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김일성 주석 100회 생일(태양절)을 맞은 15일 오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인민군 육해공군과 노농적위군, 붉은청년근위대의 열병식을 진행했다. 과거 군 열병식은 인민군 창건일인 25일 열렸지만 김일성, 김정일의 뒤를 짓는 후계체제를 강조하기 위해 앞당긴 것으로 보인다. 노동적위군과 붉은청년근위대의 열병식 참가도 1년6개월만이다.
<조선중앙TV> 등이 실황 중계한 이날 행사는 특히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육성 연설이 처음으로 공개돼 관심을 모았다. 김 1위원장은 20분간의 연설에서 "김일성 민족의 백년사는 파란 많은 수난의 역사에 영원한 종지를 찍고 우리 조국과 인민의 존엄을 민족사상 최고의 경지에 올려세웠다"며 "어제 날의 약소국이 당당한 정치군사 강국으로 전변됐으며 우리 인민은 그 누구도 감히 건드릴 수 없는 자주적 인민으로 존엄을 떨치고 있다"고 말했다.
▲ 15일 평양에서 열린 대규모 열병식에 참석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AP=연합뉴스 |
그는 "이 경이적 사변은 결코 세월이 가져다준 우연이 아니라 선군혁명의 개척자이시며 영도자이신 김일성 동지와 김정일 동지께서 안아 오신 역사의 필연"이라며 "나는 성스러운 선군혁명의 길에서 언제나 동지들과 생사운명을 함께하는 전우가 될 것이며 김정일 동지의 유훈을 받들어 조국과 혁명 앞에 지닌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1위원장의 연설 이후 2시간가량 진행된 열병식에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최영림 내각총리,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 리영호 총참모장, 김정각 인민무력부장, 김경희 당 비서, 김원홍 국가보위부장, 현철해 인민무력부 1부부장, 오극렬 국방위 부위원장, 김영춘 국방위 부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 열병식에는 김일성 시대를 연상시키는 항일빨치산 부대 군복 차림의 열병 등이 등장해 북한 주민들의 향수를 자극했다. 또 김 1위원장은 연설에서 선군정치를 언급해 김정일 위원장의 유훈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강조했지만 예고됐던 '강성국가 원년'은 내용에서 빠졌다. <AP>는 이날 열병식에서 과거에 보이지 않았던 새로운 미사일이 등장했지만 중거리미사일인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지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추대…세습체제 완성
북한은 열병식에 앞서 김 1위원장에 잇따라 최고지도자 자격을 부여하며 후계체제 완성에 집중했다. 13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2기 5차 회의에서는 지난해 사망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영원한 국방위원장'으로 추대됐고, 김정은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 올랐다.
지난 11일 제 4차 당대표자회에서 김정일 총비서를 '영원한 총비서'로, 김정은을 당 제1비서, 중앙군사위원장으로 추대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동지를 공화국의 최고 수위에 높이 모셨다"며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라는 새로운 직함이 북한의 최고 지도자를 의미함을 시사했다. 이로서 당·정·군에 걸쳐 사실상 최고 지휘권을 물려받아 3대 세습 절차를 마무리한 셈이다.
북한 군부 내 세대 교체도 본격화
김 1위원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훈인 선군체제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북한 군부의 세대 교체도 일어나고 있다.
지난 11일 노동당대표자회에서 북한 군부 내 최고직책에 해당하는 인민군 총정치국장으로 임명된 최룡해 노동당 비서는 13일 최고인민회의에서 새로 국방위원회 위원에 선출됐다. 한국 국가정보원장 격인 국가안전보위부장에 최근 임명됐던 김원홍과 리명수 인민보안부장 등 공안기관 인사들도 국방위 위원으로 선출됐다.
최 총정치국장과 김 국가안전보위부장 등은 모두 김 1위원장의 고모부인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측근으로 꼽힌다. 반면 김원홍에 국가보위부장 직책을 내줬던 우동측 국가보위부 1부부장은 국방위 위원에서 물러났다.
김 1위원장은 또 13일 최고사령관 명령으로 70명의 군 장교를 장성으로 진급시켰다. 김정은 후계체제에서 대규모 장성 인사가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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