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에서 반군에 밀려 퇴각한 것으로 알려진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가 음성 메시지를 통해 자신이 트리폴리 시내에 머물러 있다고 주장했다.
<로이터>, <AFP>에 따르면 카다피는 24일 <알라이> TV에 방송된 음성 메시지를 통해 반군을 '쥐새끼", "악마" 등으로 묘사하면서 트리폴리 시민들이 그들을 "쓸어내야"한다고 말했다.
카다피는 "나는 누구의 눈에 띄지 않은 채 용의주도하게 트리폴리를 돌아다니고 있다"며 "트리폴리가 위험에 빠졌다고 느끼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카다피는 또 "모든 리비아인들은 트리폴리에 있어야 한다"며 "젊은 남자와 부족의 일원, 여성들은 트리폴리를 휩쓸며 반역자들을 이 잡듯이 찾아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그는 "나는 트리폴리를 잠행하며 도시를 지킬 준비가 된 젊은이들을 보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언제 거리를 돌아다녔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CNN>도 카다피의 이같은 발언을 보도하면서 음성 메시지가 진짜인지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카다피는 자신이 버티고 있던 알아지지야 요새가 함락된 직후 트리폴리 지역 라디오를 통해 발표한 연설에서도 바브 알아지지야 지구 철수가 "전술적인 이동"이었다며 최후까지 결사 항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은 첫 공식입장 발표…미국·EU는 동결 자산 해제 움직임
카다피의 장담에도 불구하고 리비아 반군의 승리는 기정사실화 되어가는 분위기다. 전투가 산발적으로 이어지고 있고 카다피의 고향 시르테를 중심으로 또 한 번 큰 전투가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지만 그 동안 미국이나 유럽보다 한발 물러서 있던 국가들도 반군 편으로 점점 돌아서고 있다.
중국 외교부의 마자오쉬(馬朝旭) 대변인은 24일 반군의 트리폴리 점령에 대해 "국민의 선택을 존중한다"는 첫 공식 반응을 내놓았다. 마자오쉬 대변인은 또 "우리는 줄곧 리비아 과도국가위원회(TNC)가 리비아 문제 해결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해 온 점을 중시하면서 그들과 연락을 해 왔다"며 "앞으로 새 정권이 유효한 조치를 취해 각 세력을 통합하고 정상적인 사회 질서를 회복시켜 정치ㆍ경제의 재건에 힘쓰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리비아 내전 초기 카다피 정권을 지지하면서 나토(NATO)군의 리비아 공습에 반발하는 모습을 보였다가 전세가 기울면서 반군 측과 접촉해 왔다.
러시아의 콘스탄틴 코사체프 러시아 하원 국제의원장도 지난 22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카다피가 패배를 인정해야 하며 러시아는 TNC를 공식 인정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한국도 23일 외교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우리 정부는 리비아 국가과도위원회(TNC)가 리비아 국민을 대표하는 정통성을 가진 통치기구임을 확인한다"며 "TNC에 대해 정부차원의 100만 달러 상당의 인도적 지원과 더불어 민간차원에서도 인도적 지원을 제공할 예정이며, 향후에도 국제사회의 대리비아 전후 재건지원에 적극 동참해 나갈 예정이다"라고 공식지지 입장을 밝혔다.
그동안 리비아 반군을 지원해오던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올해 초 동결했던 자국 내 리비아 자산을 국가 재건 활동과 인도주의적 사업에 사용하도록 할 방침이다.
미 국무부의 빅토리아 눌런드 대변인은 23일 "미국이 동결한 미국내 리비아 자산 가운데 10억 달러에서 최대 15억 달러를 이번주 중으로 해제하는 방안을 강구중"이라며 "이를 위해 유엔 제재위원회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EU도 미국의 동의가 있으면 동결 자산을 해제한다는 입장이다.
미국은 지난 2월 300억 달러에 이르는 카파디 및 리비아 정부의 미국내 자산을 동결했고 EU가 동결한 자산도 국부채권만 700억 달러 규모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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