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이달 중순 위성 발사 계획을 앞두고 독일에서 미국과 북한의 비공식 접촉이 있었다. 공식 대화 채널은 아니지만 북한이 강행 의사를 꺽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돌파구가 열릴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1일(현지시간) <AP>에 따르면 미국의 싱크탱크 아스펜 연구소의 베를린 지부장 찰스 킹 멀로리는 북한과 미국 대표단이 지난달 31일부터 1일까지 독일 베를린에서 비공식 접촉을 가졌다고 밝혔다.
지난해에도 독일에서 북한과 미국 측 만남을 주선했던 아스펜 연구소는 이번 만남이 민간사이의 접촉을 의미 하는 '트랙 투'(Track 2) 대화임을 밝히면서도 구체적으로 누가 만났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일본 <교도통신>은 2일 북한에서 리근 외무성 미국국장이, 미국 측에서는 토머스 피커링 전 국무부 차관이 아스펜 연구소가 주최하는 비공식 세미나에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리 국장은 지난달 30일 독일로 향하는 경유지인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기자들에게 "메시지 전달이 아닌 (북미) 양측의 관심사항에 대해 깊이 논의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NHK>는 2일 북미 양측이 이틀간의 대화에서 북핵 문제 및 인공위성 발사 계획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지만 언론에는 구체적인 대화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방송은 세미나에 참석한 독일 연구원을 인용해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 강행 의지에는 변화가 없는 것으로 보였다고 덧붙였다.
일본 <아사히TV>는 미국이 북한에 '중국이나 러시아에 위성 발사를 맡기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지만, 북한이 이를 거부했다고 전했다. 이른바 '대리발사'는 2000년 중단된 북미 미사일 협상에서 미국이 북한에 해주기로 한 것이었다. <아사히TV>의 보도가 사실이라면 미국은 당시와 같은 '대리발사'를 제안한 셈이나 그 주체를 중국, 러시아로 바꾼 셈이다.
이번 접촉은 미국 정부 관계자가 참석하지 않은 '트랙 투'라는 한계 때문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다. 그러나 리 국장이 어떤 방식으로건 미국과 협상하겠다는 실마리를 던졌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지난달 북한은 김일성 주석의 탄생 100주년인 4월 15일을 기념해 오는 12~16일 사이 광명성 3호를 발사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이 과학적 목적에 의한 위성 발사라고 강조하면서 외국의 참관단까지 초청하겠다고 밝혔지만 미국은 사실상의 장거리 미사일 시험에 해당한다며 지난 2월 합의된 식량 지원과 4월 재개 예정이었던 북한 내 미군 유해발굴 사업 등을 중단하겠다고 반발했다.
이에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31일 미국의 식량 지원 중단은 양국의 2.29 합의를 명백히 위반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은 2.29 합의와 위성 발사는 별개라는 입장을 밝힌 후 2.29 합의에 따라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사찰단 파견을 논의하는 '양날의' 카드를 던진 바 있다. 외무성 대변인의 발언이 나오면서 IAEA 사찰단 논의가 어떻게 흘러갈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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