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굿럭 조너선 나이지리아 대통령은 이날 유가 보조금을 부분적으로 유지하는 방식으로 석유 가격을 30%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일부터 정부가 유가 보조금을 전액 철폐한 후 나이지리아 내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65나이라(462원)에서 140나이라(995원)로 두 배가량 치솟은 바 있다.
조너선 대통령은 수도 아부자에서 텔레비전 연설을 통해 석유보조금 폐지 방향은 유지하겠다고 밝히면서도 현재 국민들이 경제적 고통을 겪는 점을 감안해 유가를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 9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했던 나이지리아 노동협의회(NLC) 등은 "정부나 다른 기관이 다시는 국민을 경시하지 못할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파업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합의가 나오기 전인 15일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인 나이지리아의 유전 시설을 중단시키겠다고 경고해 국제 원유 시장을 긴장하게 만들기도 했다.
이번 타협으로 인해 전국적 규모의 시위는 주춤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나이지리아 정부는 군인들을 동원해 치안 유지에 나섰다. 경제수도 라고스 등에서 군인들은 도시의 주요 장소에서 외부인의 출입을 금지하고 도로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해 차량 통행을 통제했다. 이번 시위에서 군대가 도심에 등장한 것은 처음이다.
▲ 나이지리아 군인들이 16(일) 경제수도 라고스의 거리에서 경계를 서고 있다. 유가 보조금 철폐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진 이후 군인이 거리에 등장한 것은 처음이다. ⓒAP=연합뉴스 |
"정부와 노조 모두의 패배"
나이지리아 정부가 초기의 강경 입장에서 약 보름 만에 타협에 나섬으로써 수십억 달러의 경제 손실을 불렀던 소요 사태는 마무리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로이터>는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이번 타협은 정부와 노조 양측 모두의 '패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그동안 유가 보조금의 대부분을 중간 거래상이 가로채 국민들에게 혜택이 별로 없었을 뿐더러 부패의 온상이 되어 왔다며 개혁 의지를 불태웠지만 이번 양보로 정책의 신뢰성에 타격을 입게 됐다.
노조 역시 보조금의 전면 부활을 바라던 진영 입장에서 정부와의 타협에 치중해 기대에 못미치는 양보를 얻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부는 97나이라(689원)까지 유가를 낮추겠다고 했지만 지난해에 비해 여전히 50% 높은 수준이다. 파업과 시위가 가장 강하게 벌어진 곳 중 하나인 북부 도시 카노에서는 NLC 카노지부가 상급단체에 대한 불만을 강하게 표출하면서 파업 중단 결정에 불복할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결국 이번 사태는 정부가 정책의 타당성을 국민들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채 밀어붙이면서 갈등을 자초한 결과이고, 국민들에게는 '우리가 거리로 나서면 정부가 물러선다'라는 선례를 남긴 셈이다.
하지만 나이지리아 시위대들 역시 유가 보조금 철폐를 무작정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항변한다고 통신은 전했다. 보조금 때문에 부패가 발생했다면 애초 약속된 공공 혜택을 없애기에 앞서 부패를 척결하려는 노력이 우선해야 한다는 주장이라는 것이다.
조너선 대통령은 지난 15일 석유 분야의 부패에 대한 경제금융범죄위원회의 조사를 뒤늦게 승인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몇몇 소수만을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시도일 수 있다는 의혹이 나올 정도로 나이지리아에서 부패에 대한 여론은 매우 심각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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