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통신은 18일(현지시간) 지난달 독일 베를린 지방의회 선거에서 15명의 의원을 배출하며 파란을 일으켰던 독일 해적당의 지지율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민당 등 집권 연정의 지지율이 31%에서 답보 상태인 가운데 해적당은 10%의 지지율을 보며 지난 5일 조사보다 2%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민주당(SDP)과 녹색당의 지지율은 하락세를 보였고 연정 파트너인 자유민주당(FDP)은 해적당에게 추월당한지 오래다.
영국 <BBC> 방송은 17일 유럽뿐 아니라 호주와 러시아, 튀니지와 멕시코 등에서도 해적당에 대한 지지가 커지고 있다며 해적당의 과거부터 현재까지 모습을 상세히 보도했다.
해적당은 2006년 스웨덴에서 최초로 결성됐다. 세계적인 파일공유 사이트인 스웨덴의 '파이어리츠 베이'(Pirate Bay)의 한 분파였던 스웨덴 해적당은 인터넷 자유과 특허제도 폐지, 저작권 제도 개혁과 사생활 보호 등 인터넷과 관련된 운동을 전개했다.
2009년에는 파이어리츠 베이 운영진 4명이 저작권 침해 혐의로 기소돼 막대한 벌금형을 선고받았는데 이는 해적당의 인지도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 판결 이후 해적당 당원수는 1만8000명까지 늘어났으며 그해 6월 치른 유럽연합(EU) 의회 선거에서 해적당은 7.13%를 득표해 2개의 의석을 확보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스웨덴 해적당이 부상하면서 2010년 4월 벨기에에서는 전 세계 해적당을 규합하는 '해적당 인터내셔널'(PPI)이 공식 설립됐다. PPI에는 현재 22개 국가의 해적당과 옵서버 자격으로 5개국의 해적당이 가입해 있으며 대부분이 유럽에서 결성됐다.
해적당이 또 한 번 유명세를 탄 것은 지난해 말 폭로사이트 위키리크스가 폐쇄 위기를 겪으면서부터다. PPI는 위키리크스의 미러사이트(복제된 사이트)를 만들어 폭로된 미국 외교 전문을 보호하는데 앞장섰다. 체코와 세르비아 해적당은 위리리크스를 본 딴 폭로사이트를 만들기도 했다.
▲ 한 독일 해적당 당원의 모습. ⓒAP=연합뉴스 |
해적당 당원들은 대부분 IT 기술에 친숙한 청년층으로 인터넷을 이용한 홍보를 적극 펼치고 있다. 당의 의사결정 과정을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로 중계한다든지, 의정 활동을 홈페이지에 낱낱이 공개하는 것은 기성 정당에서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다. 체코 해적당이 개설한 페이스북 페이지는 2만3000명이 넘는 이들이 구독하고 있다.
이러한 해적당의 모습은 소셜 미디어에 친숙한 청년 유권자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게 만들게 한다. <워싱턴포스트>는 해적당 지도부가 트위터에 올린 한 개의 글로도 젊은 유권자들을 움직이게 만들 능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해적당'이라는 이름 역시 인터넷에서 불법 복제된 디지털 콘텐츠를 뜻하는 '해적판'에서 따와 친숙함과 친근함을 전달하는데 성공했다. 당 명칭 하나만으로 정치적 브랜드화에 성공했을뿐더러 해적당 지지자들이 종종 해적 복장으로 나타나 활동을 벌이는 것은 미디어의 관심을 끌기 충분하다.
PPI 홈페이지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해적당은 61개에 이르며 점점 더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해적당이 정치의 주류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는 아직 불명확하다. 일각에서는 경제 위기 등에 허둥대는 각국 정부에 대한 유권자들의 절망이 다양하게 표출되고 있으며, 해적당은 그러한 양상 중 하나에 불과하다고 저평가하기도 한다.
인터넷 자유와 저작권 이슈 등에 대한 문제 제기는 초기에 당세를 결집시키는 원동력이 됐지만 이제는 더 다양한 문제에 대한 의견 개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독일 해적당의 당수 제바스티안 네르츠도 이날 초 "해적당은 다른 이슈에 앞서 콘텐츠의 자유로운 공유를 촉진하는 정당이 아니다"라며 인터넷 정당에서 탈피할 뜻을 밝혔다. 그는 "해적당은 기본권을 위해 싸우는 사회 자유주의(socio-liberal) 정당"이라며 "독일의 정치 스타일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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