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기대할 것 없던 이들에게 브라이언 이노는 대형 스타디움을 메우기에 걸맞은 신시사이저로 웅장함과 화려함을 이식했고, 이는 유투의 반전과 마찬가지로 콜드플레이가 롱런할 수 있는 길을 닦아줬다.
▲콜드플레이의 다섯 번째 정규앨범 [Mylo Xyloto]. ⓒ워너뮤직 |
노골적으로 스타디움 공연에 맞춘 후렴구가 울리는 <Paradise>와 <Charlie Brown>은 야심으로 가득한 곡이다. 팝스타 리한나와의 합작곡 <Princess of China>는 아예 신시사이저가 곡을 주도하며 <Don't Let It Break Your Heart>에서 이들은 윌 챔피언(드럼)의 성실한 킥 위에서 화려하게 흐르는 신시사이저를 이용해 지금 인디신을 횡단하는 고딕의 방법론까지 일부 수용한다. <Up in Flames>는 브라이언 이노를 받아들인 콜드플레이가 제임스 블레이크식 덥스텝까지 수용해 <Parachutes>를 회고하는 곡으로, 곧바로 <We Naver Change>를 떠올리게 만든다(물론 두 앨범의 간극은 시간만큼이나 넓다).
공룡밴드로서 이들의 태도가 너무나 분명히 드러나기에 소박한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이들에게 이 앨범은 불편할 수 있다. [A Rush of Blood to the Head]에서 확연해진 크리스 마틴의 귀를 거스르는 옹알이는 많이 사라졌으나 <Paradise>의 첫 소절은 너무 진부하고, 무엇보다 크리스 마틴의 힘이 줄어든만큼 브라이언 이노의 통제력은 지나치게 강해졌다. [A Rush of Blood to the Head]를 들은 직후 이들에게서 영국 기타팝 특유의 서정미를 기대하기 힘들어졌다면, [Mylo Xyloto]는 브라이언 이노와 작별한 후 만신창이가 되어가는 유투를 떠올리게 하는 우려를 미리 낳게 한다.
그러나 이 앨범의 감상포인트는 무력한 경쟁자들 덕분에 산꼭대기에 홀로 우뚝 솟은 공룡밴드에 대한 질시가 아니라, 과거에 대한 불성실한 답습으로 금세 사라지는 이들과 달리 콜드플레이가 변화한 자신들의 환경 위에서 성실히 새겨 넣은 생동감 있는 사운드 스케이프다. 이들은 데뷔 10년이 지났음에도 곡마다 빈틈없이 꽉 들어찬 소리들로 여전히 생명력 넘치는 곡을 주조해냈다. [Viva La Vida]로 이들은 무력함과 스타덤이 교차하는 어색한 자아를 벗고 거대한 스타가 되는 길을 택했으며, [Mylo Xyloto]는 이들의 선택이 옳았음을 입증하는 중요한 앨범이다.
이들은 진작에 유투의 뒤를 잇기로 마음먹었으나, 브라이언 이노를 만나고서야 정체성을 뚜렷하게 드러냈다. [Mylo Xyloto]는 그 결정판이며, 거대밴드로서 이들이 진보했음을 선언했다.
▲대중음악의 지배자. ⓒ워너뮤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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