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3일 발사에 실패한 실험위성 '광명성 3호'와 '은하 3호' 로켓의 비용에 대해 한국 정부과 군 당국이 추산한 금액과 전문가의 추정 비용이 엇갈리고 있다.
북한이 위성 발사 계획을 밝힌 이후 한국 정보당국과 군은 북한이 이번 발사를 위해 쓴 돈이 약 8억5000만 달러(약 9600억 원)에 달한다고 추산해 왔다. 구체적으로는 평북 철산군 동창리에 지어진 발사장 건설에 4억 달러(약 4500억 원), 로켓 개발에 3억 달러(3400억 원), 실험위성 제작에 1억5000만 달러(약 1700억 원)가 들어갔다는 계산이다. 발사장 건설비용을 빼고도 13일 몇 분 만에 허공에 날린 돈이 4억5000만 달러(약 5100억 원)을 넘는 셈이다.
이에 대해 미국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장거리 미사일방어체제(MD)에 쓰이는 미사일 발사 실험을 할 때 통상 5000만~1억 달러의 비용을 쓰는 것에 비추어 봤을 때 과도하게 부풀린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어왔다.
그러나 북한의 '특수 상황'을 감안하면 한국 정부의 추산보다 훨씬 적은 비용이 들어갔다는 전문가의 견해가 나왔다. 북한의 초청을 받고 참관 인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한 러시아 우주과학 아카데미 소속의 유리 카라슈는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시장 경제를 채택하지 않은 북한에서 로켓과 위성 제작에 얼마나 많은 돈이 들었는지 평가하긴 어렵지만 대략 5000만~6000만 달러(약 570억~680억 원)는 들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정부 추산치가 약 10배 정도 큰 셈이다.
카라슈의 말처럼 북한이 1998년 '광명성 1호' 발사를 시도한 후 십수 년간 로켓 기술을 발전시킨 점과 인건비 추산이 어렵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이번 발사에 소요된 정확한 비용을 추산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국내 언론들은 정부의 추산치를 적용해 '위성 발사 비용이면 북한의 식량부족분을 6년 치 확보할 수 있다'는 일방적인 주장을 펼쳤다.
13일 오전 북한이 위성 발사를 감행한 후 미국과 한국의 규탄 성명에서도 북한의 식량난을 지적하는 내용이 나란히 등장했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북한이 만성적 식량부족 등 절박한 민생 문제를 제쳐두고 막대한 재원을 핵무기와 미사일 능력 개발에 사용하고 있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12일(현지시간) 백악관도 대변인 명의 성명에서 "(북한 지도부가) 북한 주민들이 굶주리는 사이 무기와 체제 선전에 돈을 낭비했다"고 밝혔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도 최근 "북한이 계획을 강행하면 유엔 안보리로 갈 것"이라면서 "이는 매우 유감스러운 일로, 북한 주민들에 대한 식량 지원을 추진했으나 현재 분위기에서는 이를 진행하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의 대북 영양지원 중단 방침은 '인도적 사안은 정치와 무관하다'는 원칙을 깨트렸다는 눈총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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