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데뷔앨범 [Birdy]로 영국을 뒤흔들고 있는 버디(Birdy) 역시 십대 스타다. 이제 열다섯 살인 그는 뛰어난 피아노 연주자이고 싱어송라이터며, 동시대 대중음악의 팬이다.
▲버디 [Birdy] ⓒ워너뮤직 |
여기에 나이를 무색케 하는 그의 음성은 청량함과 깊은 맛을 동시에 품고 있어, 탁월한 선곡에 걸맞은 곡 소화력을 가져다 줬다. 완벽한 성인취향 팝(Adult Comtemporary)으로 변신한 'Terrible Love'는 특히나 그의 보컬이 돋보인다. 원곡만큼의 따스함은 부족하지만 예쁘장한 목소리와 단아한 피아노 연주가 주도하는 'White Winter Hymnal' 역시 듣는 맛이 있고, 'People Help the People'의 안정적인 곡 전개는 누구에게나 먹힐 만하다.
버디가 가진 피아노 연주자로서의 재능이 동시대 대중음악에 대한 이해와 맞물리고, 이 모든 기대감을 증폭시키는 그의 나이가 이처럼 폭발적인 반응을 낳은 셈이다. 이 앨범은 인디 팝 애호가가 아니라 하더라도 누구나 만족할 만큼 적당한 우울함과 서정성을 담아냈다.
다만 그의 어린 나이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가지게 되는 의문점도 있다. 이처럼 배를 따스하게 만드는 앨범 안에 얼마나 많은 기획이 개입됐을까. 데뷔작이 커버곡으로 채워진 이유는 '진학을 위한 시험공부'였다. 지난 60년대 비틀스 충격 이후로 이처럼 노골적으로 커버곡이 가득한 데뷔작은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커버 앨범을 선택한 본래 이유가 기획사의 스타 마케팅 아니었느냐는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즉 이 데뷔앨범은 '버디는 또래에 비해 대중음악을 깊게 들어 온 피아노 천재'라는 상품화의 총아로 읽힌다.
이는 아이유를 보면서 가지게 되는 불편함의 근원이기도 하다. 아이유는 아이돌 열풍을 탔으면서도 아이돌과 차별화되는 가수로 소비된다. 그는 어린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성숙한 보컬을 갖고 있고, 이른바 '괜찮은 가수'를 좋아하고 그를 커버하는데다, '음악성 있다'는 대중음악 관계자들과 공동 작업을 한다. 이는 그를 아이돌에 대한 대안이면서도 아이돌과 동시에 소비되도록 하는 근원이다. 그의 음악인으로서의 자질을 논하기 이전에 '뛰어난 기획'이라는 생각부터 들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아이유와 버디가 가진 음악인으로서의 재능은 논외다.
버디의 등장은 또한 오늘날 대중음악 소비 방식의 특징을 보여주기도 한다. 십대스타들이 지금처럼 동시다발적으로 데뷔하고, 빠른 속도로 주류 음악권에 안착하는 현상의 근원에는 인터넷 문화가 있다. 인터넷 발달에 따라 음악 소비자가 음악을 선택할 길이 넓어졌고, 그로 인해 기존 대중음악 유통채널(TV, 라디오)의 권위가 무너지고 다양한 장르가 시대성과 무관하게 동시에 소비되는 게 오늘날 대중음악계를 설명하는 특징이다. 국경은 물론 음악 소비자의 나이의 장벽까지 무너지게 된 것이다. 이는 과거에 비해 한 해 제작되는 음반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인디레이블이 떠오른 원인이기도 하다.
성인인 음악기획자의 생각을 배반하는 취향을 가진 '십대 음악인'은 이 각개전투의 현장에서 거의 유일하게 차별화되는 마케팅 요소다. 대형 기획사들이 소위 '음악성 있는' 십대에게 손을 뻗치는 이유다.
잭슨 파이브가 성공기 미국인들이 그리워 한 '모범적인 가정'의 이상향을 상징하는 존재였다면, 옛 리듬 앤 블루스와 소울을 노래하는 십대 여가수들은 인터넷 문화가 낳은 취향의 파편화를 설명한다. (비록 대부분은 동시대 인디 팝을 다루지만) 버디의 데뷔앨범 또한 같은 선상에서 해석 가능하다. 다만 이 앨범이 조스 스톤이나 아델의 그것과 다른 점이 있다면, 버디의 지향점을 보여줄 뿐이지 아직 음악인 버디의 색깔을 보여주진 않았다는 것이다. 으레 호들갑을 떠는 <뉴 뮤지컬 익스프레스(NME)>가 의외로 유보적인 입장을 보인 것도 이 점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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