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2일 한일 군사협정 밀실 추진 논란과 관련해 '국회에 사전 설명을 했다'고 밝히자 민주통합당이 사실 왜곡이라고 반발했다. 정부는 국회 설명 절차를 바탕으로 협정 체결을 재개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여당 내에서도 차기 정부로 미뤄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김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회 상임위 구성이 안 돼) 여야 정책위 의장한테는 설명을 드렸고 국무회의에 상정할 예정이라는 설명도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외교통상부는 이후 해당 발언에 대해 "한일 정보보호협정 관련 6월 21일 여야 정책위 의장단 보고 당시, 6월 26일 국무회의 상정 일정 등 구체적인 사항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밝혔지만 국회에 알리지 않고 협정을 추진했다는 비난을 비켜가려는 의도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었다.
민주통합당 이용섭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후 성명을 통해 당시 상황을 밝혔다. 성명은 "6월 21일 17시30분경 한일군사협정관련 보고를 하겠다고 국방부 임관빈 정책실장과 외교부 조세영 동북아시아 국장 외 3명이 민주당 이용섭 정책위의장의 의원사무실로 찾아와 체결 필요성 등에 대해 설명했다"며 "보고를 듣고 민주당 이용섭 정책위의장의 '언제 추진하겠다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국방부 임관빈 정책실장은 대답하지 않았으며, '중대한 사안인 만큼 국회 논의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할 것'을 당부하자 임 정책실장은 '장관께 보고하겠다'고 대답했다"라고 밝혔다.
성명은 "한일정보보호협정의 졸속·날치기 처리에 대한 국민적 저항과 협정 서명 연기에 따른 국제적 망신에 직면하자 청와대와 부처 간에 책임 떠넘기기를 하더니 이제 국회와 야당에게 책임을 떠넘기려는 MB 정권의 후안무치함과 도덕 불감증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비난했다.
성명은 "정부내 각 부처에 비밀이 새어나갈까 봐 국무회의 안건을 즉석 비공개 안건으로 상정한 외교부가 야당이 알면 국무회의 상정이 어렵다는 것을 알 텐데 사전에 국무회의 상정을 보고했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가당치도 않은 얘기"라고 덧붙였다.
한편,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한일 정보보호협정 논란에 대해 "절차와 과정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국회가 개원했으니 상임위에서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원론적인 답변이지만 같은 날 친박계인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이 기자회견을 통해 "협정 체결 여부는 차기 정부 판단의 몫으로 남겨둬야 한다"고 주장한 것에는 박 전 위원장의 의중이 어느 정도 반영됐을 가능성이 있다.
윤 의원은 "주변국과의 군사협력을 통해 대북 억지력을 강화해야 하지만 정부의 중대한 판단 착오로 인해 (현 정부) 남은 임기 중 협정을 추진하는 게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이 협정은 지난해부터 추진해 왔음에도 알려진 것이 없고, 그것에 대한 문제점도 계속 지적됐는데도 갑자기 현 정부 임기 말에 처리하려 한 것은 절차적 미숙함을 따지기 전에 국민적 동의를 구하지 않고 처리해도 좋다고 생각한 그 판단력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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