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 소득이 낮을수록 사교육 등 목적의 주택 담보 사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한국은행ㆍ통계청 등에 따르면 2011년 소득 하위 20% 가구의 담보대출 가운데 교육비 목적은 2.0%에 달했다.
소득 상위 20% 가구의 교육비 목적 담보대출 비중은 0.8%에 그쳤다. 저소득층의 교육비 담보대출이 고소득층보다 2.5배나 많은 것이다. 전체 평균은 1.2%다.
지난해 전체 담보대출의 약 90%가 주택담보대출인 점을 고려하면 가난할수록 집까지 내놓아 교육비를 충당하는 사례가 많은 것이다. 저소득층은 `하우스 푸어'에 `에듀 푸어(Edu Poor)'의 이중고에 시달리는 셈이다.
저소득층에 에듀 푸어가 더 많은 것은 가파르게 오르는 사교육비 때문이다.
올해 1분기 소득 하위 20% 가구의 교육비는 2011년 1분기에 월평균 12만5천원이었다.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올해 1분기에는 월평균 9만7천원으로 줄었다. 이는 소득 상위 20% 가구의 교육비 66만8천원의 7분의 1 수준이다.
저소득층의 월평균 교육비가 전년보다 줄어든 것은 월평균 공교육비가 8만1천원에서 4만8천원으로 급감한 덕분이다. 그러나 대표적인 사교육비인 학원비는 3만3천원에서 4만원으로 21.1%나 늘었다.
저소득층의 사교육비 상승률은 소득상승률을 크게 웃돈다. 소득 하위 20% 가구의 가계소득은 지난해 1분기 월 110만원에서 올해 1분기 120만원으로 9.3% 오르는데 그쳤다.
문제는 물가상승률 축소, 경기침체에도 학원비의 상승세는 가파르게 계속된다는 점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2%로 32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중학생 학원비는 5.3%, 고등학생 학원비는 5.0%, 초등학생 학원비는 4.7%씩 껑충 뛰었다.
소득이 줄면 각종 소비는 줄어들게 마련인데도 소득 하위 20% 가구의 학원비 등 사교육비는 예외가 된 것이다.
참교육학부모회 박범이 부회장은 "소득이 낮아도 아이의 미래가 걸린 일이라면 밥을 굶고 빚을 내서라도 학원에 보내는 것이 현실"이라며 "저소득층일수록 교육비를 위해 마지막 노후자산인 집까지 내놓는 경향이 짙다"고 설명했다.
학원의 한 관계자도 "저소득층 가정일수록 자녀의 미래에 대한 열망이 크다는 점 때문에 사교육계가 경기침체 속에서도 상대적 호황을 누리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집을 담보로 학원비를 댄다 해도 '개천에서 용 나기'는 쉽지 않다. 교육비 지출규모가 진학성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소득 상위 20% 가구가 쓴 교육비는 월 66만8천원이다. 하위 20%의 6.8배다. 공교육 비용을 빼고 학원비만 따지면 격차는 7.3배로 늘어난다. 공식통계가 이런 만큼 실제 차이는 더 벌어질 수 있다.
한국장학재단이 국가장학금을 신청한 학생들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서울대생의 36.7%, 연세대생의 35.1%, 고려대생의 37.8%가 소득 상위 10% 가구의 자녀다.
장학금이 필요없는 학생까지 고려하면 실제 비율은 더 높을 수 있다. 저소득층이 집을 담보로 학원비를 내도 고소득층을 따라갈 수 없게 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저소득층의 담보대출 상환능력 여부다. 올해 1분기 말 주택담보 대출자 가운데 76.8%가 원금을 갚지 못한 채 이자만 내고 있다.
이 가운데 내년까지 거치기간이 끝나거나 대출 만기가 돌아오는 대출은 128조원에 달한다. 이미 '하우스 푸어'로 전락한 저소득층은 더는 빚을 갚을 수단이 없는 상태다. 빚은 빚대로 진 채 앞으로는 학원비마저 댈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LG경제연구원 김건우 연구원은 "고소득층보다 저소득층의 부채상환 여력이 크게 떨어진다"면서 "최근 저소득층의 소득이 더 떨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심각한 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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