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관계자는 11일 "당시 살인사건의 용의자인 아더 패터슨 씨가 미국에서 체포돼 현재 캘리포니아 지방법원에서 재판 중"이라며 "아더 패터슨 씨를 한국으로 송환할지 여부에 관한 재판"이라고 밝혔다. 법조인들은 대체로 미국 법원이 아더 패터슨 씨의 한국 송환 필요성을 인정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보는 편이다. 미국 법원이 아더 패터슨 씨에 대해 "구금을 승인하고 보석은 허용하지 않는다"라는 결정을 내렸다는 점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 사법기관이 당장 아더 패터슨 씨를 인도받기는 쉽지 않다. 미국 사법부의 범죄인 인도 재판은 통상 3심까지 진행되고 1년 이상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또 향후 재판 과정에서 미국 법원의 판단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검찰 관계자 역시 "통상적으로 범죄인 인도를 위한 재판은 시간이 많이 걸린다"며 "언제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날지 예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
용의자인 아더 패터슨(당시 18세) 씨는 1997년 4월 서울시 이태원동의 한 햄버거 가게 화장실에서 홍익대생 조 모 씨가 살해당한 사건과 관련, 현장에서 흉기를 소지했다는 혐의로 구속기소돼 1년여 징역형만 받고 출소했다. 당시 사건은 평범한 대학생이 아무런 이유 없이 미국인에게 흉기로 살해당했다는 점, 또 사건 현장과 시체가 몹시 참혹했다는 점 때문에 대대적인 분노를 낳았었다. 하지만 당시 진범이 누구인지를 놓고 수사기관에서 혼선이 생겼다. 결국 현장에 아더 패터슨 씨와 함께 있던 그의 친구 에드워드 리(당시 18세) 씨가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하지만 리 씨는 증거불충분 등으로 결국 무죄가 확정됐다. 이후 리 씨가 아더 패터슨 씨를 진범으로 지목하고, 유족들이 형사 고발하면서 아더 패터슨 씨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가 연장을 거듭해 이뤄졌다. 하지만 당국이 출국금지 조치 연장을 미처 못한 며칠의 틈을 노려 1999년 8월 아더 패터슨 씨는 미국으로 도주했다.
▲ 영화 <이태원 살인사건> 포스터. |
이 영화를 계기로 사건이 재조명되고 여론이 들끓자, 검찰이 재수사에 착수했다. 법무부도 같은 해 12월 아더 패터슨 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 청구를 미국에 냈다. 그리고 아더 패터슨 씨는 최근 미국 수사기관에 체포됐다.
살인 사건의 공소시효는 15년이다. 사건이 발생한 1997년부터 계산하면, 오는 2012년 4월에 시효가 완성된다. 하지만 2002년 기소중지 조치 등을 고려하면, 아직 10년 가까이 시효가 남아 있는 셈이 된다. 현행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범죄인이 도피를 목적으로 국외로 출국하면 즉시 시효가 중지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소시효는 넉넉하다고 보는 게 옳다.
영화 <도가니>가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에 대한 재수사를 이끌어 냈다면, 영화 <이태원 살인사건>은 미국인에 의한 대학생 살인 사건에 대한 재수사를 이끌어 냈다. 영화가 가진 사회적 영향력을 거듭 확인하게 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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