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35분 경 1000명의 승객을 태우고 부에노스아이레스 서부 온세역에 들어서던 열차가 선로를 이탈해 플랫폼을 들이받았다. 이 충돌로 아동 1명을 포함해 49명이 숨지고 600여 명이 다쳤다고 페르난도 소스트레 연방경찰 대변인이 밝혔다. 650명이라는 사상자는 아르헨티나에서 지난 40년 이래 최악의 철도 사고다.
다니엘 루소 부에노스아이레스 민방위 국장은 "부상자 600여 명 가운데 최소한 30명 정도는 중상이며, 사고 현장에서 수색이 계속되고 있어 피해자가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이날 예정된 행사를 취소하고 관계부처 각료들을 현장으로 보내 사고 수습에 전념하라고 지시했다.
▲ 22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서부의 온세역 플랫폼을 들이받은 열차 안에서 승객들이 구조되고 있다. ⓒAP=연합뉴스 |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날 아르헨티나의 참극은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었다고 지적했다. 연간 4억 명의 승객을 실어 나르는 아르헨티나 철도는 대부분 19세기 영국이 깔아준 설비여서 노후 문제가 심각하다. 사고가 난 온세역도 1882년에 세워져 하루 50만 명이 이용한다.
여기에 부에노스아이레스 북부 지역의 열차는 좌석에 쿠션이 깔리고 냉방기도 설치되는 등 현대화된 반면, 남부와 서부의 빈곤지역으로 향하는 열차는 창문이 깨지고 범죄자가 열차 운행을 맡는 등 양극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사고가 난 열차 역시 서부 지역에서 오던 열차였다. 한 야당 정치인은 승객들이 가축이 이동하는 것과 별 다를 바 없는 조건에서 열차를 이용한다고 묘사하기도 했다.
후안 파블로 치아비 교통장관은 이번 사고가 열차의 제동장치가 말을 듣지 않았고 경험이 적은 젊은 기관사가 지쳐있는 상태였다며 이러한 사고는 미국이나 독일에서도 일어난다고 의미를 축소했다. 하지만 이번 사고가 우발적인 게 아니라, 구조적인 원인이 있다는 지적이 더 우세하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990년대 아르헨티나 정부가 노후한 철도설비를 보수하는데 민간 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 철도 민영화 조치를 취했지만 철도 운영권을 손에 쥔 민영기업들은 정부로부터 받는 보조금에 비해 투자에 인색했다고 설명했다.
아르헨티나 철도노조 관계자 역시 <로이터>에 사고를 낸 열차를 운영하는 민영기업 '트레네스 데 부에노스 아이레스'가 철도와 열차의 유지 보수에 소홀한 기업으로 유명하다고 비난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이날 1990년대에 연간 10억 달러의 손실을 보던 철도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아르헨티나 정부가 민영화 조치를 취했지만 서비스와 재정 문제는 이후에도 해결되지 않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또 2001~02년 아르헨티나 디폴트(채무불이행) 사건으로 페소화 가치가 곤두박질치자 정부가 요금을 동결하고 운영 보조금을 늘림으로써 철도 운영주체가 서비스 개선에 둔감해지는 결과를 낳았다고 덧붙였다.
야당 지도자 리카르도 알폰신은 "치아비 장관은 국회로 가야할 것"이라며 "그곳에서 국민들에게 사고 원인을 설명하고 정부가 민영 철도회사에게 준 특혜와 그들을 통제하는 방법에 대한 질문에 대답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서울대 라틴아메리카연구소의 이성형 HK교수는 "민영화를 하면 기업은 고용을 줄여 비용을 낮추려하는 게 당연하다"며 "과거 광범위한 민영화 조치를 취했던 아르헨티나 철도 역시 인력감축에 따라 정비 불량이나 사고가 따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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