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한국계 미국인 조승희의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했던 미 버지니아공대에서 또 한 번 총격 사건이 발생해 경찰관을 포함한 2명이 숨졌다.
8일(현시시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날 버지니아주 블랙스버그에 있는 이 대학 내 주차장에서 한 남성이 차량 검문중인 경찰관을 총으로 쏴 살해했다. 이 남성은 곧바로 현장을 떠나 수백 미터 떨어진 다른 주차장으로 달아났고, 학교 내 비상경보 시스템이 작동하면서 중무장한 경찰특공대 등 수백 명의 경찰이 수색에 나섰다.
학교 측은 범인이 백인 남성으로 회색 바지에 후드가 달린 고동색 스웨터셔츠를 입고 있으며 배낭을 멨다고 학생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경찰은 이 남성이 달아난 주차장에서 수상한 움직임을 발견하고 접근했지만 현장에는 총상을 입고 숨져 있는 한 백인 남성만이 발견됐다. 숨진 경찰관과 이 남성의 신원은 아직까지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AP>는 숨진 경찰이 이 대학에서 4년 간 근무했던 이로 그가 특정 목표였는지를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찰 당국은 이날 오후 4시30분경 캠퍼스 내 총격이 발생할 위험은 사라졌다고 밝히고 사건 직후 폐쇄했던 캠퍼스를 다시 열었다. 경찰이 두 번째 희생자에게 총격을 가한 적이 없고, 시진 옆에서 권총이 발견된 점으로 비추어 볼 때 용의자가 자살했다는 추측이 일고 있지만 경찰 당국은 이에 대해 직접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
이날 버지니아 공대는 기말고사를 앞두고 하루 휴강에 들어가 강의가 열리지 않았지만 수천 명의 학생과 학교 직원들이 남아있었다. 사건 발생 후 학교 측은 9일부터 시작되는 기말고사를 연기한다고 밝혔다.
▲ 2007년 조승희 사건 이후 첫 총기 사고가 벌어진 미 버지니아공대를 8일(현지시간) 경찰이 수색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3만1000명의 학생이 재학 중인 이 대학은 지난 2007년 한국계 학생 조승희가 33명을 총으로 살해하고 25명을 다치게 한 후 자살한 사건으로 유명하다. 찰스 스테거 버지니아대 총장은 "오늘 비극이 버지니아대를 다시 덮쳤다"며 "우리의 마음은 다시 한 번 부서져 내렸다"라고 말했다.
조승희 사건 당시 학교 당국은 총격 사건에 뒤늦게 대처하고, 경보 시스템도 제때 울리지 않아 5만5000달러의 벌금을 문 바 있다. <뉴욕타임스>는 사건이 터진 8일 공교롭게도 버지니아공대 경찰 책임자를 비롯한 대학 당국자들이 벌금 부과에 이의를 제기하기 위해 열린 연방법원 청문회에 출석차 워싱턴DC에 가 있었다고 전했다.
버지니아공대는 조승희 사건 이후 학교 내 긴급 상황을 강의실 내 전광판에 전달하고 학생들에게 문자 메시지로 전파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이 대학은 지난 8월 총기소지자가 캠퍼스 내에 출현했다는 신고가 접수됐을 때도 5시간 동안 폐쇄된 바 있지만 2007년 이후 총기 사망자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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