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두고 있는 WEF는 11일(현지시간) 이러한 내용의 '글로벌 리스크 2012'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디스토피아(dystopia)의 씨앗'이 뿌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해마다 스위스의 고급 휴양지 다보스에서 회의를 개최해 '다보스 포럼'이라고도 불리는 WEF는 이번 보고서에서 새롭게 등장한 경제적 위기와 사회 혼란이 세계화가 이룬 성과를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글로벌 리스크 2012' 보고서를 소개하고 있는 세계경제포럼(WEF) 홈페이지. |
보고서는 증가하는 청년 실업, 부채 위기가 심각한 국가에서 늘어나는 고령층, 빈부격차 문제 등이 전 세계적인 분노에 기름을 붓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세계가 금융 실패와 식량, 물 부족 문제에 계속 취약한 모습을 보일 경우 민족주의와 포퓰리즘, 보호주의가 득세하게 될 것이라며 소득 양극화와 재정 불균형이 이를 부추기고 있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또 "은퇴 후 안정적인 삶과 질 높은 의료 서비스는 과거엔 정부와 기업의 책임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점점 개인들이 감당해야 하는 몫이 되고 있다"며 공공과 민간 영역이 함께 이를 해결할 건설적인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보고서는 이어 20세기식 정책과 제도는 복잡하고 통합된 세계 경제를 더 이상 보호하지 못한다면서 이 때문에 세계가 상호의존적인 금융 산업의 실패가 가져오는 위험과 자원 부족, 기후변화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보고서는 사회가 사이버 공격에 취약한 상태라면서 기술의 발전이 '아랍의 봄'과 같은 긍정적인 효과를 부르기도 했지만 반대로 지난해 8월 런던 폭동을 부추기는 등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 작성 책임자인 WEF의 리 하웰은 "처음으로 많은 이들이 자신들의 자녀 세대가 자기 세대보다 더 높은 삶의 수준을 누릴 거라고 믿지 않게 됐다"며 "이러한 불안감은 특히 역사적으로 큰 신념과 아이디어의 원천이었던 산업화 국가에서 두드러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번 보고서는 WEF가 469명의 전문가와 기업 경영인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을 기초로 작성됐으며, 오는 25일부터 29일까지 열리는 회의의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보고서가 환경 문제를 주로 다룬데 비해 올해는 사회경제적 위험 요인이 초점이 됐다는 점에서 세계적인 부유층과 지식인들의 모임인 WEF마저도 신자유주의가 낳은 현 상황의 심각성을 인정한 셈이다.
1971년 '유럽인 경영심포지엄'이라는 이름으로 출발한 WEF는 재벌과 경제학자, 언론인, 정치인들이 모여 세계경제를 놓고 토론하는 국제민간회의로 진보 진영으로부터 '신자유주의의 방어막'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