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해 베르사이유 출신의 프랜치 듀오 에어(Air)는 데뷔작 [문 사파리(Moon Safari)]로 전자음악, 곧 테크노를 대체하는 새 얼굴로 떠올랐다. 70년대 프로그 록과 옛 팝송에서 따온듯한 따스함이 가득했던 이 의뭉스런 앨범은 싱글 <Sexy Boy>의 히트에 힘입어 전자음악 판도를 바꾸는 기수가 됐다. 낭만적 노스탤지어가 미래주의와 결합한 [문 사파리]의 접근법은 <스핀>의 설명대로 '프랑스적인 스팀펑크(주로 19세기적 요소를 결합한 과학소설 장르)'였으며, 퇴행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이 복고-미래주의적인 접근론은 (장르를 불문하고) 21세기 대중음악의 주된 테마로 자리 잡았다. 비록 이 듀오처럼 앨범의 테마까지 같은 성격을 지니는 건 아니지만 자넬 모네, 스트록스, 토로 이 모이, 곤자수피 등의 뮤지션들은 하나같이 옛 음악에서 새로운 물결을 길어내는 이들이다.
▲에어 [Le Voyage Dans La Lune]. ⓒEMI |
이 때문에 지난해 칸 영화제에서 초연된 <달세계 여행>의 컬러 복원 영화와 에어의 사운드트랙이 결합된 DVD가 합본된 한정판을 구입해 감상하는 게 제대로 이 앨범을 즐기는 길이다. 천문학자들이 달로 가기 위한 방법을 논의하는 장면에서 쓰이는 <Astronomic Club>의 효과음은 우스꽝스러움을 배가시키고, 천문학자들이 포탄에 탑승해 달로 날아갈 준비를 하는 장면에 쓰인 <Seven Stars>는 영화의 신비감을 극대화시킨다. 달 하늘에 떠오르는 지구의 모습을 바라보는 천문학자들의 감동은 <Parade>의 고취되는 사운드와 맞물려 묘한 웃음을 자아내게 만든다.
최근 세계를 지배하는 저스티스, 세바스티안, M83 등의 후배들에 밀려 이제 더 이상 에어는 유효하지 않다. 지금의 전자음악은 에어의 순진함(을 가장한 기발함)이 통하지 않을 정도로 역동적고 그만큼 더 즉각적이다. 에어의 미래주의적 낭만은 어느새 멜리에스의 <달세계 여행>처럼 빛바랜 과거로 남은 게 현실이다.
그러나 이 문화적 자긍심이 과잉된 앨범은 이들이 히트 싱글에 의존하는 일회용 팝 듀오가 아니었음을 설명하는 데 유효한 작품이다. 장 미셸 자르에서 시작된 프랜치 전자음악은 언제나 특유의 몽상적 기질을 담아왔고, 에어는 그 훌륭한 계승자였다. [달세계 여행]은 지금은 어설프기 그지없어 가슴을 아리게 만드는 멜리에스의 기발한 특수효과처럼 듣는 이를 묘한 기분에 빠져들게 만든다. 에어가 오랜만에 낸 명반이고, 어쩌면 이들 유효성의 피날레가 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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