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시위대 중 십수 명의 핵심 활동가들은 9일 뉴욕에서 240마일(386㎞) 떨어진 워싱턴DC으로 출발할 예정이라고 <AP> 통신이 전했다. 이들은 슈퍼위원회가 재정적자 감축 방안을 결정지을 23일까지 걸어서 도착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월가 시위대가 행진을 벌이는 이유는 부시 행정부의 감세 정책이 더 이상 연장되는 것을 반대하기 위해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당선 이후 경제위기 수습을 명분으로 감세 정책을 2012년 말까지 연장했지만 시위대들은 감세의 혜택이 부자들에게만 돌아갔다고 주장한다. 슈퍼위원회의 논의 사항 중 감세를 예정대로 종료시키느냐에 대한 문제도 들어가 있는데 공화당은 감세 기간을 연장시키려고 노력중이다.
이번 행진 계획을 짠 활동가 켈리 브레넌은 워싱턴DC로 향하는 여정에서 다른 동조자들이 합류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행진을 1965년 흑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진행했던 세 차례의 민권 운동 행진에 비유하며 "사회적 대의를 위해 장거리 행진에 나서는 것은 역사적 의미가 있다"라고 말했다.
행진을 하루 앞둔 8일(현지시간) 주코티 공원에는 1960년대 전설적인 포크 그룹이었던 '크로스비, 스틸, 내시 앤 영'의 멤버 중 2명인 데이비드 크로스비와 그레이엄 내시가 방문해 지지 공연을 열기도 했다.
블룸버그 뉴욕 시장도 '감세 종료해야' 입장 선회
감세 연장에 반대하는 것은 월가 시위대만이 아니다. 미국의 '1%'에 속하는 슈퍼 부자에다 월가 시위대의 '본진'인 뉴욕의 시장을 맡고 있는 마이클 블룸버그도 이날 감세정책 연장을 지지했던 자신의 기존 입장을 철회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전했다.
블룸버그 시장은 이날 자유주의 성향의 미국진보센터(CAP)와 보수 진영의 미국행동포럼(AAF)이 공동 주최한 부채 감축 토론회에 참석해 감세 연장을 반대한다고 밝히며 오바마 대통령은 의회가 감세 연장안을 제출하더라도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 ⓒ로이터=뉴시스 |
지난해까지 감세 연장을 지지했던 블룸버그 시장은 "모든 계층이 해법에 동참해야 한다"며 고소득자뿐 아니라 모든 과세구간의 감세 조치가 연장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입장을 바꾼 이유에 대해 그는 "더 많이 버는 이들에게 더 많은 부담을 지우는 것이 공정하다"라고 밝혔다.
그는 앨런 심슨 전 상원의원과 어스킨 보울스 전 백악관 자문역이 이끄는 백악관 자문위원회의 재정 적자 감축 방안인 '심프슨-보울스 플랜'을 오바마 대통령이 좀 더 강력히 이행할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그는 클린턴 행정부 시절의 세율로 복귀하고 세제의 허점을 보완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8조 달러를 절감함으로써 2021년까지 재정 불균형을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블룸버그 시장은 공화당을 중심으로 감세 중단에 항의하는 이들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반대파들은 1993년 클린턴 행정부와 의회가 비슷한 정책을 취했을 때도 똑같이 반대했다"며 "(하지만) 그 후 일이 잘 풀렸다는데 모두가 동의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중도 보수파로 평가받는 블룸버그 시장은 민주당과 공화당을 거쳐 현재 무소속으로 뉴욕 시장직을 수행하고 있으며 어느 한 정당에 치우치지 않는 소신 발언을 하는 정치인으로 인정받아 왔다. 이날 감세정책 연장 반대와 더불어 사회보장 대상 연령을 상향하는 등의 재정적자 감축 방안에도 찬성 의사를 밝힌 점 역시 그의 성향을 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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