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에서 미국과 유럽 등의 경제제재로 인해 의약품을 구하지 못한 10대 환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14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이란 남서부 후제스탄주 데크풀 도시 인근 산악지대 출신의 마누체르 에스마일리-루이시라는 이름의 15세 혈우병 환자가 약을 복용하지 못해 숨졌다. 이 소년의 죽음은 올해 초 서방의 대이란 제재로 인해 이란 시민이 사망한 첫 사례로 알려졌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이란 국영방송은 이날 소년의 가족들이 약을 찾는데 실패한 뒤 환자가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이란 혈우병환자 모임의 아마드 가비델은 방송에 출연해 소년의 죽음은 미국과 유럽의 제재로 의약품 수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미국와 유럽의 경제제재가 이란의 의약품 수입 등을 직접적으로 제약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란 은행과의 거래를 제한하고 수입 규제를 강화하면서 이란 병원은 수입 의약품이나 병원 장비를 구하기 어려워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비델은 "이는 인권에 반하는 행위이고 심지어 전쟁 중일지라도 여성과 아동, 환자는 국제조약에 의해 보호받는다"며 "하지만 의약품 공급에 타격을 준 제재가 '조용한 죽음'을 유발하고 있으며 이란 국민들의 건강을 해치는 술책이 됐다"고 강조했다.
가비델은 또 혈우병 환자에게 필요한 의약품의 75%는 미국과 유럽에서 생산되기 때문에 이란 혈우병 환자들은 이들 국가의 의약품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제제재 이후 시중에서 구입할 수 있는 혈우병 관련 의약품은 제재 이전보다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상태다.
가비델은 "그들이 정말로 의약품은 제재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이란 정부가 의약품을 수입할 수 있는 안전한 방법을 알려주거나 이란 은행에 대한 제재를 끝내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지난달 중순 이란의 보건관련 자선단체 ICFSD는 경제제재로 이란에서 수백만 명의 목숨이 위험에 처해있다며 특히 혈우병과 다발성 경화증, 암 환자 등이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가디언>은 이란에서 의약품 뿐 아니라 분유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유아를 위한 분유 등의 수입이 힘들어지면서 병원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지만 아직까지 사망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최근 몇 주간 분유 가격은 2배로 치솟은 상태다.
영국 외무부는 이날 핵무기 개발 의혹을 받고 있는 이란 지도자들이 경제제재를 끝내기 위한 선택을 할 수 있다고 압박하면서도 영국 정부의 금융제재에는 인도주의적 목적의 물품이나 대금 결제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가 없으며 오히려 의약품이나 식료품 거래 허가를 우선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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