서 현재 미국의 총기 소유 문화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을 넘어섰다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란자는 범행 당시 시그-자우어(Sig Sauer)와 글록 권총, 그리고 '부시마스터' 223구경 자동소총을 사용했는데, 특히 부시마스터 자동소총은 아프가니스탄에 파견된 미군이 사용하는 저격용 소총으로 알려졌다. 댄 멀로이 코네티컷주 주지사는 <CNN>에 "그런 총기로 사슴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도를 넘은 총기 문화를 비판했다. 미국에서는 1994년 빌 클린턴 행정부 당시 살상용 무기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이 제정됐지만 2004년 부시 행정부당시 의회가 연장을 거부하면서 효력이 상실됐다.
미국 내 총기난사의 희생자가 큰 이유는 살상용 총기 뿐 아니라 탄알과 탄창 규제가 미미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란자는 범행 당시 30발이 들어가는 탄창 여러 개와 수 백발의 탄약을 갖고 있었는데, 미국 내에서 쉽게 구입이 가능하다. 한 번에 많은 양의 총알을 발사할 수 있기 때문에 짧은 범행시간 동안에도 대량 살상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개인이 소지할 수 있는 탄창과 탄알에 대한 미약한 규제는 지난 7월 콜로라도주 오로라 극장에서 터진 총기난사 사건에서도 확인된다. 범인 제임스 홈스는 최대 100발까지 들어가는 탄창을 사용해 1분당 60발의 총알을 발사할 수 있었다. 도중에 총알이 제대로 맞물리지 않은 일이 없었다면 당시 사망자 12명보다 더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었다.
현재 대용량 탄창을 규제하는 지역은 캘리포니아, 하와이, 매사추세츠, 뉴욕 등 6개 주에 불과하다. 미 상원의 민주당 의원들은 이르면 이번 주에 모든 탄창 용량을 10발 이하로 규제하는 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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