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영국 전·현직 총리의 주장은 지난 주말 영국 신문 지상을 통해 거의 동시에 게재됐다. 캐머런 총리는 21일 <선데이 익스프레스>에 기고한 글을 통해 이번 폭동이 보인 탐욕과 폭력은 갑자기 나타난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영국 사회가 책임감 감소와 이기심 증대, 개인의 권리가 다른 것에 우선한다는 관념 등 심각한 문제들을 키워왔다고 강조했다.
캐머런 총리의 이러한 주장은 지난 15일 연설에서 영국사회가 붕괴된 윤리를 바로 잡아야 한다며 영국 정부가 나태와 무책임, 이기심에 쌓여있는 영국 사회를 재건하기 위한 새로운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발언한 것을 다시 한 번 반복한 것이다.
반면 블레어 전 총리는 하루 앞선 20일 가디언지의 주말판인 <옵서버>에 기고한 글에서 캐머런 총리가 그 동안 영국 사회 전체에 문제가 있어서 폭동이 야기됐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국가의 명성을 해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영국 사회의 도덕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면서 폭도들이 주로 사회의 주류에서 밀려나 불만을 품은 사회적 약자 계층의 젊은이라는 점에서 이들의 문제에는 구체적 해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1993년 영국에서 10대 소년 2명이 2살 난 아이를 납치·살해했을 당시 자신 또한 영국의 도덕적 쇠퇴에 대해 경고했지만, 현재는 당시 연설이 정치적으로는 좋았을지 몰라도 정책적으로는 그렇지 않았음을 느끼고 있다고 술회했다.
블레어 전 총리는 또 자신들이 어렸을 때보다 요새 영국 청년들이 더 훌륭하며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일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폭동은 적절한 행동규범이나 사회의 주류에서 멀어진 청년들에 의해 주로 벌어졌다며 영국 정부가 이러한 이들을 위한 정책을 만들고 범죄가 벌어지기 전에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영국 우파들이 폭도들의 개인적 책임감을, 좌파들이 사회적 박탈감을 폭동의 원인으로 지목하지만 핵심을 놓치고 있다며 소외된 계층에 전통적인 정책을 벗어난 구체적이고 차별화된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AP=연합뉴스 |
영국 보수당의 캐머런 총리와 노동당 출신의 블레어 전 총리의 글은 이번 폭동을 바라보는 영국 정당들의 상이한 관점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캐머런 총리는 기고문에서 인권에 대한 그릇된 설명이 개인의 책임감을 약화시켜 도덕적 쇠퇴로 이어졌다고 주장했지만 영국 자유민주당의 전 당수인 멘지스 캠벨 의원은 이러한 주장이 전후 유럽에서 인권 강화를 위해 힘써 온 영국의 노력을 희석시킨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지난 15일에도 캐머런 총리는 폭동 사건의 해결책으로 '보다 강한 사회 건설'을 주문하면서 결손가정 문제 해결과 학교에서의 훈육 문제 등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동당 당수인 에드 밀리반드는 같은 날 청년들이 범죄 등의 잘못된 길로 가지 않기 위해서는 교육과 기술훈련 등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영국 폭동은 지난 6일 런던 북부 토트넘에서 경찰의 총격으로 한 남성이 사망하면서 불붙기 시작해 5명이 숨지고 2억 파운드(약 3600억 원)의 재산 피해를 입혔다. 지금까지 폭동 가담 혐의로 1875명이 체포되고 이 중 1073명이 약탈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전체댓글 0