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정부가 국민들이 해외여행을 갈 때 출국 허가를 받도록 규정한 이민법을 개정하기로 했다고 <BBC>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방송에 따르면 쿠바 국영방송은 현재 및 미래 환경을 반영해 2013년 1월 14일자로 이민법을 개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쿠바 국민들은 현재 출국 허가를 얻으려면 길고 비용이 많이 드는 절차를 거쳐야 하며, 반체제인사들의 경우 허가가 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BBC>는 전했다.
쿠바 정부의 이러한 조치는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주도하고 있는 개혁조치 중 하나다. 영주권을 가진 쿠바인들은 또 현재의 11개월로 제한된 해외 체류 기간이 24개월 이상으로 늘어나며 별도의 서류 작업을 위해 귀국해야할 의무도 없다.
방송은 쿠바 정부가 이전까지 쿠바를 떠나려는 이들을 반역자나 혁명의 적으로 간주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현재 많은 쿠바인들은 경제적 이유로 쿠바를 떠나고 싶어 하고, 이들이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돈이 자국 내로 들어오는 장점 등에 대해 쿠바 정부의 인식도 바뀌고 있다고 방송은 덧붙였다.
하지만 개정될 이민법도 여전히 쿠바의 '인적 자원'을 보호할 필요성을 명시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의사 등 전문직 종사자는 여전히 해외여행을 취해 추가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방송은 덧붙였다. 정부 비판자들이 '정부가 정의한 공공이익 상의 이유'로 여권 갱신을 거부당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하지만 쿠바의 현 이민법이 불법으로 이민을 시도하는 수십만의 쿠바인들을 막는데 실패했고, 반면 미국으로 탈출에 성공한 쿠바인들의 상당수가 현지에서 반 쿠바 공동체를 형성하는 역효과를 내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개혁 조치가 의미하는 바는 크다는 평가다. 쿠바는 혁명의 주역이자 형인 피델 카스트로부터 2008년 의장직을 물려받은 라울 카스트로 체제에서 정치·경제·사회 각 분야의 개혁이 진행되고 있다.
한편 이번 조치는 냉전시기 핵전쟁에 가장 근접한 위기였다고 평가받는 쿠바 미사일 사태 50주년을 기념하는 시기에 나왔다고 방송은 전했다. 소련이 쿠바에 핵미사일을 배치하면서 촉발됐던 이 갈등은 미국이 쿠바를 침공하지 않는 조건으로 소련이 미사일을 제거하는데 합의하면서 외교적으로 해결됐다. 하지만 쿠바와 미국의 적대적 관계는 해소되지 않아 현재까지 쿠바는 미국과의 외교 관계 단절은 물론 경제적 제재에 시달리고 있다. 냉전 붕괴 이후 경제적으로 곤경을 겪고 있는 쿠바는 베네수엘라의 경제지원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