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스라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이란에서 열리는 제16차 비동맹운동(NAM) 정상회의에 참석하기로 결정했다.
유엔(UN)은 22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반 총장이 오는 29~31일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열리는 비동맹회의에 참석한다고 발표했다. 반 총장은 이번 회의가 '리우+20' 정상회의의 후속조치를 비롯하여 군축, 분쟁예방 등의 핵심 의제들을 논의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동맹회의는 각국 정상 뿐만 아니라 역대 유엔 사무총장도 참석해 왔다. 반 총장 역시 2009년 이집트에서 열렸던 제15차 비동맹회의에 참가한 바 있다.
반 총장의 참석이 화제가 된 것은 이란과 갈등을 빚고 있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이 주최하는 회의에 반 총장이 참석하는 것을 반대해 왔기 때문이다. 두 나라는 이란이 핵을 개발하고 시리아 정부군에 무기를 공급한 의혹 등을 제기하며 이란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 10일 반 총장과의 통화에서 이번 회의 참석은 "끔찍한 실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빅토리아 눌런드 미 국무부 대변인 역시 "반 총장의 참석이 좀 이상해 보인다"고 밝혔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반대에도 반 총장이 회의에 참석하기로 한 것은 그동안 유엔 사무총장이 정기적으로 참가했던 회의를 이번만 불참할 명분이 약하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마틴 네시르키 유엔 대변인은 "반 총장의 회의 참석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유엔 사무총장으로서의 책임감도 그만큼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반 총장은 이번 방문 기간에 국제사회의 우려와 기대를 이란 정부에게 전달할 것"이라며 "여기에는 (이란의) 핵 개발 의혹, 테러리즘, 인권침해, 시리아 사태 등이 포함된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반 총장의 회의 참석으로 이란을 고립시키려는 미국의 노력이 차질을 빚게 됐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란을 `불량국가'로 낙인찍으려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노력이 세계의 많은 지역에서 이제는 먹혀들지 않고 있으며 특히 중동에서는 서방의 영향력이 퇴조하면서 질서가 재편되고 있다는 이란의 주장에 설득력을 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도 회의에 참석함에 따라, 반 총장과 김 위원장의 회동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반 총장이 취임 이후 줄곧 "한국 출신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여건이 조성되고 기회가 생긴다면 한반도 평화문제에 기여할 의사가 있다"는 견해를 밝혀왔기 때문에 만남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실제 두 사람은 2009년 이집트 회의에서도 핵심 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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