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 창립한 한반도평화포럼(공동이사장 임동원, 백낙청)에 소속된 150여 명의 대북전문가와 활동가들이 만든 이 책은 길게는 1988년 노태우 정부의 '7.7 선언' 이후 시작된 포용정책의 진행과정을 설명하고, 이러한 흐름을 거슬렀던 이명박 정부 시대의 대북관계가 어떻게 악화됐는지를 살핀다.
▲ <잃어버린 5년, 다시 포용정책이다>(한반도평화포럼 지음, 도서출판 삼인) |
포용정책은 김영삼 정부에서 주춤했지만 김대중 정부에서 다시 체계적인 모습을 갖추고 적극적으로 추진되면서 최초의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됐다. 노무현 정부도 평화번영정책이라는 이름으로 남북화해와 협력을 촉진하려는 노력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이후 들어선 이명박 정부는 포용정책을 좌초시켰고 대북 압박정책 일변도로 나아갔다. 저자들은 이러한 이명박 정부의 '역주행' 결과 정부의 대북정책은 1970년 이전으로 돌아갔고,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가 표방했던 '전략적 인내' 정책의 실패와 맞물려 남북관계 악화와 북핵 능력 강화라는 최악의 결과를 맞았다고 지적한다. 이제 다시 포용적책으로 돌아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포용정책이 '퍼주기'였다?
이를 위해 거쳐야할 과정 중 하나는 포용정책에 대한 오해를 푸는 일이라고 저자들은 말한다. 이 책에서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한 부분이기도 하다.
저자들이 꼽은 대표적인 오해는 '퍼주기' 논란이다. 이러한 비난에 대해 저자들은 오히려 동남아 국가들의 노동비용 상승 압력 속에 북한의 노동력과 기술경쟁력이 한국 중소기업들에게 돌파구가 됐다고 설명한다. 반면 이명박 정부는 경공업 원자재의 대금으로 북한으로부터 받기로 한 광물자원의 회수를 포기했고 금강산 관광 중단으로 약 5억 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투입해 사업을 진행했던 현대그룹과 중소기업에 막대한 피해를 미쳤다. 실제 '퍼주기'를 한 것은 이명박 정부라는 주장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북한 인권, 탈북자 문제 등에 대해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지적에도 저자들은 적극 반박한다. 공개적인 모욕 등 북한 인권 문제를 대북 비난이나 정치공세용으로 활용하지 않아 잘 드러나지 않았을 뿐, 북한 주민들의 실질적인 인권 개선을 위한 인도적 지원과 외교적 노력을 이어왔다는 것이다. 탈북자 지원과 국군포로·납북자 문제 협의, 이산가족 상봉 측면의 '성적표'도 이명박 정부에 비해 월등하다고 저자들은 밝힌다.
북핵 문제에서도 포용정책을 추진했을 당시에는 협상을 통해 북한의 핵 개발 속도를 늦출 수 있었고, 북핵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9.19 공동성명'도 만들었다는 성과가 있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 강경책으로 북한과의 대화가 중단됐던 2009~2010년에 북한이 우라늄 농축을 가속화하기 시작했던 것과 대조된다.
포용정책을 '잃어버린 10년'으로 규정하고 대북정책에서 과거 정부와 평행선을 달렸던 이명박 정부의 성과는 최악에 가깝다고 저자들은 말한다. 6자회담 당사국 중 가장 강경한 태도를 견지해 대화가 궤도를 이탈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북한을 둘러싼 강대국 사이의 중재자 역할보다는 한-미-일의 관계 강화 및 북한 흡수통일론을 강조하면서 중국 등과 갈등을 빚고 동북아 정세를 악화시켰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2010년 천안함 침몰 당시 이명박 정부는 뒤늦게 북한 소행으로 말을 바꿨고 이후 나온 조사보고서는 과학적 오류 논란이 일면서 국민 다수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 그해 말 터진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로 기본적인 국토 안보에 무능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후에도 정부는 북한을 공공연히 자극하면서도 뒤로는 비밀접촉을 추진하다가 북한의 접촉 사실 폭로로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실패는 포용정책으로 돌아가야하는 당위성에 힘을 보태지만, 저자들은 단순한 복귀가 아니라 기존의 포옹정책보다 더 진화한 '포용정책 2.0'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제안한다. <잃어버린 5년, 다시 포용정책이다>는 과거 포용정책에 대한 해설서인 동시에 아직 그 상이 뚜렷하지 않은 '진화한 포용정책'을 만들기 위한 기초 자료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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