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하메드 나시드 몰디브 대통령은 7일 TV로 중계된 기자회견에서 "현 상황에서 내가 자리에서 물러나면 국가에 더 좋을 것"이라며 "몰디브 국민들이 다치는 것도, 철권통치도 원하지 않는다. 물러나겠다"라고 밝혔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과거 민주화 인사로 투옥 경험도 있는 나시드 대통령은 지난 2008년 인구 30만 명의 몰디브에서 치러진 첫 민주선거에서 30년간 장기 독재를 펼쳐 온 마문 압둘 가윰 전 대통령을 누르고 당선됐다. 하지만 집권 이후 부패 문제가 불거졌고 지난해에는 정부의 환율 조정으로 물가가 급상승하면서 이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대통령의 하야를 이끈 시위는 지난달 형사법원의 수석재판관 압둘라 모하메드의 체포로 촉발됐다. 나시드 대통령은 모하메드 판사가 가윰 전 대통령 측에 정치적으로 치우쳐 있고, 직권을 남용한 혐의가 있다며 체포를 명령했다. 당시 부통령과 대법원과 검찰총장, 국가위원회 등이 나서서 그의 석방을 촉구했지만 나시드 대통령은 생각을 바꾸지 않았다.
이후 모하메드 판사의 체포에 항의하는 국민들의 시위가 3주 넘게 이어졌고, 7일 수백 명의 경찰들이 시위 진압을 거부하고 시위 대열에 합류하면서 사태는 절정에 달했다. 경찰들은 정부의 부당한 지시를 따를 수 없다면서 수도 말레에 있는 방송사 건물를 점거하고 고무탄을 쏘면서 진압하려는 군 병력과 격렬하게 충돌했다. 진압에 나선 군 역시 국민들의 시위 자체는 지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 모하메드 나시드 몰디브 대통령이 7일 하야를 발표했다. ⓒAP=연합뉴스 |
나시드 대통령의 직무는 모하메드 와히드 하산 부통령이 물려받을 예정이다. 유엔(UN)은 이번 사태를 원만히 끝내기 위해 9일 사절단을 파견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경제 위기로 신음하고 있는 유럽의 루마니아에서도 정부의 긴축정책에 항의하는 시위가 몇 주째 이어지면서 에밀 보크 총리와 그가 이끌던 내각이 6일 총사퇴했다. 트라이반 바세스쿠 루마니아 대통령은 미하이 라즈반 운그레아누 해외첩보부장을 새 총리로 지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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