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노다 총리는 일본 정부가 마련한 소비세 인상 법안이 3월 열리는 정기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으면 중의원을 해산하고 총선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신문에 따르면 노다 총리는 지난달 중순 전직 총리를 관저로 초청한 자리에서 이같은 뜻을 전했다. 그는 당시 "총리 자리에 연연할 마음은 추호도 없다"면서 "하지만 소비세 인상은 임기 중에 반드시 관철하겠다"고 공언했다.
노다 내각은 지난달 30일 당정 협의에서 현재 5%인 소비세를 2014년 4월까지 8%, 2015년 10월까지 10%로 올리는 소비세 인상안을 확정한 바 있다. 간접세인 소비세 인상으로 저소득층이 느낄 박탈감을 감안해 소득세 최고세율도 40%에서 45%로 올려 부유층의 부담을 높이기로 했다. 또 국회의원 수와 공무원 급여 삭감 등 정부와 정치권의 예산 절감 노력도 함께하기로 했다.
하지만 자민당 등 야당 의원들은 물론 민주당 내부에서까지 세금 인상 반대는 2009년 정권교체 당시의 민주당 공약사항이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민주당 거물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전 간사장이 소비세 인상에 반대하고 나선 것은 노다 총리에게 큰 부담이다. 오자와를 중심으로 한 반대파 의원 130명은 지난달 21일 소비세 인상 반대 서명에 참여했고 지난달 28일에는 우치야마 아키라(內山晃) 중의원 등 9명의 민주당 소속 의원이 탈당계를 제출했다.
▲ 소비세 인상을 정치적 승부수로 던진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 ⓒAP=연합뉴스 |
유럽과는 다른 일본 부채 논란
일본 안에서 증세 논란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일본 정부가 지난해 말 확정한 2012년 예산안 규모는 96조 엔(약 141조 원)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지만 이중 49%에 달하는 44조2000억 엔(약 67조2300억 원)을 국채로 조달할 계획이다. 국가 예산의 절반을 빚으로 충당하는 구조라서 세금을 늘리지 않으면 장기 재정균형을 확보하기 힘들다. 게다가 올해는 동일본 대지진 복구비용까지 특별예산으로 편성돼 재정 부담은 가중될 전망이다.
현재까지 일본 정부가 진 부채는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200% 수준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유럽 국가들이 겪고 있는 재정 위기와는 본질이 다르다. 발행 국채의 95%가 자국 내 투자자들에 의해 소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밖에서 돈을 갚으라는 유럽 국가와 국민들이 국채를 사는 일본의 상황은 다르다"면서도 "이 때문에 일본은 (재정 위기가 오기까지) 10~20년의 시간을 번 셈이지만 점점 버티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상으로서는 피할 수 없는 증세 논의를 노다 총리는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전망은 불분명하다. 부채 비율을 줄이기 위해서는 세율을 올려 세수를 확보하는 방법과 경제 성장으로 GDP를 늘려 세수를 늘리는 방법이 있는데 어디에 방점을 찍느냐에 따라 의견이 갈리기 때문이다.
전 교수는 "소비세 인상 반대파들은 일본의 고질적인 경기 침체와 지난해 대지진의 충격, 전 세계 경제 위기의 여파가 미치는 상황에서 세율을 올리면 '세금의 저주'를 넘어 경기 회복의 불씨를 꺼트릴 수 있다고 압박한다"며 "하지만 노다 내각은 더 이상 재정 악화를 방치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정국, '시계 제로' 상황 돌입할 수도"
노다 총리가 중의원 해산 카드까지 꺼내든 것은 지난 2005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당시 총리가 우정민영화 법안이 부결되자 중의원을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치러 압승을 거뒀던 사례를 참고한 것이지만 같은 효과가 나올지는 미지수다. 당시 고이즈미 총리와 달리 노다 총리는 국민들 사이에서 인기도 미약하고 당내 기반도 취약하기 때문이다. 경제 지표도 상대적으로 호황기였던 당시보다 악화된 상황이다.
하지만 올해 9월로 임기가 끝나는 노다 입장에서는 그 전에 정치적 역량을 입증할 계기를 마련해야 하기에 물러설 곳도 없다. 전 교수는 "간 나오토(菅直人) 전 총리의 주된 실각 원인은 소비세 인상에 대한 국민들의 공감대 형성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불안정으로 인해 적절한 증세 비율을 제시하지 못해 불신을 샀기 때문"이라며 소비세 인상을 불러싸고 정치적 대립이 심해질 경우 일본 정국은 "시계 제로"의 상황으로 돌입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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