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은 20일(현지시간) 성명에서 "분명히 오늘은 리비아에 역사적 전환이 되는 날"이라면서 "하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점을 알아야 하며 리비아와 그 국민들 앞에는 어렵고 많은 도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 총장은 이제 남아있는 카다피군과 과도국가위원회(NTC) 군이 무기를 내려 놓을 것을 촉구하면서 복수가 아닌 리비아 국민들의 치유와 재건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이날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특별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리비아 국민의 길고 고통스럽던 장(章)이 끝났다"라며 "오늘은 리비아 역사에 중요한 날"이라고 말했다. 그는 "리비아는 이제 안정된 민주주의로 전환하기 위한 멀고 힘든 길을 가야 한다"며 "미국은 (리비아의) 조속한 임시정부 구성과 함께 첫번째 자유·공정 선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카다피의 죽음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은 "서방세계가 벌인 군사 행동의 정당성을 입증했다"면서 "이는 또한 다른 중동 독재자들에 대한 강력한 경고이고, 철권통치는 반드시 무너진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미국은 카다피의 죽음을 확인하기 위해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작전에서 사용했던 '얼굴 인식' 기술을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ABC> 방송은 오바마 대통령이 이날 언론을 통해 보도된 카다피의 사망 당시 사진과 기존 사진을 대조해 일치한 것을 보고 카다피의 죽음을 확신하게 됐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유럽 국가들과는 달리 리비아 사태에 대한 적극적인 군사 개입에서 한 발 물러나 있었던 오바마의 결정이 카다피의 죽음으로 일정한 정당성을 획득했다고 전했다. 부시 전 행정부에 비해 아랍 세계에 대한 대규모 파병을 지양했던 오바마는 올해에만 빈 라덴과 안와르 알올라키 등 알카에다 핵심 지도부와 카다피 등 미국에 적대적인 이들을 제거하는 '성과'를 올렸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의회의 승인 없이 리비아에 군사행동을 했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 무아마르 카다피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20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특별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가장 적극적으로 리비아 반군 편에서 공습에 가담했던 프랑스의 니콜라스 사르코지 대통령은 "리비아 국민에게 새 장이 열렸다"라며 리비아 국민의 화해를 제안했다.
'로커비 테러'로 알려진 1988년 항공기 폭파 사건으로 카다피와 갈등을 빚어온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잔인한 독재자와 정권에 의해 숨진 수많은 리비아인들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에 서방과 각을 세워온 카다피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했던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슬프게도 카다피의 사망이 확인됐다"며 "그들이 카다피를 암살했다"라고 비난했다. 카다피가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에서 밀려난 이후에도 변함없는 지지를 보냈던 차베스 대통령은 "카다피는 전 생애 동안 혁명가, 순교자, 전사로 기억될 것"이라고 밝혔다.
리비아에 대한 나토(NATO)군 개입을 비판해왔던 쿠바는 정부 차원의 공식 논평은 없었으며 쿠바 관영 언론들은 "NTC가 카다피를 죽였다고 밝혔으나 나토는 정보를 확인하지 않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도 아직까지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관영 <신화통신>은 카다피의 사망이 예멘과 시리아에서 진행되고 있는 반정부 시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통신은 또 다양한 부족으로 구성된 리비아의 특성상 재건이나 체제 전환이 생각보다 늦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 3월부터 리비아 공습에 가담했던 나토군은 군사 작전을 곧 종료할 예정이다. <AFP> 등에 따르면 나토 회원국들이 21일 모여 리비아 군사작전 종료 시기와 방법을 논의할 예정이다.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나토 사무총장은 카다피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기 직전 성명에서 "카다피의 최후 거점인 시르테와 바니 왈라드가 함락된 만큼 작전 종료 시점도 훨씬 가까워졌다"라고 밝혔다.
백악관도 나토의 군사작전 종료가 임박했다는 사실이 자명하며, 종료 선언 시점은 나토의 결정에 달렸다고 밝혔다. 나토군은 리비아 내전에 개입한 7개월 동안 약 9600차례에 걸친 공습으로 반군을 지원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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