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런던올림픽에 내보낸 '괴물'들의 성적은 예상을 뒤엎는 수준이다. 7월 31일(현지시간) 1996년생인 예스원이 여자 개인혼영 200m 결승에서 아시아 신기록이자 대회 신기록인 2분07초57의 기록으로 우승했다.
이미 7월 28일 개인혼영 400m에서 4분28초43의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땄던 예스원은 마지막 자유형 50m구간을 남자 선수인 라이언 록티가 이번 대회에서 올렸던 기록(29초10)보다 더 빠른 28초93에 끊어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예스원의 기록은 국제수영연맹(FINA)이 선수들의 수영복을 규제한 이후 여자 선수가 처음으로 깬 기록이라는 점에서 더욱 충격으로 다가왔다.
▲ 2012 런던올림픽 수영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난 예스원. ⓒAP=연합뉴스 |
서방, 중국에 근거 없는 의혹 제기
중국 선수들의 선전을 바라보는 이들의 반응 역시 예상을 벗어났다. 런던올림픽에서 여성 선수로는 첫 2관왕에 오른 예스원에게 언론이 던진 질문은 '도핑'이었다. 특히 서방 언론과 수영계 일각에서는 예스원을 새로운 수영 '괴물'이 아닌, 과거 체제 선전을 위해 약물 복용까지 불사했던 동독 선수에 비교했다. 중국 선수들이 1980~1990년대 금지약물을 복용했다는 의혹을 반복하기도 했다.
중국 입장에서는 '4년 전 펠프스가 8관왕을 할 때 그에게 도핑 혐의를 물었던 적이 있느냐'라는 볼멘소리가 나올 만하다. 중국에 대한 서방의 편견이 스포츠에서도 드러난다는 것이다. 예스원도 자신의 도핑 의혹에 "신경 쓰지 않는다"고 일축했지만 중국 선수에 쏠리는 이러한 시선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서방 외신들은 현재 예스원에 대한 기사에서 "도핑 논란에 휩싸인"이라는 수식어를 습관적으로 붙이고 있지만, 애초 예스원에 대한 도핑 의혹은 서방 수영계 인사들이 일방적으로 제기한 것에 불과하다.
그중 잘 알려진 발언은 세계수영코치협회 전무을 맡고 있는 미국의 수영코치 존 레너드의 말로, 그는 '믿기지 않는' 기록들은 나중에 도핑이 개입된 것으로 나타나곤 했다고 주장했다. 레너드는 자신의 수영계 경력 45년의 경험을 내세우면서 "수영 역사에서 누군가가 '슈퍼우먼'으로 떠올랐다 싶으면 꼭 나중에 금지약물 사용 판결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영국의 <더 타임스>는 예스원의 팀 동료였던 리저쓰가 도핑테스트에서 양성반응을 보여 출전이 금지됐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하지만 이 말은 뒤집어 보면 예스원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엄격한 도핑테스트를 통과한 뒤 올림픽에서 성적을 거뒀다는 뜻이 된다. 여기에도 <인디펜던트>의 1일 칼럼처럼 IOC가 수영 선수의 정교해진 도핑 수법을 모두 걸러내지는 못한다는 반론이 달린다.
하지만 예스원은 경기 당시 록티와 달리 불리한 순위를 극복하기 위해 막판 스퍼트를 올려야할 상황이어서 기록을 단축할 가능성이 높았고, 미국 역시 여자 100m 배영에서 금메달을 딴 1995년생 미시 프랭클린이 있는데도 예스원에만 악의적 잣대를 들이대는 건 부당하다고 지적한 중국 수영대표팀의 쉬치 단장의 말이 설득력이 있다.
여자 100m 평영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도 1997년생인 리투아니아의 루타 메일루티테다. 이에 대해 메일루티테가 영국 플리머스에서 학교를 다니고 훈련을 해 예스원에게 가해지는 의혹을 피할 수 있었다는 비아냥도 나온다.
"13억 인구 중에 수영 천재 하나 없겠나"
서방 언론이나 체육계 인사들이 예스원에게 의혹의 눈초리만을 보내는 것은 아니다. 1980년대 영국의 수영 영웅이었던 아드리안 무어하우스는 "13억 인구 속에서 수영에 타고난 재능을 가진 사람이 없겠느냐"며 "좋은 재능을 가진 선수를 잘 육성해 중국의 마이클 펠프스가 탄생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무어하우스의 발언이 단순한 편들기는 아니다. <BBC>는 7월 31일 중국 수영팀의 선전은 급작스럽게 나타난 현상이 아니며, 지난 20년간 꾸준히 수영 대표팀의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방송은 중국 수영팀의 성장이 중국의 경제 발전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전했다. 현재 중국 수영팀은 예스원을 비롯해 남자 400m 자유형에서 박태환을 제치고 중국 남자 수영 사상 첫 금메달을 안긴 쑨양(21) 등 1990년대생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방송은 1990년대부터 중국의 부모 세대들이 운동에 재능을 보이는 아이들이 성장하는 데 필요한 식단을 마련할 수 있는 경제력을 갖추게 됐다고 설명했다. 향상된 경제력은 선수들의 훈련에도 영향을 끼친다. 쑨양의 경우 호주의 명코치 데니스 코테럴 밑에서 1년에 두 번 훈련을 받았고, 올림픽 참가를 위해 런던에 오기 전에도 70일간 함께했다.
이러한 배경에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이후 집중적으로 11~16세의 수영 영재들을 뽑아 육성한 국가 차원의 지원이 있었다. '13억 인구 속에서 수영 천재가 없겠느냐'는 무어하우스의 말이 짐작으로만 그치지 않는 이유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