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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 빈민가에서 석유 수송관 폭발로 최소 75명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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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 빈민가에서 석유 수송관 폭발로 최소 75명 사망

양동이 들고 석유 받으러 몰려왔다가 대형 참사…"부촌이었어도 무관심할 건가"

아프리카 케냐 수도 나이로비의 한 빈민가에서 석유 수송관이 폭발해 수십 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관에서 새어나오는 석유를 받아가기 위해 주민들이 몰려든 상황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붙어 참사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12일(현시시각) <AP>, <BBC>에 따르면 케냐 나이로비의 산업단지 룽가룽가에서 석유 수송관이 폭발해 수십 명이 사망하고 100명 이상이 다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 적십자사의 파멜라 인디아카는 지금까지 적어도 75구의 시신이 발견되었다고 밝혔다. 일부 외신은 사망자 수가 100명 이상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케냐 국립 병원은 총 112명의 사람이 대부분 심각한 화상을 입고 후송되어 왔다고 밝혔다.

▲ 12일(현지시간) 케냐 나이로비에서 발생한 석유 송유관 폭발현장의 잔해에서 새까맣게 타버린 두 자녀의 시신을 발견한 아버지가 충격 속에 주저앉아 있다. ⓒAP=연합뉴스

케냐 국영 <NTV>에 따르면 수송관 사업을 담당하는 케냐 파이프라인 대표 셀레스트 킬린다는 "(수송관 내) 압력이 높아져서 기술적인 문제가 생겼다"며 이 때문에 파이프 마개가 고장이 나 석유가 새어 나왔다고 밝혔다.

폭발한 석유 수송관은 나이로비 중심가와 공항 사이에 밀집된 빈민가를 가로질러 건설되어 있다. 이 지역 빈민들은 석유가 새어나온 것을 알아채고 받아가기 위해 양동이를 들고 몰려들었으며, 이들이 밀집된 상황에서 석유에 불이 붙어 폭발한 것으로 추정된다.

<BBC>는 폭발이 일어난 곳부터 반경 300미터 안에 불탄 판자집 잔해와 함께 시신 일부가 널려 있으며 인근 개울에서도 불에 탄 시신들이 발견됐다고 전했다. 불에 탄 시신들 상당수가 얼굴을 알아볼 수 없어 신원 파악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BBC>는 이번 폭발을 야기한 원인이 담뱃불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하지만 <AP>는 이 지역에서는 쓰레기를 태우는 일이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등 발화 원인이 다양하기 때문에 현재로선 정확히 알 수 없다고 전했다.

케냐 총리 라일라 오딩가는 이날 현장을 방문해 사고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곳 주민 에반스 마칼리는 <AP>에 만약 이 사고가 수도의 부촌에서 벌어졌다면 정부에 책임을 묻겠지만 빈민가에서 벌어진 사고이기 때문에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은 부패한 케냐 정부가 식량 가격을 인위적으로 조정하고 구호 프로그램에서 수백만 달러를 빼돌리고 있다는 활동가들이 말을 전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식량과 석유를 충분히 구할 수 없는 빈민들이 수송관에 몰려들어 화를 당한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케냐에서는 지난 2009년에도 몰로라는 도시에서 유조차가 전복돼 폭발한 바 있다. 당시 흘러나온 기름을 수백 명이 몰려들어 퍼담는 동안 누군가가 담배에 불을 붙이는 바람에 폭발 사고가 일어나 122명이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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