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을 약 1주일 남긴 상황에서 역대 최악의 태풍 중 하나로 꼽일 만한 허리케인 '샌디'가 미국 북동부를 강타했다. 125년 만에 뉴욕증권거래소가 이틀 연속 휴장하는 등 엄청난 피해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샌디'가 미국 대선 결과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조슈아 터커 뉴욕대 정치학과 교수는 29일(현지시간) <알자지라>에 기고한 글에서 이번 태풍이 선거에 미칠 다양한 경우의 수를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우선 태풍의 가장 직접적인 영향으로는 투표율 저하가 있다. 이에 따라 민주당 지지자가 많은 동북부에 태풍이 닥친 만큼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더 불리할 수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하지만 선거인단 투표 시스템이 있는 미국에서는 단순히 투표율만 가지고 대선 결과를 점칠 수는 없다. 태풍 피해 지역에서 오바마 지지자와 롬니 지지자가 동등하게 투표장에 가기 어려운 상황에 처한다면 누가 더 많은 선거인단을 확보하는가에 있어서는 큰 영향을 미치기 힘들다.
하지만 터커 교수는 위와 같은 가정에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통 자연재해가 닥쳤을 때 더 큰 피해를 입는 이들은 저소득층이다. 대중교통이 멈춰서는 등 태풍의 여파가 길어지면 저소득층의 투표율이 상대적으로 더 떨어지며, 이 경우 이들의 지지를 더 많이 얻고 있는 오바마가 불리해질 수 있다. 미국의 <저널 오브 폴리틱스>가 2007년 14번의 대선을 분석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궂은 날씨 속에 대선이 치러질 경우 공화당 후보의 성적이 더 좋아지는 경향이 있었다.
같은 피해지역이라도 사람들의 거주 형태에 따라 투표율이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교외에 사는 이들은 도심에 사는 이들보다 투표장에 가기 더 힘들어질 수 있는데, 이는 도시 거주자들의 지지를 기반으로 하는 오바마 측이 유리해진다는 점을 의미한다. 또, 자연재해로 고령층이 투표하기 더 힘들어질 경우, 65세 이상 인구에서 적지 않은 지지를 받고 있는 롬니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선거 당일 투표상황이 좋지 않다면 미리 실시되는 조기투표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수 있다. 보통 열성적인 지지자들이 많이 참가하는 조기투표는 오바마에게 기운 것으로 여겨지는 상황이다. 태풍이 조기투표에만 영향을 미치고 선거 당일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경우도 예상할 수 있는데, 조기투표에 나설만큼 열성적인 이들이 선거 당일이라고 투표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적다는 점을 감안하면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샌디'와 같은 자연재해가 대선 후보에 대한 유권자들의 평가를 바꾸는 간접적인 영향도 있다고 터커 교수는 설명했다. 도전자 입장인 롬니는 이번 사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들지 않는 한 이미지에 큰 변화를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하지만 오바마는 입장이 다르다. 현직 대통령으로써 위기에 어떻게 대처하는지에 따라 지지도가 떨어질 가능성도, 반대로 끌어올릴 가능성도 상존한다. 다만 선거가 1주일 남짓 남은 시점에서 태풍이 미치는 피해는 당장이지만 국민들을 안심시키는 과정은 오래 걸린다는 점에서 오바마에게 기회보다는 위험이 큰 상황이라고 터커 교수는 전망했다.
다른 한편으로 자연재해 상황에서 정부에 역할에 대한 유권자들의 생각이 변화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미국의 미래를 위해 정부가 장애물이 되는가(롬니의 주장), 해결책이 되는가(오바마의 주장)를 놓고 격론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재해 상황은 국민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던져줄 수 있다고 터커 교수는 밝혔다. 그는 "그런 생각은 롬니 측에서 유권자들이 투표장에 들어가기 전 떠올렸으면 하는 최후의 생각은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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